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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호랑이 꼬리에 태양이 쏟아지는 경상북도 구룡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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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The Best Life) 인사를 드립니다.

누구든지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면 몸과 마음이 근엄해짐을 느끼죠.

새로운 맘으로 담해를 다짐하며 묵었던 때를 벗겨내는 것이다.

붉게 타오르는 태양 앞에 모든 것을 태우고 싶다.

호랑이 꼬리인 경북 구룡포에서 붉게 타오르는 태양과 함께 그곳의 일상들을

함께 지고, 2022년도의 새로운 기쁨과 희망을 안고 해변을 거닌다.

 

 

 

망망한 동해 바다 위로 또다시 해가 떠오른다. 하루가 가고 새로운 날이 밝아도

바다는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다. 다만 우리가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지나간 날은 어제고 새로운 날은 오늘, 그렇게 하루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한 해가 가고 깨끗하고 온전한 삼백육십오 일이 시작된다.

포구의 하루는 어시장의 분주함과 함께 열린다.

밤새 바다에서 작업한 어부들의 수고가 모여드는 곳, 죽도 시장은 이 일대에서

가장 큰 어시장이다. 1950년대부터 어부들이 모여들어 현재 이천오백여 개의

점포가 밀집해 있다. 특히나 겨울철이면 원근 각처에서 배가 몰려들어 활기가 넘쳐난다.

장이 크다는 얘기를 듣고 밤새 차를 달려 물건을 가져온 이도 있고,

아예 어판장 옆에 배를 대기도 했다. 멀리 울릉도에서 온 배도 보인다.

무엇이 가장 인기 있냐고 묻는 건 죽도 시장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아귀, 대구, 문어도 있고 오늘은 상어 한 마리도 눈에 띈다.

겨울 동해안에 모든 바닷고기들이 다 있다.

 

 

 

 

어쩌면 우리들 사는 일도 그런 것이리라. 쉬운 일도 없고 편한 일도 없다.

매 순간 처음이고 언제나 특별하다. 새벽 어시장의 분주함이 끝나갈 때쯤 어둠을

저만치 물러나 앉히고 바다 위로 해님이 기지개를 켠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향한

축복과 감사의 시간, 어리고 미숙한 이들은 불안과 근심으로 인생의 희로애락에

단련된 이들은 묵은 감각으로 바라보겠지만 태양은 이제껏 한 번도 같은 날을

만들지 않았다. 바다는 어제의 바다가 아니오. 이 떠오르는 해도 지난날의 해가 아니다.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이곳에 다시 서기까지 밤새 천리만리 분주했을 그 걸음에 감사한다.

우리 땅에서 가장 먼저 해를 맞이하는 곳이 바로 이곳 영일만의 호미곶이다.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던 김정호는 이곳을 일곱 번이나 답사 측정한 뒤 한반도의 가장

동쪽임을 확인했다 한다. 하늘 위에 서서 한반도를 내려다보면 백두산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형상이다. 백두산이 호랑이의 코라 하면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

호랑이 꼬리, 그래서 호미곶이다. 자연 이곳에서 만나는 일출은 우리 땅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일출이 되는 셈이다. 지금도 호미곶 바다엔 해와 달을 상징하는

연오랑 세오녀의 전설이 내려오는 바위가 버티고 있고, 거센 파도 일렁이는 사이로

바닷새들이 생명과 존재의 의미를 되새김질하고 있다.

온종일 바다는 육지를 바라고 인간의 삶을 지키고자 비벼된다.

 

 

 

   

우리나라 최대의 과메기 산지 구룡포 바닷가는 어딜 가나 사방팔방 빼곡하게 늘어선

과메기를 만날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구룡포 일대 사람들이야 수백 년 동안

과메기를 만들어 먹곤 했는데 그게 영양 만점이라고 이름을 얻게 되면서 전국적으로

구룡포 과메기 인기가 치솟았다. 구룡포 과메기가 명성을 얻은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꽁치를 손질하는 여인의 손놀림만 봐도 예사롭지가 않다.

 

 

 

 

그냥 살만 남기고 머리와 가시를 발라내는데 꼬리 부분이 절묘하게 연결이 돼서

절대 끊어지는 법이 없다. 누가 연구해 냈는지는 모르나 이렇게 해서 속살이 드러나

보이도록 뒤집어 말리면 오동통하고 기름진 맛이 유지된다고 한다.

그렇게 다듬어진 꽁치를 차가운 겨울바람에 널어 보름 정도 말리면 과메기가 된다.

분명 날 생선인데 비리지 않고 말려 쓰되 말랑말랑한 이상한 녀석이다.

뭐니 뭐니 해도 구룡포 과메기를 만드는 일등공신은 바람이다.

바다에서 산에서 마주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꽁치가 과메기로 변신한다.

 

 

 

 

이 밤을 지나 밝아올 아침은 환희와 기쁨의 날, 어두운 동안에도 쉼 없이 열심히 살아야

그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인생에는 단 한순간도 공짜가 없고 에누리도 없다.

바다로 나간 사람, 바다에서 돌아온 사람, 오고 가는 걸음들이 사라진 뒤 포구는

다시 조용하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숨 죽인 포구, 한적한 포구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손길이 있다. 가슴 뜨겁던 젊은 시절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고,

욕심만큼 바쁘고 번잡한 인생이었다. 그리고 초로의 나이가 된 지금,

포구의 어느 골목길을 지키는 이가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이루고 싶은 일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면,

아직 늙은 것이 아니다. 지나고 보니 시간은 생각보다 넉넉하다.

조급하게 서두를 일이 아니다. 때로 옛날이 더 좋아 보이는 건 진짜 옛날이

좋아서라기보다 그때 패기가 부럽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떻게 살았는가?

무엇을 해서 얼마를 남겼는가? 답변이 궁색해도 오늘만큼은 질문을 던져야겠다.

그것이 해가 뜨고 짐에 따라 하루를 나누고, 낱개 하루를 삼백육십오일 묶어낸 이유다

정리와 반성이 없으면 새로운 출발도 없다.

세상 모든 이가 더 나은 해를 기다리고 있으니, 잘못과 후회가 나 혼자만의 몫은 아니다.

오늘은 마음껏 아쉬워하고, 이제부턴 하루하루 착하게 힘차게 살아보리라 다짐하며,

눈을 시리게 하는 태양을 뒤로하고 천천히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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