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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늘 가슴이 설레는 강원도 화진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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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The Best Life) 인사를 드립니다.

창문 밖으로 스치는 차가운 바람이 히터로 뜨거워져 잠시 졸렸던 것을 일깨워준다.

바다에 출렁이는 새하얀 파도가 겨울을 깊게 만든다.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오늘도 화진포로 달려가며 날아가는 갈매기와 부딪치는 파도처럼 마음의 움직임으로

화진포에서 큰 포부의 꿈을 갖고 싶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던 그날 밤도 바다는 분주했다.

사람들은 묵은 걱정을 덜어내 줄 그 무언가를 찾고자 밤새 바다에 그물을 던졌다.

어부들의 그물 속으로 해가 쏠렸다. 그 해를 따라 새로운 삼백육십오 일이 올라왔다.

바다에 의지해 사는 사람들에게 십이월 삼십일일이나 일 월 일일이나 날짜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새해 첫날 새벽 3시 동해안 대진항 체감온도 영하 이십 도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사람들은 바다로 나간다. 여기는 남한에서 오를 수 있는 최북단의

바다, 대진항에서 불과 6km까지만 조업이 가능하다. 어부들은 매일 밤바다 위의

북방 어로한계선과 만난다. 남도, 북도 들어갈 수 없는 공동 구역의 바다에는 고기도

많건만 그거는 잡을 수 없는 꿈일 뿐이다. 북이 삼십팔도 삼십삼 분, 배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곳에 도착했다. 요즘 가장 많이 잡히는 것은 가자미, 어젯밤 조업을 하고

돌아가는 길 쳐놓은 그물을 찾았다.

 

 

 

 

큼직큼직한 녀석들이 그물을 타고 배 위로 올라온다.

바다가 전하는 새해 인사인가 보다. 올 한 해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내일을 위해 또다시 그물을 치면서 어부들은 가슴 설레는 기대와 바람을 담는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자, 어부들의 일은 끝났다. 배는 항구로 향했다.

배에서 잡아 올린 고기들은 포구에 도착하는 즉시 수협에 경매에 부쳐진다.

포구는 작아도 최북단의 풍성한 어장 덕에 한때 이곳은 전국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어선들로 장사진을 이루던 곳이다. 하지만 물 반 고기 반 사는 사람 파는 사람들의

열기로 북적이던 포구의 풍경은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고기도 줄고 사람도 줄어간다.

일월의 첫날 다른 때보다도 물량이 더 적었던 경매는 일찌감치 끝났다.

마지막으로 특별 손님 문어가 저 위에 올라왔다. 제법 무게가 나가는 녀석 덕분에

지난밤 피로가 가진다. 대진항의 바다가 치열한 삶의 전쟁터라면 그 바다

옆에서 만난 호수는 한 폭의 풍경화 같다.

 

 

 

 

총 72만 평 호수 들레가 16km에 달하는 동해안 최대의 석호 화진포.

미처 육지로 빠져나가지 못한 바닷물이 고여 만들어진 이 호수는 해당화가 장관을

이뤄 이름도 화진포가 됐다고 한다. 더욱이 이런 겨울이면 백로와 고니를 볼 수 있는

철새의 보금자리다. 쉽게 볼 수 없는 장관이 펼쳐진 화진포에선 고개를 돌릴 때마다

눈이 호사를 한다. 그러나 한나절이나 돌아다녀도 사람의 발걸음을 찾을 수 없다.

동해안 최대 절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화진포가 특별 대우를 받게 된 것은 벌써

55년 전의 일이다. 한국전쟁 당시 이곳에 온 북한군은 화진포의 장관에 반해

김일성 별장을 세웠다. 북한군이 밀려가고 치열한 접전 끝에 이곳이 우리 땅이 된 뒤

사람들의 관심은 김일성 별장에 집중됐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별장이 세워진 것은

그 무렵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려 해도 매서운 칼바람과 밤새 씨름하는

어부의 일상은 보이지 않는다. 아름답고 조용할 뿐이다.

 

 

 

 

최북단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포구의 사람들로선

도리어 이 풍경이 낯선 것이었다. 화진포가 얼마나 아름다우며 겨울이면 얼마나 많은

새들이 찾아들어 생명을 이어가는지 관심을 기울여 찾아와 볼 수가 없다.

바다 위에 그어진 선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노력의 흔적이 나타나지 않는 바다 때문에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지켜볼 여유와 용기를 잃었다. 화진포 옆 작은 포구 초도항은

요즘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북적인다. 제철을 만난 양미리가 한창 퍼올려지는데

이만하면 넉넉하게 가져가라고 준 셈이다. 까다롭고 인색하게 굴다가도 바다는

간혹 한 번씩 이처럼 인심을 부리곤 한다. 이럴 때는 돈도 학식도 나이도 필요 없다.

오직 부지런히 뛰는 사람만이 잡을 수 있는 행운이다.

이 고기 덕에 오늘 저녁 동네 어느 곳에선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바다가 넉넉하게 인심을 쓰는 날엔 사람들의 마음도 덩달아 넉넉해진다.

 

 

 

 

올해로 어부 생활 수십 년 돈 많이 벌어 부자가 되고 싶었으나,

지금 그에겐 작은 집 한 채와 도시로 나간 자식들이 있을 뿐이다.

넉넉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다. 그는 화진포 이 바다에서 평생을

살아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바다에 기대어 사는 동안 욕심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배웠다. 올해도 꼭 필요한 만큼만 고기를 잡았으면 싶다. 포구에서 배를 띄우며

어부들은 매일 습관처럼 꿈을 꾼다. 이루어지는 날보다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럼에도 바다에는 늘 배가 있다. 차곡차곡 365일 거르지 않고 땀이 쏟아질 것이다.

어떤 이는 집착이라고도 하고 오만이라 질책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포기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것이 바로 희망이다.

그 때문일까 화진포에 가면 늘 가슴이 설렌다. 호랑이 해 임인년은 화진포처럼

가슴이 벅차고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하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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