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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여운과 추억이 머무는 충남 서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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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입니다.

인생을 사노라면 여운이 없다는 것은 정말 완벽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겠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끝없이 달리다 보면,

인생의 종점에 와서 먼 하늘을 바라보며 여운만을 떠올리며

실없는 웃음을 날리며 뿌연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그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여운과 추억이 머무는 충남 서천에서 되새겨 본다.

 

 

 

 

그 바다에 가면 햇빛 알갱이들이 아롱지며 퍼져간다.

이제 막 물기를 머금은 어린 나무의 나이테처럼 햇살이 제대로

익어가는 서쪽 바다 봄빛 가득한 이 바다에선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마음속 끝없는 바다에도 예쁘고 믿음직한

등대 하나 두었으면 좋겠다. 무작정 길을 나서도 돌아오는 길을

잃지 않도록 내게도 등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새벽녘 바다에 나가 힘차게 바다 농사를 짓고,

돌아왔을 배들이 기진한 몸을 잠시 쉰다.

봄 햇살이 참으로 보드랍게 내려앉은 오후 마냥 무기력해 보이는

이 생명의 살아서의 모습은 어땠을까.

그래도 이 미약한 생명은 죽어서까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있다.

뱅어포를 팔아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는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다.

부모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은 왜 자식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이 괜찮은가.

아무리 헤아려도 헤아릴 수 없는 바다처럼.

깊은 속내다 바다가 또 한 편의 수채화를 남기고 떠났다.

이 마을 사람들은 바다가 그린 그림에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맡았다.

모두들 각자의 위치에서 그림을 완성한다

갯벌은 마르지 않는 화수분 같다.

진짜 살이 통통하게 올랐을 싱싱한 조개들이 군침을 삼키게 한다.

여운과 추억이 머무는 충남 서천에서 힘차게 파도를

가르고 달리는 배가 힘차게 달린다.

 

 

 

 

그중 맛조개의 등장은 실로 흥미롭다.

맛조개들이 오늘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

하루 종일 젖은 땅에 손 담그는 일이 힘들지도 않은지.

여인은 연신 신바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저마다의 바다를 품고 산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고 왔다가도 가야만 하는 게 순리다.

그걸 알면서도 번번이 당황스럽고 아픈 것은 왜 일까.

배가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아도 서두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운과 추억이 머무는 충남 서천에서 화려했던 바다를 바라본다.

 

 

 

 

모두들 정해진 순서를 아는 것처럼 기다림마저 일사불란한

선착장 사람들이 장항 군산 간을 오가는 배에 오른다.

다들 무슨 일로 이 배에 오른 것일까 누군가는 군산에서

싼 값으로 떼어 온 갈치를 팔아 노년을 살아내는 모양이다.

육로가 있어도 장항 군산 가는 뱃길이 수월하다며 배를 고집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있는 한 장항, 군산을 오가는 배는 서쪽 바다의 주인공이다.

여느 때처럼 긴 그림자만이 선실을 찾는다.

빼곡하게 빈자리를 채웠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인생살이도 좋았던 시절이 지나가듯 장항, 군산간을 오가는

배도 호시절을 보내고 지금은 한가한 노년기에 접어들었다.

이 뱃길에서 선장도 젊음을 다 보냈다.

배가 이 시간을 더 깊은 추억 속으로 데려가려는 모양이다.

시간은 같은 속도로 흐르지 않는 게 분명하다.

천천히 흘러가도 좋은 곳에선 더 천천히 흐른다.

느린 것이 용서되는 이곳에선 모든 것이 더디게 흐른다.

낯선 이의 모습에 멍멍이도 꽤나 목청을 높인다.

이 거리도 한 때는 사람들의 소리로 생기가 넘쳤으리라.

시간이 고여 있는 이곳엔 즐긴 추억이 머문다.

머문다고는 하지만 실상 모든 것은 구름이나 강물처럼 흐른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흐르고 변하는 게 순리다.

 

 

 

 

성리학을 집대성한 고려 말의 대학자이자 충신이었던 목은 이색.

그는 개혁가였지만 정작 옳지 않은 변화엔 순응하지 않았다.

이색의 지조와 절개를 닮은 문헌서원엔 육천 여수의 문장이 살아있다.

소리가 없으면 내 마음이 번거롭고. 소리를 내면 남의 귀에 들리는구나.

그러나 두 가지 생각이 다 옳지 않다며 이색은 자신의 몸을 깊은 산중에 숨겼다.

여운과 추억이 머무는 충남 서천에서 목은 선생의 모습을 기억한다.

서천의 산색은 그래서 더욱 깊고 짙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 신성리 갈대밭에서 나를 바람에 맡긴다.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바람이 지나고 나면 반드시 잔잔한 평화가 찾아오리라.

봄날의 호수가에선 모든 것이 가볍다.

어떻게 하면 무거운 삶에서 벗어나 햇살처럼 바람처럼 가벼워질 수 있을까.

그러나 가벼움의 뿌리는 무거움이라 했던가.

가벼워지고 싶거든 자기 안의 무거움을 껴안아야 한다.

그 무거움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

젊은 날에 그렇게도 붙잡고 싶었던 것들은.

바람처럼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갔다.

그것들이 존재 저편으로 사라지고 나니,

어느새 삶은 감당할 수 있는 무게로 가벼워졌다.

 

 

 

 

산하의 푸름이 짙어졌다.

단선 철도 위를 달리는 장항선이 소리를 낸다.

미처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이제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거라고.

그러나 자신도 한 때는 뜨거운 열망으로 심장이 두근거렸노라고.

떠나고 나면 남는 것은 이름과 쓸쓸한 추억뿐이다.

 

 

 

 

그러니 서로 마주한 채 혹은 어깨를 기댄 채 한 세상 보내면.

그걸로 족하지 않을까. 달리다 어느 순간 멈출 줄 아는 지혜를 가진 기차.

서쪽 바다를 향해 묵묵히 달려와 이제야 크고 먼바다에 이르게 된

장항선이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여운과 추억이 머무는 충남 서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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