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 여행

충남 태안의 바다처럼 우리는 모두 사랑하자.

728x90
반응형

안녕하세요. 최고의 삶 인사를 드립니다.

막연한 입술로의 사랑, 하얀 도화지에 그려진 글씨의 사랑이 아니라

진정으로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눈보라와 비바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랑을 하자. 다시 방문을 하는 태안에서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뜻깊은 여행이었다.

 

 

 

 

우린 진정한 사랑을 해 보았던가?

지상에서 바르지 않는 유일한 희망은 바로 사랑

무뎌졌다. 나이를 탓하기도 하지만 잠시 잠을 자고 있는 것뿐,

언제나 처음처럼 다시 사랑에 빠진다.

폭풍의 계절을 지나 성숙의 과정을 겪고 바다는 이제 평온하다.

그 겨울 바다가 따뜻하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모래 언덕이다.

만 오천 번의 겨울이 지나는 동안 바다는 사막이 됐다.

파도는 해안에 모래를 실어 나르고 바람은 다시 여기까지 옮겨 놓았다.

하지만 모래 언덕은 메마르지 않다. 바람은 바다의 건강한 물기도 머금고 있다.

사막엔 그래서 생명이 가득하다. 바다를 향해 열려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외지인들은 보통 여름 바다와 교류하지만 태안 사람은 겨울에 소통한다.

풍요롭고 특별한 계절이다. 바다만큼 역동적인 모성도 없다.

육지가 쩍쩍 얼어붙는 기온에도 여전히 낳고 키우고 보살피는 억척스러운 어머니다.

사시사철 하나가 기울면 하나가 풍족해지니 이곳에선 사계가 공평하기 바쁘다.

그중 김 양식은 혹한일수록 수확이 좋다.

더운 기운에 맥을 못 추다 추워져야 포자에서 싹이 자란다.

운명은 이런 곳에서 쓰이는 말이다. 용을 쓰고 애를 태워도 달라지는 결과는 없다.

순응하지 못한다면 업으로 살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체념이 아니라 포기를

모르는 용기와 닮아있다. 해안가에도 겨울이 빛을 발하고 있다.

 

 

 

 

굴도 역시 겨울이 제철, 앞으로 두어 달까진 굴을 실어 나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세대가 바뀌었다고 세상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양식장은 요즘 것이라고

봐줄 만한 구석이 없다. 풍경만 놓고 보자면 올해인지 십 년 전인지 구분이 되질 않는다.

사실 바다에는 세월이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달라지는 것은 바다 위 풍경뿐이다.

 

 

 

 

오백 년 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

소근 진성이다.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지은 산성은 제 역할을 다하고도

여전히 태안을 지켜본다. 장성한 자식들이 떠나가도 남은 자리에서 기원하는 부모처럼

소근 진성은 태안의 아버지다. 이곳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일상의 모습은

그래서 여전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는 껍질만 남기고

속을 전부 내주는 굴처럼 자연처럼 그렇게 살았다. 바닷가 마을엔 바람이 멈추질 않는다.

 

 

 

 

삼십 년 전인가 사십 년 전쯤인가 이 바람은 한 소년의 가슴에 꿈을 지켜 놓았다.

소년은 넓은 바다 너머에 존재할 더 넓은 세상을 그리며 가슴 아리를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소년은 떠났다. 그리고 초로의 나이가 된 후 도자기를

만드는 장인이 되어 돌아왔다. 소년의 가슴을 뛰게 하던 꿈은 어머니를 위하는 마음이 됐다.

서툰 아들이 큰 도움이 될까 싶지만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어머니에게는

산 같은 안식이 된다. 더 많은 것을 보고자 고향을 뒤로했지만

어디에서나 밟히는 것은 다시 고향이었다.

 

 

 

 

그래서 아들은 태안을 도자기에 담았다.

매끈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은 모양새를 세상은 새로움이라고 평했지만

풍경을 조금 빌렸을 뿐이다. 유년의 기억이 가득한 자리는 지금 작업실이 됐다.

어머니가 편히 일하실 수 있게 한편을 마련해 드리고, 아들은 부엌이 있던 자리에서

도자기를 빚는다. 우리는 살면서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누군가를 욕망한다.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살다 보면 느닷없이 외로움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누구는 푸념을 하고 누구는 내색하지 않지만 바라는 바는 모두 같다.

하지만 그 희망의 여명을 밝혀야 할 사람은 바로 나다. 누군가에게 스스로 그런 존재가

되어 주는 것, 썰물과 밀물에 드나듦에 상관하지 않는 믿음이 있는 사람.

그 따뜻한 사람은 부모와 부부, 친구라는 이름을 가진 모든 이들이다.

그래서 스스로 느끼는 정도보다 우리의 체온은 더 높다.

단지 그리움이 큰 것뿐이다. 사람은 섬이 될 수 없다.

 

 

 

 

하다못해 새들에게도 지극한 사랑은 존재한다. 먼 길을 날아오다 보면 식구를 놓치기도

하는데 그러면 먼저 도착한 녀석이 가족을 기다린다.

이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천수만에서 식구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기러기의 부부에는 지고지순이다. 대표적인 철새인 가창오리도 먼 길을 날아왔다.

시베리아에서부터 무려 삼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여행이다.

주어진 대로 꾀부리지 않고 살아가는 녀석들이다.

 

 

 

 

천리포 수목원에는 만여 가지 식물들이 사계절 내내 다양한 색을 싹 틔운다

떨어지는 날개라는 뜻의 나구송은 가을빛을 내뿜고 있고, 뿔남천은 봄기운이 완연하다.

벚꽃까지 수줍게 꽃망울을 터뜨린 가운데 제 계절에 어울리는 호랑가시가 눈에 띈다.

홀리라고도 부르는 호랑가시는 크리스마스 트리나 장식품에 곧잘 쓴다.

 

 

 

 

청명한 하늘에 시한 조각이 걸려있다.

까치가 지키고 있는 집은 천상병 시인의 생가다.

원래는 의정부 수락산 아래에 있었는데 철거될 위기에 놓여 벽돌 한 장까지

고스란히 가져왔다. 회색의 벽 안에서 시인은 말간 시어를 쏟아냈다.

마지막 순수시인 천상의 시인이라고 불리던 천상병,

모진 시기를 만나 그의 몸은 병들었으나 그의 시는 더욱 투명해졌다. 하늘을 닮아갔다.

 

 

 

 

진하고 부드러운 계절이다. 바다를 품은 하늘, 대지를 감싸는 바다,

그리고 땅 닮은 사람, 모두 큰 사랑을 한다.

사람은 사람이 있어 이 계절이 따뜻하다. 무채색의 겨울 넘어 원색의 무지개를 본다.

가슴을 채우는 파도에 콧잔등이 시리다. 우리는 모두 사랑해야 한다.

태안의 바다가 대지를 끌어 안 듯, 추워지는 겨울에 사랑으로 모두 안아주자.

그것이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모두가 위안이 될 것이다.

 

 

728x90
반응형

네이버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