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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옛 시간을 고이 간직한 경남 남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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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밀물과 썰물이 만나는 곳 남해에서 최고의 삶 인사를 드립니다.

얼굴에 부딪치는 바람이 쌀쌀하게 다가온다. 이제는 제법 겨울의 역할을 담당하는

12월이다. 푸른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는 힘을 보며 용기를 얻고,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다랭이 논의 예술을 보며 감성이 풍부해지고, 모든 것이 여행은

사람들을 예술가의 모습으로 변모하게 해 준다. 그 모습 속에서

남해의 진면목을 보는 여행이 되었으면 한다.

 

 

 

    

흘러가는 것은 단지 시간만이 아니다.

바람과 햇볕 그리고 눈물겹게 간직하고 싶은 지난날의 기억,

가슴이 멍들도록 그렇게 누군가를 그리워해 본 사람은 태풍이 지난 다음에

찾아오는 고요함의 의미를 고요함 속 깊이 흐르고 있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삶의 노래를

눈빛 선연하게 다가오는 남해 다도, 섬들 사이로 오늘도 바닷물은 거세다.

밀물과 썰물, 이 오묘한 드나 둠의 반복이 생명 순환의 질서를 만들어낸다.

바다와 육지는 그렇게 만났다. 서로 자신의 한쪽을 주고받으며 수많은 생명들을 건사해 왔다.

 

 

 

 

채워지면 비워내야 한다. 비워내면 다시 채워진다.

그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일러준 이치였다.

추운 갯가에 나가 온종일 굴을 따는 우리의 어머니들은 바다가 내어준 만큼

얻는 것을 숙명으로 여겼고, 자연의 일원으로 사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치에 순응하는 것이다.

 

 

 

 

 

호랑이가 하루 천리를 가고 물고기는 하루 만리를 간다고 했다.

그저 푸른 바다 같지만 어부에게 바다 밑은 인간 세상 못지않게 복잡하고 분주한 세상이다.

고기들이 어느 길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아야만 어부는 비로소 그물을 내릴 수 있다.

어부 부부가 건져 올리고 있는 것은 통발이라 불리는 문어 잡이 그물,

그런데 요즘 바다는 예전 같지 않다. 노래미, 붕장어 우럭들이 통발 속을

차지하고 앉아 정작 잡아야 하는 문어 만나기가 그만큼 귀해진 것이다.

수백 개의 통발을 이용 온종일 건져 올린 물고기 값은 대략 십오만 원 정도

기름 값 빼면 겨우 4~5만 원 정도 수입에 불과하다.

하지만 부부는 이 거친 파도와 바람 속에서 지난 삼십여 년 바다 인생을 살아왔다.

비록 부유하지는 않지만 망망한 바다와 함께 평생을 살아온 부부 어쩌면 밀물과 썰물처럼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을 부부는 또다시 내일을 꿈꾸며 푸른 바닷속으로 그물을 던진다.

 

 

 

   

남해군 남면에 가면 가천마을 다랭이 논이 마치 삶의 지도처럼 굽이굽이 펼쳐진다.

시골 마을 곳곳 묵정밭이 많다지만 이곳 다랭이 논은 한겨울에도 여전히 풀빛이다.

마늘이며 무, 배추 애써 심어 놓으면 바람과 햇볕 구름이 오가며 예쁘게 키운다.

고들빼기는 지난 한 철 동안에 잘 자랐다.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깔깔한 겨울 입맛을 되살려 놓을 수 있을까?

할머니의 손길 덕택 이리라. 바다로 둘러싸인 까닭에 변변한 전답 하나

구하기 힘들었던 곳이 남해였다. 때문에 사람들은 주저앉을 수 있는 면적만 있어도

돌을 쌓고 흙을 모아 전답을 만들어 냈고 농기계조차 들어올 수 없는

이 가파른 땅을 억척스럽게 건사해 왔다.

 

 

 

 

푸른 바다를 내다보며 다랭이 논의

삶을 이어왔던 가천마을 사람들, 그러나 농번기가 끝난 지금 집을 지키고 있는 것은

따사로운 남녘의 햇살 그리고 툇마루 위 정겹게 걸려 있는 사진 몇 장,

잘 살아보겠다며 도시로, 도시로 떠난 자식들의 꿈은 이제 여물고 있는 것일까?

이제 더는 내줄 것이 없어 두런두런 자식 생각하며 생선 몇 마리 내걸었건만

온종일 탐내고 있는 것은 고양이 한 마리뿐이다.

고즈넉함 속을 채우고 있는 오래된 기다림을 도시의 아들, 딸은 알고 있을까

 

 

 

 

이 시절이면 남해군 곳곳에선 황금빛이 가득하다.

그 빛 속의 유자 향은 그윽하고 마음까지 맑아진다.

예로부터 유자 치자 비자 등 3자의 고장으로 불렸던 남해.

오뉴월 꽃이 피기 시작하여 남해의 바람과 햇빛을 받아 성장하는 유자는

긴 여름과 가을을 거치며 노란색을 입기 시작하고 드디어 입동 근처

십이월 황금빛 열매로 사람에게 되돌아온다.

탱자와 접을 붙인 타 지역의 유자가 겨우 십여 년 수확할 수 있는데

반해 남해의 유자나무는 삭아 부러질 때까지 열매를 매달았다.

이렇듯 모질고 생명력 있게 살아낸 것이 어디 유자나무뿐일까?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주고 헐벗은 채 홀로 바닷바람 속에 남아 있는 폐가.

폐가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이곳을 거쳐 갔던 옛 삶의 여정,

해발 681미터의 금산은 남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바다였다.

삶의 풍랑을 만났을 때, 등대처럼 사람들의 귀의처가 돼주었던 천오백 년 고찰 보리암.

세상에 사소한 것이란 없다. 바람 한 줄기 나무 한 그루 이렇듯 삼라만상의

어울림을 보며 많은 시인 묵객들은 가슴속에 들어있는 시심을 꺼내놓고 있다.

 

 

 

 

미륵 부처의 도움이라는 아름다운 뜻을 갖고 있는 미조 항.

남해의 아침은 늘 싱싱한 해산물이 거래되는 이곳 미조 항으로부터 시작된다.

힘 좋은 방어와 횟감으로 그만인 쥐치 그리고 물메기 우럭, 농어, 민어, 문어,

남해 멸치는 싱싱함을 몸 가득히 담아내고 그래서 이곳 사람들의 자랑거리다.

바닷속을 떠돌다 드디어 남해 바닷가 햇볕 좋은 곳에서 여정을 끝낸 멸치,

누운 멸치 속에 들어있을 수많은 이 바닷속 그 여정의 시간,

어느 날 문득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을 때, 가슴속에 감춰둔 스스로의

쓸쓸함과 대면하고 싶을 때 우리는 바다를 찾게 된다.

 

 

 

 

그리하여 마음속 길게 이어져 있는 추억의 정박지를 향해 조금씩 다가가고 싶어 한다.

한 시절 누군가를 지독히 사랑해 본 사람은 안다.

겨울 바다에서 겨울나무로 그저 흘러가는 것이 시간만은 아니었음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우리들의 눈물과 사랑과 좌절, 남해 바다는 그저 푸른 것만은 아니다.

푸른 일렁임 속에 들어있는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바다는 이렇듯

우리를 스쳐간 옛 시간의 기억을 오늘도 따뜻하게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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