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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생각을 깊게 만드는 지리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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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 인사를 드립니다.

왜 당신은 산에 올라가냐고 하면 난 그곳에 산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죠.

그곳에는 목적도 다른 이유가 없이 단지 그곳에 산이 있다는 것이다.

세속에서 여러 가지의 번뇌가 있을 때, 대부분 배낭을 메고 산에 오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올라가는 동안 어려움과 땀을 느끼기 때문이다.

인생은 고해라고 하지 않던가? 그것을 느끼고, 자기 자신을 깨닫는 것이

산에 오르는 이유라 할 것이다. 지금부터 천천히 산에 올라가자.

 

 

 

 

나는 물들기 쉬운 사람, 너무 많은 색깔을 가지고 있으나 흰색 앞에선 곧 창백해지고 만다.

삶이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될 때마다 어김없이 눈이 내렸다.

겨울 지리산에서 나는 다시 하얗게 물든다.

어리석은 사람도 이산에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고 했던가?

생애 어느 한순간도 지혜롭게 살아왔다고 자신할 수 없다.

이 또한 지혜롭지 못한 탓이리라.

이 산길 그대로 오르면 정녕 하늘과 통할까

하늘과 땅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모호한 통천문을 지나 어느새 하늘 가까이 다다랐다.

격정을 이기지 못해 혼자서는 절대 오르지 못할 것만 같은 아득한 곳.

천왕봉에 오르니 시끄러웠던 나에게서 모든 소리들이 빠져나간다.

 

 

 

때론 고단하고 때론 환희에 찬 삶의 무늬는 지리산 어느 산골 마을에도 어김없다.

겨울 빛 일렁이는 뒷마당에 앉아 노인은 공들여 장작을 패고 있다.

산골에서 화력이라곤 장작이 내는 불기운이 전부다

그러니 대단한 월동 준비가 아닐 수 없다.

욕심 하나 없이 만족하며 사는 모습이 넉넉한 이 산을 닮았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땅도 세월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몇 번씩 주인을 달리했다.

느릿한 시간 여행을 해야 하는 산골이 싫었으면

누군가 붙잡아도 미련 없이 떠났을 것이다.

소박함을 함께 나눌 이들이 있어 산골 생활의 적적함이 한결 덜하다.

경남 함양, 하동, 산청, 전남 구례, 전북 남원에 걸쳐 있는 영산,

백두산이 아버지의 산이라면 지리산은 자유로운 어머니의 산이다.

 

 

 

 

적막함이 싫었을까? 산이 잠시 사람 사이 가까이 내려왔다.

아지랑이 피어나는 봄 들판에서 파르르 하게 땅의 기운을 깨고

나온 것들이 사람을 반긴다. 어느 쪽이어도 좋다.

사람이 사람을 향해 일렁이고 있다는 게 중요할 뿐,

사람과 사람 사이 푸르게 일렁이는 불빛 하나가 이곳에도 머문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이 공간을 화들짝 깨우는 벌써 오십사 년째,

그는 이곳에서 쇠를 다루는 대장장이로 살아왔다.

고요하던 공기의 입자들이 갑자기 생생하게 서로 부딪히며 즐거워진다.

신념처럼 평생 누군가에게 약속을 지키며 살아온 세월,

문득 아이처럼 묻고 싶다. 손끝에서 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당신에게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은 무엇이었냐고?

 

 

 

 

오죽하면 고해라 했을까.

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참으로 고단하고 쓸쓸한 모양이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마음은 조리대를 흔드는 바람만 같다.

두서없이 늘어가는 상념도 그리하여 눈 내린 어느 날

어두운 마음의 빛이 찾아들길 기다리는 간절함으로

누군가는 저 눈 덮인 산길을 하염없이 올랐으리라.

무엇이 그리 두려웠을까 지리산 칠선 계곡이 꽁꽁 얼어붙었다.

갈피를 못 잡던 마음을 추스르려 뒤로 물러나니 그제야 눈이 맑아진다.

세상은 가까이 다가서기보다 한 발 물러났을 때 더 많은 것이 보인다.

 

 

 

 

지리산 천왕봉으로 올라가는 길목 어느 산골 마을 이맘때면 산죽을 엮는 손길이 바쁘다.

행여 티끌이라도 빠져나갈까 촘촘히 엮는 그곳은 복조리다.

복조리 농사는 겨울이 깊은 지리산 산골 마을에선 요긴한 겨울 농사다.

대처로 나간 자식들 공부시키느라 산골의 부모들은 겨울이면 손마디가 더 굵어졌다.

어쩌면 자식은 부모가 지은 빛과 빛이 없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그림자,

그 공덕으로 살아가는 것이리라. 어지간히 기운 해가 지리산 중턱에

내려앉은 저녁 무렵 향긋하면서도 깊은 차향이 잠시 방랑을 쉬어가게 한다.

어떤 삶은 칠선 계곡의 지천인 약초들로 차를 만들어 마시며 지리산에 묻혀 살고 있다.

 

 

 

 

산이 사람을 품었나, 사람이 산을 품었나, 풍경을 읽는 것은 지극히 사소한 마음의 일이다.

그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이다.

풍경을 바라본다는 것은 그 풍경을 바라보는 내 자리를 깨닫는 것.

그날 내 눈 속에 들어온 풍경은 무한 천공에 펄럭이는 바람이기도 했고

푸른 하늘에 수직으로 빛나는 맑은 달이기도 했다.

아직도 내 안에는 벗지 못한 번뇌들이 가득한데

어찌하면 눈앞을 막아서는 어리석음에서 깨어 하얗게 날아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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