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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깨끗한 바다, 바람, 풍광을 간직한 전남 장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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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The Best Life) 인사를 드립니다.

새해가 되면 바다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 아니면 새해 등산을 통해서 일 년의 하루를

시작한다고 서두르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

우리를 인도하고 기다리는 자연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데,

우리 인간만이 주관적인 생각대로 유도하려는 욕심이 앞서는 것 같다.

이번 장흥의 여행을 통해서 삶의 싸인 곡선이 마음속에 꽉 채움을 느끼며

조금씩 내려놓으며 살아가리라. 다짐을 하며, 이번 여행을 시작했다.

 

 

 

 

한겨울 청명한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세상의 소란스러움이 미치지 못한 곳, 제 그림자 한 번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너무 바쁜 것도 잘못이라고 꾸짖는 듯 바다는 한적하고 고요하다.

어제보다 나은 내일 조금 더 넉넉한 일상, 소박한 꿈이 그 한가함 속으로 소리 없이

다가온다. 장흥의 작은 폭우에 이르렀다. 바다는 조용한데 바닷가에서 일하는

사람 몇이 보인다. 남포 포구를 끼고 사는 마을 사람들은 겨울이 시작되면서

바닷가에 작은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작업이 한창이다.

석화를 케어 놓고 껍질을 깐다. 잠시도 쉴 틈 없이 손놀림이 계속되는데

얼굴엔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이 딱딱한 껍질 속에서 굵고 튼실한 굴이

톡톡 쏟아져 나온다. 울퉁불퉁 못생긴 껍질 속에서 나오는 이 굴은 어찌나 맛이

좋은지 일찍이 석화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 귀한 것이 넘쳐나는 남포는

덕분에 겨울이 풍성하다.

 

 

 

 

남포마을엔 비석이 하나 있다. 정남진, 서울 광화문에서 정남 쪽으로 내려오면

도착하는 해변이라는 뜻이다. 그저 바다 밖에는 볼 것이 없는 마을, 맑은 바다와

손때 묻지 않은 정갈한 산과 들 밖에는 자랑할 것이 없던 마을에 하나 둘

얘깃거리가 늘어난다. 자연은 변한 것이 없어도 자연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달라졌다.

눈에서 멀어지고 손에서 사라지면 그제야 소중함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 남쪽의 깊고 푸른 바다는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바다가 움직일 시간이 됐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다는 저만치 물러나 앉았다.

그리고 넓디넓은 갯벌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울퉁불퉁 거친 길 여기가 바로 석화가

피는 굴 밭이다.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마을 사람들은 석화를 캐러 나선다 매일

캘 수도 있지만 미처 다 손질을 할 수 없으니 욕심부려봐야 아까운 석화만 버리게 된다.

 

 

 

 

한겨울 바닷바람이 아무리 거세도 풍성한 굴밭에 서면 마음은 따뜻한 봄날이다.

수백 미터가 넘게 이어져 있는 굴 천국 석화 밭을 마치 제 땅인양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큰 욕심부리지 않고 소박하게 살아온 것에 대한 바다의 선물인 듯싶다.

일 년 열두 달 계속되면 좋으련만 바다는 베푸는 것도 가져가는 것도

한 치 어긋남 없이 공평하다. 바다는 아무리 큰 석화라 해도 껍질 속에 꼭 하나의 굴을

키워 넣었다. 한 번에 하나씩 한 줌의 행복을 키워 차곡차곡 쌓으면 그것이 무너지지

않는 탑이 된다. 한꺼번에 쏟아진 행복은 어느 날 한꺼번에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장흥의 바다는 삶을 품고 장흥에 산, 천관산은 삶을 이끈다.

지리산 줄기가 남서로 흐르다 순천 조계산을 지나 화순 동부 언저리에서 헤어지고

장흥 들판과 탐진강에서 꺾였다가 다시 솟아올랐다. 붉은빛에 돌과 흙들이 세운 만 년

세월의 귀한 괴석들, 높고 우람한 봉우리와 크고 작은 계곡이 빚은 풍광은 길고

긴 기다림의 결과다. 참고 또 참아야 도달하는 어우러짐이다.

천관산을 건너 가지산에 들어서면 한 사찰을 만나게 되는데,

보림사는 통일신라 시대 구산선문 중에 하나 무려 천삼백 년 전부터 이곳에서

중생들의 길을 이끌어온 사찰이다.

 

 

 

 

모든 생명은 살아있을 이유가 있다. 길은 많으며 누구의 길이 옳다.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정성이 깊을수록 종착력은 가까워진다.

삶의 방법은 달라도 목표를 향해 달리는 이들에겐 같은 것이 있다.

햇빛도, 잠시 눈 오고 바람 부는 날도, 잠시 머물다 간다.

햇빛이 왔다고 흥청망청 할 일도 아니오. 수사한 눈보라가 친다고 슬퍼할 일도 아니다.

묵묵히 버티고 일희일비하지 않는 무덤함이 열매를 맺게 한다.

눈보라 치던 하늘이 밝아지자. 작은 포구에 정박해 있던 배들이 출항 준비를 서둘렀다.

바람이 좀 불어도 웬만한 날씨에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때가 온다.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신기하게도 세월 따라 그 방법이 바뀐다.

 

 

 

 

이 겨울 장흥 앞바다 사람들을 분주하게 만든 건 매생이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거들떠보지 않던 매생이를 거둬들이기 위해 한겨울 쉴 틈 없이

배가 뜬다. 매생이는 임금님 진상품일 정도로 별미였지만 사람들은 몰랐다.

오늘 쓸모없다 하던 것이 늘 어찌 될는지 모를 일이다.

아무리 멋있는 풍광도 봐주고 감탄해주는 이가 있어야 빛나듯이 나를 인정하고

도와주는 고마운 이웃이 있어야 삶에도 윤기가 난다.

 

 

 

 

장흥 상잠산 서쪽 기슭 수려한 산세를 뒤로 하고 수백 년이 넘은 자연부락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다. 남도의 이 방촌 마을은 벌써 봄이 온 듯하다.

옥샘은 엄동설한에도 얼지 않고 잠시 잦아든 바람결에 집을 지키던 녀석이 눈을 감는다.

하루 종일 짖을 일이 없는 곳이다. 고택을 지키는 주인은 노부부다.

기와집에 창호지 창살에 아궁이를 쓰며 나무로 난방을 하고 있지만,

노부부의 오후는 한가하다. 오래 손에 익은 것들은 편안한 법이다.

기계가 대신하고 다른 손에 맡기고 돈으로 해결해서 편안해지는 것이 아니다.

 

 

 

 

한때는 왜 큰 도로가 나지 않는지, 왜 큰 공장이 들어서지 않는지,

속상해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 덕분에 좋은 바다 좋은 땅이 보존됐다고 좋아한다.

오늘의 걱정이 내일은 기쁨을 줄 수도 있다.

험한 세상, 삶의 수레바퀴가 고되고 두려울지라도 잊지 말 것은 좋은 날엔

먹구름이 올 것이고, 비바람이 치면 곧 날이 화창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무릎을 베고 누우면 토닥토닥 어머니 늘 말씀하셨다.

다 잘 될 거라고...

그런 희망을 갖고 깨끗한 바다, 깨끗한 바람, 깨끗한 풍광을 간직한 장흥에서

올해도 기대를 하며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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