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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웃음과 눈물이 교차되는 강원도 화절 령을 넘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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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The Best Life) 인사를 드립니다.

인생의 노정을 걷다 보면 누구든지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는 생각만 해도 입가에 웃음이 터져 나오는 기억도 있을 것이며,

좋은 추억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생각하고 싶지 않은 슬픈 추억도 있을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데에는 심적으로 데미지는 있겠지만 일몰이 가까워서

그것을 바라보았을 때는 그것이 바로 약이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오늘 힘겹게 넘어가는 화절 령은 그런 추억들이 가득한 곳이다.

그 추억을 더듬으며 함께 화절 령으로 발을 옮겼으면 합니다.  

 

 

 

 

손 시린 기억 길은 찬바람 속에 낯설었다.

절망하지 않기 위해 함께 좋아했던 것들을 떠올린다.

눈꽃 안개 오솔길 선택할 수 없었던 두 개의 마음을 어찌 헤아렸을까?

그대의 생각에 흐린 겨울 화절 령에선 눈물이 맺힌다.

그대 다녀간 빈자리에 찬 안개가 스민다.

메마르고 굽은 등뼈를 어루만지는 대지의 입김.

파리하게 떨고 있는 초겨울 숲이 허허롭다. 생에 꽃이 진 나무들은 말이 없다.

 

 

 

 

그래도 지워지지 않는 마음은 소리 내어 울고 있는가?

귀를 막아도 들리고 눈을 감아도 보이는 그리운 얼굴,

쓸쓸히 낙엽이 진 겨울 숲, 그대의 빈자리 모름지기 눈물 한 방울 떨군다.

어쩌다 이런 첩첩 산골에 삶을 풀어놓았을까

 

 

 

 

온통 눈이 빨개지도록 화절 령을 덮은 진달래, 수십 번 피고 지고 또 피고 졌다.

진달래 꽃 꺾으며 화절 령을 넘던 철부지 새색시가 삶의 무게를

어찌 짐작이나 했을까 생존을 위한 어떤 기억은 불에 된 자국처럼 선명하다.

기쁨과 슬픔으로 짜 나아간 평생을 어찌 한마디로 말할 수 있을까.

그때 그 순간 흘린 것이 눈물인지 빗물인지 애써 기억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하늘 아래 첫 집을 뒤로하고 서둘러 발길을 재촉한다. 다행히 겨울비는 그쳤다.

산속에서 만난 노인은 한 치의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다.

어쩌면 그는 스스로의 운명과 끊임없이 싸움을 하며 한 세상 치열하게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는 동안 이 화절 령만큼이나 깊고 험한 인생 고개를 몇 번이나 넘어왔을까?

 

 

 

 

운명 같은 화절 령, 넘어가는 길에 아리랑은 길고 길었다.

화절 령에 꽃 대신 눈꽃이 활짝 폈다. 화절 령을 넘나들던 이들의 외로움이 소복이 쌓였다.

언제나 제 닿을 곳을 알지 못하고 흩날리던 마음, 가도 가도 막막한 가슴 열어주는

화절 령의 눈꽃 밤새 내리는 눈, 무엇을 느꼈기에 걸음을 멈추었나.

이곳은 속삭임을 주고받는 비밀의 통로, 십이월의 해가 멀지 않은 곳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다. 눈 덮인 산중 연못에 망부석이 되어 서 있는 이들은 누구인가?

한숨짓던 마음들이 방울방울 눈물로 맺혔다.

 

 

 

 

사연인 즉 이곳은 깊고 어두운 탄광 굴에 남편을 보낸 아내들이 그들의

무사한 영을 빌던 곳이다. 석탄 산업이 활황이던 1960~70년대 봄이면 처녀들이

꽃을 꺾으며 넘던 화절 령 고갯길에 석탄 길이 이어졌다.

먹고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막장 인생들이 이곳에 주저앉아 첩첩 산에

가로막힌 고향을 얼마나 그리워했을까? 길에도 귀천이 있다면 탄부들의

눈물과 한숨이 섞인 화절 령은 분명 주목받지 못한 길이었으리라.

비록 누추할지라도 오다가다 곤해진 나그네를 쉬어가게 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단조로운 일상을 잠시 지켜본다. 화절 령 아래 갓 살림을 차린 신랑, 각시는

어느새 굽이굽이 인생 고개를 다 넘어온 서러운 나이가 됐다.

 

 

 

 

선한 웃음 멋 적은 탄식으로 미안한 속내를 내보인 남편의 마음을 아내가

어찌 모르겠는가. 화절 령 넘어 떠나보낸 자식들로 위로받기엔 흘러간 세월이

너무 쏜살같았다. 한 사내가 일군 고단한 인생 밭, 척박한 땅에 한 인생의 무수한

나날이 박혀 있다. 어긋난 흔적과 몸부림, 젊은 날 다 못 쓴 편지와 한 숨,

피 척 거리며 한 세월을 걸어가는 이유다.

 

 

 

 

무게를 이룬 지게를 짊어지고 고갯길을 오르는 사내는 어쩌면 눈물로 시야가

가려졌을지도 모른다. 왜 한 사내가 스스로 길이 아닌 곳으로 걸어가야 했는지,

견뎌냈던 인생에 구비마다 어떤 사연들이 있었는지, 아스라한 그곳 화절 령

꽃 꺾던 고개에서 이제 삶을 추억한다. 비록 그 추억이 한 방울 눈물로 흐를지라도...

 

 

화절령

백운산(1,426m)의 산허리를 휘감아 돌며 함백산 새비재까지 이어지는
84㎞의 비포장 길이 있다. 과거 석탄 산업이 활발하던 때 석탄을 운반하던 운탄길이다.
그중에서도 영월 상동과 정선의 사북을 잇는 고개인 화절 령은 봄날 산나물 뜯으러
나온 여인들이 지천으로 널린 진달래를 꺾었다 해서 ‘꽃꺼기재’라고도 불리는 길이다.
 
탄광이 문을 닫으며 석탄을 나르던 트럭은 사라졌지만 이름만큼이나 예쁜 길이 남아
트레킹 코스로 각광받고 있으며 오프로드 드라이빙을 즐기는 마니아들과 산악자전거,
ATV를 즐기는 마니아들에게는 국내에서 흔히 만날 수 없는 소중한 길로 사랑받고 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촬영지로 일명 ‘엽기 소나무’가 서 있는 초입에 들어서면
울창한 숲과 천 길 낭떠러지가 함께 있는 화절 령이 시작된다. 진달래가 피는
봄과 겨울 설경을 으뜸으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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