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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가을을 아쉬워하는 한탄강과 명성산의 포천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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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곳으로 가면 누군가를 만날 수 있겠지 기재하는 곳,

가을이 깊어지는 포천에서 최고의 삶 인사를 드립니다.

조그만 돛단배 위에 사공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은 한탄강.

흰 눈이 흩뿌리는 것처럼 손사래를 치는 명성산의 절경 속에서

나그네의 유랑이 고달프지만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성, 기쁨도

줄 수 있기에 떨어지지 않는 다리를 오늘도 옮겨 놓는다.

 

 

 

 

누군가는 말한다. 한이 서린 강, 한탄강이라고

아파서 반짝이는 물결이라 눈물이 그렁그렁하다고.

그러나 한탄강의 진짜 이름은 은하수 여울물이다.

견우성과. 직녀성을 잇는 은빛 강물 위로, 별처럼 박힌 단풍들,

나도 한 입 낙엽 되어 눈물처럼 흐르고 싶다.

 

 

 

 

해가 담긴 수만 개의 화살이 지상으로 내려온다. 맑은 얼굴로 다가오는 낯선 하루,

섣불리 다가오지 말라고 산은 안개의 바다를 드리운다.

반가움은 애써 감춘 채 그래 당신의 슬픔은 늘 무채색이었지,

그 무채색의 슬픔을 더듬어 온 내 발길이 무겁다.

그가 내게 바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왜 괜스레 빚을 지고 사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을까.

 

 

 

 

안개에 잠긴 호수가 말한다. 아무리 힘겨워도 결코 진실한 삶에 등 돌리지 말라고,

누군가 내 삶 속으로 들어온다. 누구일까 하는 기대감이 앞서 마중을 나간다.

담담한 표정, 세상사 사소한 것에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눈빛이 속 깊은 강물을 닮았다.

욕심을 버린 사람의 모습은 흙탕 속에서도 맑고 깨끗한 꽃을 피워내는 연꽃과 닮았다.

많은 시간을 오랫동안 묵혀온 그리움의 산물들이 그림자처럼 꿈틀댄다.

긴 그림자를 밟고 그리움들이 깊고 깊은 색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자식이 그리워도 힘들까 내색하길 삼가는 부모의 마음 그 큰 사랑에 비하면

자식들의 그것은 얼마나 깨알 같은 마음인가.

이제 나는 더 깊어진 가을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오색으로 물들어가는 가을 숲, 붉게 여윈 나무에 내 마음도 묶여 버렸다.

아이에서 고독한 어른으로 성숙해 있는 나를 돌아본다.

그 사이 나는 나 자신과 불화의 긴 나날을 보냈다.

이제 잃어버린 시간의 숲으로 향한다. 가을은 가식과 허위를 떨어내고

불화한 모든 것들과 화해하라고 있는 계절 자신을 낮추고

용서하라고 찾아온 겸허한 시간이다.

묶여 있던 나는 방금 어디에서 놓여난 듯하다.

 

 

 

 

용서하라. 가을이 전하는 그 엄청난 사랑의 말을 기억해낸 순간

내 몸은 서서히 풀려나기 시작했다.

그새 꿈을 꾼 건 아닐까 잃어버린 시간의 숲에서 나오니,

따뜻하고 보드라운 햇살이 나를 끌어안는다.

세상이 숨소리를 가라앉히고 있다. 나는 그저 떠도는 존재로 남고 싶다.

한 곳에 머물면 욕망이 자란다. 욕망이 자라는 땅에선

자신이 없어 홀로 길을 떠난다. 커다랗게 밤나무가 자란 마을을 기웃거린다.

주인이 누구일까 누구인지 몰라도 이 집주인은 분명 욕심 없이 한 세상을 살았으리라.

 

 

 

 

대문 앞에 앉아 있는 노인에게서 내 어머니를 본다.

작은 몸이 도르르 말려 들어가 동그래진 어머니.

이미 욕망으로부터 멀어진 손, 그러나 사람이 어찌 욕망에서 초탈할 수 있을까.

어쩌면 노인은 다음 세상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심한 시선이 낡은 곳간에 머문다. 기골이 장대했을 한 때를 상상해 본다.

누구나 생애 가장 아름다운 한 때, 빛나는 찰나의 힘으로 평생을 살아내는 것이리라.

고향에 지척에 두고도 가지 못하고, 이북을 바라보는 사람들,

가을 속에 겨울을 사는 사람들이다.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시린 마음엔 언제쯤 봄이 올 것인가.

 

 

 

 

잃어버린 자들의 슬픔이 진하게 배어 나오는 곳 이 산을 왜 울음 산이라고 했을까?

궁예가 만국의 하늘 슬퍼해 통곡을 하자, 산도 따라 울었다는 울음 산.

이 가을엔 억새가 눈물만큼 아름답다.

명성산, 억새밭에서 나는 일렁이는 그리움의 목소리를 듣는다.

 

 

 

 

나를 그리워하는 너, 너의 목소리.

잃어버린 시간의 숲에서 나는 너의 목소리를 들으며 하얗게 울음을 운다.

손사래를 치며 짙어가는 가을 아쉬워하는 갈대, 나의 마음 이리라.

내려오는 길 호수 속에 비친 장관을 보면서 내 묵은 앙금을 호수에 던지고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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