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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동화 같은 삶의 즐거움 경북 영주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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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언젠가부터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며 그곳에서 행복을 찾고자 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의 보는 동화는 지루하지 않다.

그 세계에서 내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내가 주인공이었으면 하며 아쉬워할 때가 있다.

경북에 동화와 같은 장소가 있다. 그곳에는 옛 것부터 현대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세트로 진열되어 있는 곳, 그곳에서 동화 같은 삶을 생각하며 행복했으면 한다.

 

 

 

 

지나간 것들은 문뜩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이제는 상관없는 사람들,

이제는 따져 물을 것도 없는 지난 일들이 앞으로 다가올 일보다 가깝고 반갑다.

새로움을 두려워하면 늙어감의 징조라고 했던가.

그러나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아끼지 못하고 지나온 시간들.

그리운 얼굴, 정리되지 못한 한 옛 기억들이 해마다 때마다 삶의 지표를 세워준다.

기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한 번쯤 들렀음직한 곳이 영주다.

중앙선과 경북선 영동선이 만났다 헤어지는 곳,

한반도 중부지방 허리에 자리 잡고 위로 아래로 사람과 화물을 보내던 곳이 바로 영주역이다.

하루 지나가는 여객 열차가 오십 회가 넘는다.

화물열차까지 합하면 백여 대의 기차가 오고 가는 셈이다.

영주시 규모에 비해 영주역은 규모와 시설이 꽤 큰 편이다.

 

 

 

 

1942년 처음 만들어져 55년을 헤아리는 역사가 말해주듯

여기는 철도의 중심지 만남과 헤어짐의 인연이 교차하는 곳이다.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수십 건의 이야기.

책 수십 편의 영화는 부질없는 짓이다.

보고 싶은 이가 있다면 서둘러 찾아 나설 일이다.

소식 한 번 전하지 못했어도 오래도록 깊이 생각해 온 마음은 전해지기 마련이다.

어느 날 불현듯 찾아간다고 해서 냉정하게 내칠 리는 별로 없을 듯하다.

그런데도 나서지 못하는 것은 차마 보일 수 없는 지친 일상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고 오는 기차 앞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제 삶의 언저리로 맴을 돈다.

무수한 사연들이 철길 위에 내려지고 새로운 이야기를 태워 기차는 떠난다.

일상은 늘 같은 자리에 있는데 한 길로 살아온 삶이 시간이 흐를수록

값어치 없는 골동품이 되어가는 건 무엇 때문일까?

 

 

 

 

어느새 영주의 들판은 황금색으로 변해 있다.

때에 따라 이루어지는 일이라 해도 세상에 저절로 되는 일이 있던가.

이만큼 결실을 이루기 위해 들판의 생명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분주했다.

영주는 전국 사과 생산량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소백산 남쪽 기슭에서 재배되는 영주사과는 일조량이 풍부하고 공기도 깨끗하고,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 덕택에 맛과 향이 좋다고들 말한다.

밭에 들어서자 해를 가릴 듯 빼곡히 매달린 사과들 달콤한 사과 향이 사방에서 달려든다.

정성스럽게 키워낸 사과는 명절에 찾아올 딸과 아들과 손자들에게 줄 선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두 번 세 번 손이 가는 이 작업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꼭지 따기만 없어도 사과 농사가 훨씬 수월할 게다.

 

 

 

 

백두대간이 관통하는 한반도의 등줄기.

그곳이 바로 소백산이다. 혼자 높다랗게 치솟은 것도 없고.

축 가라앉은 것도 없는 그만 그만한 봉우리들이 바라만 봐도 편안해지는 능선을 이루고 있다.

소백산 정상에는 영주와 단양을 가르는 지점이 있다

어디 그뿐이랴 소백산 줄기는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와 경상도를 갈라놓고는

소백산맥의 어깨 격인 영주 분지를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다.

그래서 세 번째로 높은 연화 봉에서 가장 높다는

해발 1,439m의 비로봉이 손에 잡힐 듯 마주 보인다.

이 능선들을 따라가면 얼마든지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디가 정상인지 그 목표가 보이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다.

그저 걷다 보면 좋은 일이 있으리란 막연한 기대감마저 든다.

이기고 지는 경쟁과 다툼이 우리를 발전시킨 것일까.

작지만 쉼 없는 여러 발자국들이 모여 큰길을 이룬 것일까.

아마도 내 마음속 답이 정답일 게다.

 

 

 

 

소백산 제2연화 봉 정상에는 그 용도가 궁금해지는 현대식 건물 하나가 서 있다.

소백산 국립 천문대 1978년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천문대다.

별의 움직임은 밤에만 관찰하는 것이 아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태양 때문에 잘 보이지 않고 너무 멀어서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무수한 별들의 움직임을 거대한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것이

이 천문대가 할 일이다. 푸르고 푸른 저 하늘 속에 반짝이는 별들이 숨어 있다.

어쩌면 경험도 지식도 진실이 아닐 수 있다 아는 것이 다 오른 것은 아닐지 모른다.

단 한 치 앞도 예측 불가능해질 때 사람들은 경외하는 존재에게 길을 묻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아름답고 오래된 절로 손꼽히는 부석사가 영주에 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고려시대 건축물 중 하나,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는 절경이 부석사 곳곳에 숨어 있다.

아득히 보이는 소백산의 모든 봉우리들을 세워보고 있자면

이들 또한 참 일체의 순간을 꿈꾸며 무량수전 앞에 예불을 올리는 것은 아닐까?

상상하게 된다. 산사의 역사만큼이나 지붕에 내려앉은 세월의 무게도 두텁다.

무량수전에 서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

기둥 가운데 부분을 불룩하게 깎는 배흘림기둥 양식이다. 서양에서는 엔타시스 양식으로

알려져 있다. 완벽한 아름다움 시대를 뛰어넘는 완벽한 기술들,

사람들은 천 년이 지난 지금도 무량수전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나이는 크기나 무게로 먹는 것이 아니라 내공으로 얻어지는 시간의 선물이다.

아쉬움이 아니라 감사해야 할 덕목이다

여름에 태양이 한 발 물러나자, 결실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소백산 자락 풍기의 인삼밭은 지금 북적북적 부푸는 꿈과 기대로 출렁인다.

물과 바람과 햇볕으로 자라건만 직접 빛을 보지 못할뿐더러

수확을 할 때도 땅 속에서 나와 잠시만 지나도 말라버린다.

깊고 울창한 소백의 땅과 오래된 시간이 귀한 열매를 맺게 하는 일등 공신이다.

 

 

 

 

이 땅에서 시간은 한 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자랑이자 역사다.

그래서인가 여기선 고택을 지키는 이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널찍한 마당 잘 손질된 정가란 가옥들 연안 김 씨의 고택은

따뜻한 사람의 온기가 느껴진다. 세월이 흘러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가옥의 부속품들이 낡고 지쳤어도 여전히 쓸모 있는 모습 그대로다.

앞으로도 몇십 년 몇 백 년 수명을 이어갈 수 있을 듯하다.

문고리 하나도 국화 문양을 넣고 주물로 만든 옛 정성이 대를 이어

후손들의 책임이 되고 지켜야 할 가치가 된다.

이 집은 어린아이를 키우듯 늙은 부모를 봉양하듯 조심스럽고

지극한 마음이 집을 지켜온 방법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 마루에서, 이 마당에서 키워낸 아이들 이야기를 나눈다.

수고한 대가로 누리는 소박한 기쁨이다.

해마다 새로운 곡식이 나오듯 이들의 대를 이어 집을 지켜줄 이는 누구일까?

이 집은 얼마나 더 그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까?

 

 

 

 

뜨거운 땀과 깊은 손길로 들판엔 새로운 수확이 한창이다.

하지만 그것을 만들고 키워내는 동안 사람의 손길은 늙고 초라해져 버렸다.

수고하고 헌신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기에 주저 없이 쏟아부은 삶이다.

혹여 알아주는 이가 없다 해도 서러워하지 말 일이다.

시간이 흐르고 흐른다 해도 선한 덕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남아 좋은 매듭을 짓게 될 것이다.

 

 

 

 

여행은 언제나 시작은 설레고 두렵고, 상상력이

풍부해지지만 마치고 나면 여운과 후회가 남게 된다.

바로 여행이 인생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인생은 재도전이 안 되지만

여행은 여운과 후회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단 한 번의 인생, 후회와 여운을 줄이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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