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도 사랑으로 승화하는 신안 증도.

안녕하세요. 최고의 삶 인사드립니다.

완연한 바캉스 계절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피서의 계획을 세우고

출발을 할 때, 팬데믹(Pandemic)의 변이 델타 바이러스로 인하여 움직이는 것 자체가

어려울 전망인데요.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보이는 것은 변이된 바이러스로

인하여 어려움만 겪고 있습니다.

여기 전남 신안 증도에 현실의 우리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같아서

기다림도 사랑으로 승화하는 신안 증도를 거닐며 인생도 함께 걸어가고 싶다.

 

 

 

 

전남 신안 앞바다 잊혀진 유물처럼 시간의 그물을 벗어난 만남이 있다.

보이는 것만 믿고 살아가다 보면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단단한 무언가를 잊고 살 때가 있다.

접해 길을 따라가는 포말이 끊임없는 물과 바람의 조화라는 사실처럼

삶은 보이지 않는 것들에 수고함이 있기에 더 오래 더 길게 기억되는 것이 아닐까,

속도에 떠밀리듯 살다가 문뜩 멈춰 서면 시간의 바깥에 서 있던 섬이

바람결에 속삭이는 말, 어서 오라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섬의 갯바람은 대지와 바다를 골고루 섞어 다진다.

그곳에서 움튼 생명들은 지나가는 이의 눈길을 붙잡는다.

갯벌에서 만난 짱뚱어도 그 중 하나다. 짱뚱어는 증도의 터줏대감이다.

짱뚱어는 어부의 섣부른 낚싯대를 구분할 만큼 영리하다.

그래서 짱뚱어 낚시의 8할은 기다림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면

통통하게 살이 오르는 짱뚱어는 10월이 가장 맛이 좋다.

갯벌을 가로지르는 짱뚱어 다리, 그 위에 서면 어부가 떠난 빈 갯벌을

활보하는 짱뚱어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파도도 잠든 섬의 저녁. 고단한 어부의 하루를 달래주는 건 바다다.

사십여 년을 함께한 부부의 저녁 기다린 뒤에 채워지는

갯벌의 넉넉함이 있었기에 부부는 어려움도 슬프지 않게 지나왔다.

뜨거운 여름 햇살이 쏟아지는 날이면 섬의 시간도 육지만큼 촘촘하고 분주하다.

유난히 궂은 날이 많아 태양이 그립던 대지는 먹이를 받아먹는

새끼 새처럼 부지런히 씨앗을 삼킨다.

 

 

 

 

볕을 반기는 건 바다도 매 한 가지.

증도의 바닷물은 이른 아침부터 쉼 없이 소금밭으로 흘러든다.

바닷물은 갯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태평 염전에서 사용된다.

태평염전는 한국전쟁 직후 피난민들의 정착을 위해 조성된 후

지난 수십 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소금을 만들어 왔다.

바닷물은 소금을 만들어내는 염부의 대파질로 깨끗하게 걸러진 후

본격적인 소금 만들기에 들어간다.

 

 

 

 

소금을 기다리는 시간, 한 때는 이 시간이 추수를 앞둔 농부처럼 들뜨던 시절이 있었다.

염전이 호황을 누리던 때 증도 최고의 시설로

인기를 얻으며 밤마다 빈방 하나 잡을 수 없이 북적이던 바닷가.

여인숙 누군가를 위해 먼바다 끝섬까지 찾아든 젊은 염부는

이곳에서 짭짤한 소금간이 된 몸을 누이며

밤마다 작은 희망을 하나씩 품었을 것이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채우고 돌아서면 다시 허전해짐을 아는 나이.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 하나 내걸고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기다 보면,

고마운 인연이 바람처럼 찾아드는 날도 있으리라.

태양과 바람을 머금은 바닷물에 기다리던 소금이 왔다.

염전 가득 피어난 소금 꽃을 거두는 것은 적당한 짠맛을 가늠하는 염부의 손끝에서 결정된다.

소금을 거두는 대파질 소리는 바다를 닮았다.

소금이 살찌는 그 소리에 염부는 가을마다 찾아오던 청춘의 방황도 묻었다.

첫 소금을 거둔 후 다시 햇볕에 내어 말리고 거두기를 스무 차례 이상 반복해야

자연 그대로의 천일염을 얻을 수 있다.

 

 

 

 

보이는 것은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것들에 치열한 속울음을 삼키며 떠오른다.

하얗게 쌓인 소금은 주름진 염부의 오랜 기다림의 높이다.

고된 삶을 다독여 주는 증도의 갯바람 그 갯바람 속엔 기다림으로 익어가는 사람들의 마음,

꽃이 피고 진다. 갯바람이 전하는 꽃말은 사랑이리라.

기다림의 연속 속에서 하얀 소금의 결정을 얻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기다리며 결과를 바라보는 그대로의 인생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