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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거대한 산과 강이 만나는 경남 하동에서 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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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The Best Life) 인사를 드립니다.

높은 산자락의 허리를 잡고, 한쪽은 손을 벌려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는

섬진강의 넓은 가슴을 보면서 여러분은 무엇을 생각하십니까?

산과 강을 보고 자란 사람들은 뭐든지 넓어 보이고, 청순해 보인다.

상상해본다. 토지의 본거지인 최 참판의 집에서 넓게 펼쳐진 들녘을 바라보며

내 모습이 그곳에 거닐고 있는 착각을 한다. 오늘도 행복한 상상을 하며

길섶에 남아 있는 잡초 하나까지도 소중하게 보인다. 떠나자. 행복의 길로...

 

 

 

 

너무 오랫동안 삶이 한 곳에 머물러 있었다면,

자신과 내기하듯 누군가를 정해놓고 그를 기다리는 시간들을 살아보자.

그렇게 누군가를 그리워하다 보면 무채색으로 흐르던 시간들이 나를 설레게도 하리라.

그러다 기다림이 감옥처럼 느껴질 때쯤, 안개 낀 초겨울에 숲을 걷는다.

묵묵히 받아주는 강가에서 기다림으로 들끓던 혹은 절망하던 내 마음들과 화해를 청해 본다.

안개가 걷힌 산, 그 안에는 능선처럼 다양한 삶들이 둥지를 틀며 살아간다.

산자락을 에두르는 길섶에서 마을을 만났다. 필요한 만큼의 산림과 공간이 전부이다.

산골의 소박 함이다. 정지된 듯하고 느린 듯, 하지만 산골집의 박자와 맥박은 이어진다.

열 명의 자식이 자라고 출가했던 모성의 둥지.

잘 먹이고 입히지는 못했지만 부지런히 움직여 자식들 밥은 안 굶기고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도 감당하지 못하는 할머니의 그리움은 바람과

햇살 새소리와 물소리가 돌아가며 채워준다. 떠난 자식들은 그 마음을 알고 있을지...

반 가마가 훌쩍 넘는 쌀 지게를 지고 산길을 오르는 두 사람 부부는 결혼해서

5년간 어머니와 함께 산속에서 살다가 두 벌 자식들 학교 보내느라 분가했다.

고향집에서 한 시간 거리에 사는 부부는 거의 매일 어머니를 찾는다.

품 떠난 형제들의 몫까지 드리고 싶은 마음이 지게에 실렸다.

사람 좋은 남편을 따라 산을 다닌 지, 9년 아내의 웃음엔 숲의 향기가 묻어난다.

부부와 동행하는 강아지 뭉치의 입에 솔방울이 가득 차면 본가가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산을 타고 내려온 바람이 강물 위를 떠돈다. 두 사람이 만나 좋아하면

그 사이에 물길이 튼다고 했던 가? 산과 강이 만나면 무엇이 될까?

지리산의 서늘한 기운과 섬진강의 따뜻한 운무는 녹차를 피워낸다.

이 두 기운은 차의 맛과 향을 깊게 한다.

천 년을 이어온 생명력답게 차나무는 추위에도 강하다.

차 꽃은 서리가 내린 후에도 십이월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차나무는 산사람처럼 부지런하다.

가마솥에서 찌고 손으로 덮으면 다섯 가지의 맛을 지녔다는 녹차가 태어난다.

 

 

 

 

녹차 밭을 지난 섬진강이 휘돌아가는 곳은 팔십만 평의 너른 들판 악양 무디미들이다.

지리산이 내어준 넓고 깊은 속내는 바람과 구름의 수경지다.

그리고 마음 둘 곳 없는 이들이 쉬어가는 평안한 품이다.

 

 

 

 

지리산의 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해가 있는 시간 동안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곱게 마른 밤은 어머니의 주름을 닮았다.

욕심내지 않고 주어진 길을 가다 보면 기다리던 누군가를 만나 기쁜 날도 있으리라.

오늘 나는 어떤 기다림의 자세로 여기에 서 있을 것인가?

누군가를 위한 마음은 강물과 같아서 곁에서 흘러주기만 해도 삶의 길목이 환해진다.

 

 

 

 

다시 내려가는 길 어쩌면 서로를 온전하게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시간은 지금부터가 아닐까.

오늘따라 산허리를 깊게 돌아가는 섬진강, 물빛인지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의

애달픈 눈동자를 닮았다. 떨어져 있어도 무시로 서로를 불러들이는

산과 강처럼 기다림은 소리 없는 깃발로 누군가를 향해 손을 흔든다.

언젠가 내 마음이 저 산처럼 충만해질 때 강물과 눈을 맞추며 반가움의 인사를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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