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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갯벌에 흐르는 인생 이야기 볼음도에서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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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 인사드립니다.

낯선 곳을 간다는 것은 설렘에 앞서 약간의 두려움이 다가온다.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출발을 하면, 석모도와 주문도로 거쳐 홀로 서있는 섬,

볼음도로 출발을 합니다. 예전에는 고생문의 섬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가고파하는 섬으로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섬,

볼음도다. 낯설었던 섬이었지만 그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평범한 생각과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그분들을 보면서

지금의 생각은 사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볼음도의 갯벌에서 평범한 삶을 캐는 인생 이야기를 듣는다.

 

 

 

 

하루에 두 번 바닷물은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한다.

그 반복 속에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간다.

단순함 속에 오묘함이다. 어부도 마찬가지다.

바다가 내어준 만큼의 순응하며 사는 것이다.

인적 드문 서해 외딴섬 볼음도의 이야기는 바다의 이야기이자 사람의 이야기다.

강화 외포리 항으로부터 꼬박 한 시간 삼십여 분 석모도 주문도를

바라보며 배는 망망한 대해를 흐른다.

 

 

 

 

그렇게 닿은 작은 섬 볼음도, 한 번 발이 묶이면 보름은 꼼짝 못 한다.

하여 볼음도라 불렸지만 지금은 살기 좋은 섬으로 불린다.

이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육지로 나갈 수도 있고,

또 육지의 사람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섬이 됐다.

마을엔 온종일 풀벌레 소리가 흐르고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여름날의 나른함을 즐긴다.

 

 

 

 

옥수수 밭을 지나면 눈썹 푸르도록 지난여름 벼 포기들의 일렁인다.

바닷물이 빠지고 나면 훤히 드러나는 갯벌.

거기엔 게가 있고 작은 물고기가 있으며, 잠자리와 갈매기들이 어울린다.

밀물과 썰물.

잔잔하다가도 순식간에 변하는 것이 바다 날씨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폭풍이 찾아올 때,

섬사람들은 비로소 이곳이 섬이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외부와 단절된 채 거친 손마디로부터 주름진 얼굴까지

지난 시절 얼마나 많은 삶의 태풍들이 어르신들을 스쳐갔던 것일까.

산다는 게. 어디 그렇게 곱고 순탄할 수만 있다던가.

 

 

 

 

어부에게 바다는 모든 것을 내어주는 공간이기도 했고.

수많은 생명을 키워내는 어머니의 품이었으며.

삶의 법칙을 일러준 인생 스승이기도 했다.

세상에 헛으로 이어지는 삶이란 없다.

제 각기 최선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자연의 식구들.

땅이 부족했던 작은 섬 마을에선 그만큼 농사가 귀했고,

작물을 잘 키워내야 했다.

마당에까지 십여 평 고추밭을 일구고 있는 할머니.

널은 면적은 아니지만 걸음 주고 약치며 작물들을 튼실하게 살 찌워냈다.

이십 대 청춘의 섬에 들어와 무려 육십 년 할머니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이란 어떤 것일까.

 

 

 

 

나이를 먹는 것이란 어쩌면 자신의 욕심을 비워가는 긴 여정 일지 모른다.

그 자리에 또다시 채워지는 아름답고 고단했던 삶의 기억들,

이젠 혼자 사는 것조차 익숙해졌다는 할머니.

오늘은 볼음리 아낙들과 함께 갯벌에 나선다.

걸어서 십 분 거리에 있는 바다, 바다는 할머니에게

거의 유일하게 기댈 언덕이었으며, 젊은 날의 청춘이었고,

고단함으로 이어지는 아주 먼 길이었을 것이다.

 

 

 

 

갯벌은 늘 부지런한 만큼만 내어준다.

때문에 사람들은 무엇보다 바다를 알고,

온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이제 갯벌 구멍의 크기만으로도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척척 알아내는 아낙들 그렇게 잠시 동안 그물망엔

어느새 예쁜 모시조개가 쌓이기 시작한다.

살면서 한 번쯤 먼 도회지로 나가 흙 묻히지 않으며,

살고 싶었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들은 자식부터 하나 둘 내보냈고 여전히 갯벌에 남았다.

그러면서 어머니들은 어느새 갯벌의 너그러움과 평화가

마음속에 들어와 있음을 알게 됐다.

 

 

 

 

비로소 우리는 우리 주변의 작고 사소한 것들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갯벌은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공존의 현장이다.

바닷가 사람들은 그것들 속에서 자연이 허락한 만큼의 양을 빌어오게 된다.

밀물과 썰물 비움과 채움이라는 자연의 질서를 끊임없이 반복해 왔던 바다.

사람이 섬에 남아 있다는 것은 스스로의 삶이 섬을 닮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비록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만,

아주 가끔은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아주 가끔은 뿌듯한 따뜻함으로

채워지는 이 볼음도에 저녁노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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