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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지리산의 정기를 안은 전남 구례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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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 인사를 드립니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날씨가 긴팔 옷을 입게 만들고,

얼굴에 부딪치는 바람의 느낌도 제법 쌀쌀합니다.

내게 비치는 구례의 모습은 봄에 산수화가 곱게 핀 노란색으로 표현하고 싶다.

지리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과 풍광으로 많은 여행객들이 몰려온다.

오늘은 구례를 둘러싸고 있는 지리산을 함께 둘러보며 힐링을 해보고자 한다.

 

 

 

 

가을은 어느새 들판의 색을 바꿔 놓았다 하루가 다르게 하늘은 높아지고

두터운 옷가지를 챙겨 입어야 하는 계절이 되면 일상은 분주하면서도 풍성함으로 다가온다.

어제와 똑같이 반복되는 오늘이 무상하다.

계절의 바뀐 조차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삶의 허허로움에 마음자리가 들썩일 때면,

오래된 옛 기억을 쫓아 채집을 혹은 위로를 들고 깊고 깊은 산을 오른다.

지리산 노고단이 형제봉을 타고 내려와 섬진강 줄기와 만나는 대지 위에 구례가 있다.

구례라는 지명은 물길이 좋고 기름진 땅이라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 고래실에서 유래했다.

 

 

 

 

구례에서 지리산으로 오를 때 반드시 거쳐 가는 곳이 바로 노고단 대피소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1호이자 전국의 명산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산이 이 지리산이다.

이 대피소에선 천왕봉 반야봉 등 지리산 최고봉으로 오를 수 있다.

이른 아침 노고단 대피소는 전국에서 몰려든 등산객들로 북적였다.

노고단에서 천안 봉까지 오르려면 흔히들 이박 삼일은 걸린다고 한다.

밤새 차를 달려 산 입구에 모인 이들은 대피소에서 끼니를 때우며 산행을 준비한다.

산은 오늘 무슨 선물을 내어줄지, 산행을 앞둔 이들의 얼굴에선

힘든 여정에 대한 걱정보다는 설렘과 즐거움이 넘친다.

라면과 찌개 한 그릇이 꿀맛이다.

 

 

 

 

구례에서 제일 먼저 해를 맞고, 그래서 가장 먼저 아침이 열리는 곳,

노고단 옛사람들은 이곳을 신령이 깃든 영산이라 했다.

신라의 화랑들이 심신을 수련했고 제단을 세우고 매년 제사를 지내며

나라의 안녕을 빌었다고 한다.

하늘과 가까워 하늘의 지혜와 덕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은 것이다.

지리산은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는 뜻이다.

천 미터 안팎의 크고 작은 봉우리가 백여 개요.

그 사이 사이 수많은 이름의 골짜기와 계곡이 구비 구비 능선을 만들고

그렇게 펼쳐진 자랑만도 팔백 리가 넘는다는 지리산.

눈길 닿는 곳마다 지난가을 냄새가 숨 막힐 듯 다가선다.

어쩌면 사람들은 봉우리에 반야란 이름을 붙였을까.

지리산처럼 지혜의 깨달음이라는 뜻의 반야봉은 남편 반야를 지리산으로

떠나보낸 마고할미의 슬픈 전설이 전해지는 봉우리이다.

 

 

 

 

그렇다면 주봉인 천왕봉은 어떤가. 하늘 아래 제일 중심이 되는 산이라는 뜻이 아닌가.

산은 지혜를 얻어 세상의 중심으로 서고자 하는 이들을 기다린다.

하지만 그건 이제는 허황하고 유치한 이야기라 말한다.

눈앞의 일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세상의 이치를 어찌할 것인가.

욕심이라 말하기도 한다. 얻을 수 있는 것과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정성 기울이는 법을 잊었다.

구례는 70%가 산지다. 여기를 둘러봐도 저기를 둘러봐도

산 밖에 보이지 않는 땅에 사람들은 다랑이 논을 만들었다.

주어진 조건을 탓하기 이전에 돌을 골라내고 땅을 갈아 곡식을 심은 이들은

평지에서 농사짓는 것보다 두 배 세 배 공을 들여야 했다.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그 덕분에 산골 마을에도 삶은 지속됐고,

자식을 키워 대를 이었다. 지긋지긋한 궁핍함의 끝을 기대했다.

 

 

 

 

따지고 보면 산처럼 무한정 베풀어주는 언덕도 드물다.

지천으로 널린 나무와 풀들은 짐승들의 좋은 먹이가 되고,

사시사철 매달리는 열매와 버섯들은 좋은 벌이가 된다.

예전에 값어치가 없다 했던 것들이 지금은 귀하게 대접받는다.

세상은 달라지는데 생각도 변하는데, 시대를 따라 세월을 따라

변하지 않는 지혜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지리산과 백운산 양 대산의 사이를 가르고 흐르는

백 여리 물길이 구례를 감싸고돈다. 여기가 어머니의 강 섬진강이다.

깊은 산이 만들어 준 너르고 풍요로운 강은 몸에 양식을 주고 마음에 위로를 준다.

이루지 못해 아예 잊힌 꿈들이 섬진강에서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맑은 물과 함께 창도 발전을 했는데,

동편제와 서편제가 이곳 구례를 기점으로 나누어진다.

조선 숙종 때 가다듬어진 판소리가 동편제라는 이름으로 구례에서 성숙되는 데는

국창 송만갑에 힘이 컸다. 송만갑은 명창 송우룡의 아들로 이미 열 살 때 명창의

자질을 인정받았고 1930년대 동편제를 완성시킨 전설적인 거장이다.

그가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전국 순회공연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송만갑에 공연이 있는 날이면 구름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결국 고종 앞에서 적벽가를 훌륭히 부름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국창의 반열에 서게 된다.

풍부한 성량에서 나오는 쭉 쭉 뻗은 우렁찬 소리 그의 소리는

곧 동편제의 특징으로 자리 잡는다.

 

 

 

 

자유를 위한 도전,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큰 꿈을 품었다면 먼저 기도할 일이다.

구례 화엄사의 존재는 여러 갈래 길 중에서 중요한 하나의 길을 제시해 준다.

일주문을 지나면 금강역사를 비롯해 문수 보현의 상을 안치한 천왕문을 만난다.

신라 진흥왕 때 인도에서 온 연기조사가 세운 이후

한 때 팔십여 개의 암자가 들어설 만큼 번성했던 절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천 년 전 의상대사가 창건한 주불 전인 각황전.

당시엔 장육전이라 불렀는데 조선 숙종 때 이름이 달라졌다.

각황전은 현존하는 목조 건물 중 가장 큰 규모다.

그 안에 기둥은 모두 한 나무로만 돼 있다.

특히 천정은 우물 정자 모양으로 굽어 있는 특이한 양식이다.

깨달음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큰 꿈을 품었다면 부지런히 움직일 일이다.

번뇌를 떨치는 것은 번뇌의 시작을 알 때만이 가능한 것,

세상을 알고 사람을 알기 위해 중생과 하나 되는 길을 택하라. 화엄사는 말한다.

잠룡 소, 삼홍 소, 통일 소, 연구 담 등 빼어난 절경의 소화 담 폭포가

골을 따라 이어진 피아골 계곡에 들어서자 완연한 단풍이 길을 막아선다.

조선시대 조식 선생은 피아골의 단풍을 보지 않고는 단풍을 보았다 말하지 말라 했다.

흔히들 피아골 단풍은 삼몽이라 얘기한다.

산이 붉게 불타는 산홍 붉은 단풍이 맑은 담소에 비치는 수홍

그리고 사람이 들어서면 사람조차도 붉게 물들이는 인홍,

산의 품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이 불게 탄다.

 

 

 

 

피아골은 직전 마을에서 오곡 중에 하나인 피를 많이 재배해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지나간 역사 속에서 죽은 이의 피가

골짜기를 붉게 물들였기 때문이라 얘기하기도 한다.

마을에는 가을 거지가 한창이다.

한 뼘 땅도 놀리지 않고 부지런히 심고 가꾸어 수확을 준비했다.

쉬엄쉬엄 절경을 감상할 여유가 이들에겐 없다.

여전히 살아 있음이 기적처럼 느껴지므로 왜 살아 있는가. 삶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혼돈의 시대 속에서 지리산 골짜기로

들어온 빨치산들로 인해 한때 이곳은 영문을 모르고 죽어야 했던 이들이 있었다.

 

 

 

 

죽어야 하는 이유가 없었다면 살아 있어야 하는 이유 또한 분명치 않다.

쌀 한 톨, 콩 한 줌을 아끼는 것은 그저 먹고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목숨 값을 남겨야 하는 책임이 있다.

수많은 봉우리마다 같은 모습이 없는 것처럼 골짜기에 스며 사는 사람들

또한 저마다 형편과 처지를 따라 존재의 가치를 만들어 간다.

 

 

 

 

지리산 문수골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는 오미리는 예부터 천하 명당이라 알려진 마을이다.

그 명당마을에서도 핵심 명당자리에 위치한 집이 운조루다.

조선 영조시대, 그러니까 1776년부터 이 자리에 있던 집이다.

운조루는 거대하면서도 미세한 목 공예품 같다.

네 칸의 사랑채는 몸체 뒤쪽으로 꺾여 이어진 두 칸의 날개가 달려 있고,

보통 사랑채는 큰 부엌이 없는 법인데 안채 통로까지 겸한 큰 부엌이 있다.

대대로 사람이 많이 살았던 모양이다.

사랑채 왼쪽 끝 기둥 밖으로 난간이 둘러진 건물은 완전한 누마루 형식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배품의 미덕을 실천하라는 뜻이다.

운조루가 지금까지 보존된 또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세월은 있던 것을 사라지게 하고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흥망성쇠의 마술 지팡이를 가졌다.

그래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변화가 두렵다.

어떻게 하면 잘 살 것인가 고민하고 뛰어다니지만,

잠시 생각해 보면 그건 결국 어떻게 죽을까 하는 말과 다르지 않다.

풍성한 수확을 앞에 놓고도 여유를 부릴 수 없는 이유다.

초라하지 않게, 비겁하지 않게, 꿈은 하늘에 닿고 발걸음은 온 땅을 누비며,

시간 주머니를 채워 나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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