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 여행

고대의 흔적과 바다 냄새가 나는 경남 고성에서.

728x90
반응형

안녕하세요. 최고의 삶 인사를 드립니다.

몸은 무겁지만 맘은 날아갈 듯 가볍다.

미지의 세계를 간다는 것, 갔다 왔다 하더라도 다시 가면 새로운 모습이 보인다.

우리나라처럼 좋은 환경은 없다. 바다를 보고 싶으면 몇 시간만 가면 볼 수가 있고,

산도 마음만 먹으면 등산할 수 있는 좋은 곳에서 살고 있다.

외국인들이 부러워하는 금수강산을 보유한 우리나라에 살고 있음을 감사하다.

바다는 늦가을을 겨울로 당기고 있고, 산은 하늘을 당겨서 겨울을 재촉하고 있다.

오늘도 발걸음은 경남 고성에서 흔적과 냄새를 기억하며 따라가고 있다.

 

 

 

 

아득히 먼 옛날 호숫가 늪지대였던 땅, 오래전 당신은 누구였나요.

키 낮은 어린아이 사랑을 잃은 도망자, 고향을 떠난 외톨이 떠오르세요?

그때 당신의 모습이. 당신의 얼굴과 목소리 한때는 전부였던 기억들이

저 흘러드는 바다처럼 여전히 당신의 가슴을 적시고 있나요?

그 바닷가에서 나는 오래된 시간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향내,

쓰라림과 달큼함이 뒤섞인 기억의 메아리를 들었습니다.

가을이 서둘러 떠나는 계절엔 눈앞의 풍경들이 적막한 사원처럼 다가선다.

나만의 분명한 색과 향이 무엇인지 묻는 길가의 중생들은

저마다의 몸짓으로 지난 시간을 말해준다.

 

 

 

 

쫓기듯 살아온 시간에 떠밀렸다고 변명하는 사이,

온몸으로 겨울을 맞고 있는 자연은 중생들이 참배하는 사원이 된다.

시금치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그 맛과 향을 품는다.

겨우내 밭에서 올라오는 싱싱한 시금치 덕분에 노인의 손에도 초록물이 배어든다.

지난여름 막둥이를 장가보낸 후 부부의 밭일은 한결 가벼워졌다.

살아가는 동안 눈부시게 좋은 날이 얼마나 될까? 어디서부터 사랑이었는지 모른다.

다만 육십 년이 흐르는 동안 그저 서로에게 충실했을 뿐.

이제 그 향기와 색을 닮은 일곱 명의 자식들이 그들처럼 누군가와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상족암은 바다에 잠긴 고성의 세월을 담고 있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퇴적 아래 담긴 것은 무수한 발자국과

그림자 입김이 남긴 추억들 이리라. 상족암은 오래전 큰 호수였다고 추정한다.

그 바닷가를 걷다 보면 일억 년의 세월을 건너온 태고의 흔적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발자국들은 저마다 자신이 짊어진 무게만큼 패어 있다 삶은 늘 미완이다.

항상 무언가를 채워야 하는 책임감과 채울 수 있다는 기대감 사이를

오가는 수레바퀴를 닮았다.

 

 

 

 

서로가 많은 것 깨우치지 않을까. 그래서 많은 걸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래전 이곳을 살다 간 생명들도 저희처럼 자식을 낳아 들뜬 발자국들을

숱하게 이곳에 남겨 놓았을 것이다.

그 시절에도 잠 못 드는 생명은 호숫가를 거닐고 그 어깨 위로는

푸른 달빛이 내려앉았으리라. 어김없이 계속되는 삶의 시간들이 바다 위로 떠오른다.

굴 농사는 봄에 종자를 받아 여름에 키워 늦가을부터 수확한다.

고성과 통영 거제 앞바다에서 나는 굴은 전국 생산량의 7할 이상을 차지한다.

바다는 고마운 기억들이 묻혀 있는 삶의 텃밭이다.

고성의 물빛이 따뜻한 건 그를 받아주는 넉넉한 품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연화산은 해발 528미터의 낮고 둥근 산이다.

꽃잎처럼 둘러싼 봉우리 안에 소박하게 나 있는 산길을 걷다 보면,

미처 떠나보내지 못한 가을의 기억들이 하나 둘 손을 흔든다.

 

 

 

 

포근한 산길 따라 내려간 곳에서 바다를 닮은 마을을 만났다.

돌담 넘어 풍경은 까치발 딛고 내다보던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 꿈결 속엔 나를 기다리는 어머니도 앉아 계신다.

사시사철 누군가를 기다리고 무언가를 담아내는 마당은 어머니의 포근한 품을 닮았다.

오랜만에 찾아와 그 한 구석에 앉아도 변함없이 편안하고 포근하다.

떠난 자식을 기다리던 어머니의 시간도 어느덧 하얗게 샜다.

모처럼 서울서 온 아들 며느리가 반가워 어머니는 마실도 마다한 채 마당을 지킨다.

 

 

 

 

내주고 또 내줘도 부족해하는 어머니, 마음 먼 길 떠나는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해가 저물도록 밭에서 나오시지 않는다.

산과 바다가 내어준 넉넉한 품속에서 비로소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직 내 기억 속에 따뜻한 얼굴과 이름들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남해 바다는 고마운 추억들을 품었다.

시간의 긴 그림자는 내 기억의 흔적들에게 말한다. 당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면서 바위에 흔적을 남긴 공룡발자국, 가을의 단풍의 기억들이

나의 마음속에 넉넉함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728x90
반응형

네이버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