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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봄의 기운을 듬뿍 담은 전남 강진에서 봄 빛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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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 인사를 드립니다.

이제는 몸에 부딪치는 바람조차 피부를 간지럽게 한다. 아침, 저녁에는

쌀쌀한 날씨지만 이미 봄은 논밭에 와 있었다.

매화가 피어 있었고, 일찍이 목련화도 인사를 하고, 특히 홍매화는

그 속에서 춤을 추는 벌들이 더 좋아하며 파티를 하고 있었다.

바다와 산, 호수를 다 가지고 있는 강진에서 하멜의 외로움과 정약용의 괴로움 속에서

우러나오는 삶 속의 인내와 지혜를 모두 섭렵하고 싶다. 봄 빛이 완연한 강진으로

나도 모르게 그 밝은 빛에 이끌려 매료되고 있다.

 

 

 

 

강진만에 봄이 찾아들고 있다. 겨울 흰빛은 이제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고니 떼가 머무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은 새로운 빛깔로 물들어가는 시기,

빛 고은 계절 봄을 만난다. 봄기운은 보리밭이 가장 먼저 알아차린다 일자로 사람들의

마지막 보리밟기 겨울의 끝이라는 뜻이다. 세월이 변했어도 보리는 여전히 귀한 대접을

받는다. 봄은 보리밭을 타고 스며들어오기 때문이다.

앞마당에서 푸른 향기가 난다. 이들만의 언어로 당긋당긋하다는 실한 보리 잎은

봄맞이 재료 강진의 봄맞이란 부인들이 캐 온 봄 새싹으로 요리해 먹는 것을 말한다.

 

 

 

 

계절은 밥상을 제일 먼저 바꾼다. 산과 들과 시장의 먹을거리를 보고 아 봄이구나 한다.

이 구수한 보리 국에 시원한 매생이까지 더하면 바다와 들의 조합이 제격이다.

입이 즐겁고 눈이 즐겁고 함께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즐겁다. 단순한 가치에 마음을

열수록 행복이 가까이 있다. 남쪽 바다를 통해 흘러 들어온 봄은 넓고 푸른 들녘으로

그리고 짙디 짙은 차밭으로 다시 깊은 산속의 계곡까지 힘차게 뻗어 나간다.

보이는 족족 봄이다. 푸른 기운은 이제 곧 천지를 화려하게 물들일 것이다.

 

 

 

 

하루와 한 달과 일 년과 한 세기가 있는 이유는 이래서 일 것이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버리는데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버리지 않으면 독이 되고 나뿐만 아니라

주변인들까지도 상하게 한다. 다만 우리는 모든 살아있는 무리에게 너그러울

필요가 있다. 고요함이 마치 죽비에 내리친 같다. 다도는 느림과 절도의

아우름이다. 세 번에 나눠 따르고 세 번에 나눠 마시면서 잘 듣고 공손히

대답한다. 차의 미학이다. 지지 않는 꽃이 백 마디 말을 대신한다.

 

 

 

 

매실나무의 매화도 잠에서 깨어났다. 동백은 더 부지런하다.

한창 꿀벌을 유혹하는가 하면 벌써 떨어진 성질 급한 녀석들도 있다.

천지가 푸른빛으로 채색되었다. 보리밭 사방 구석구석 바람이 봄을 흔들어 깨운다.

연한 보리 위로 봄바람은 미끄러지고 바람의 손길은 파도 같은 제 모양을 드러낸다.

간지리는 손길에 보리가 수줍게 자란다. 부지런한 농부는 이미 논밭을 갈아놓았다.

겨우내 잠들었던 땅이 큰 숨을 쉬기 시작한다. 아직 털갈이를 하고 있는 황소는

언제 봄이 왔나 보다 싶을 거다. 쟁기질로 부드러워진 논밭에 곧 모내기도 해야 하고

무며 배추 따위를 심어야 한다. 할 일이 많아서 해가 길어지나 보다.

새로운 계절은 골목골목까지 찾아 들어와 인사를 한다.

 

 

 

 

새 계절을 맞는 준비는 또 있다. 바로 담장 보수다.

재료라고 해야 별 것이 없다. 널찍한 돌만 주워오면 나머지는 물과 흙이 알아서 한다.

그런데 돌담이라는 것이 손을 댈 수 없는 시기가 있다. 겨울이 그때다.

또 그래서 부지런한 사람은 돌담을 쌓으면 안 된다는 말도 있다.

일을 서두르다 오히려 망친다는 얘기다. 담장 쌓는 법을 가르쳐 준 이는 십칠 세기

강진에서 칠 년을 살았던 네덜란드인 하멜이다. 이 빗살 무니 방식이 네덜란드의 것이다.

하멜 표류기를 보면 만리 타향에서의 생활이 팍팍하기 이를 데 없다.

 

 

 

 

강진에는 또 한 명의 외로운 역사 속 인물이 있다.

다산 정약용이다. 개혁가였던 정약용은 천주교 박해를 이유로 강진에서 16년간

유배되었다. 그러나 그 고통의 시간 동안 그는 목민심서를 비롯한 500여 권의 실학서를

집필한다. 이런 귀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데엔 강진의 차가 큰 몫을 했다.

다산은 이곳에서 지은 호다. 차밭의 풍경과 차의 향은 그를 하염없이 위로해 주었다.

그런 강진의 풍경이 청자 안에 들어앉는다. 강진은 고려청자의 본고장,

고려시대 청자요지는 전국에 걸쳐 사백여 곳이었는데 그 절반이 강진에 있었다.

강진의 청자가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장보고가 중요하게 여긴 교역 물품이었기 때문이다.

자연조건은 말할 나위도 없다.

 

 

 

 

청자 역시 겨울 언 땅이 녹아야 작업을 시작한다.

흙을 곱게 달래 열성으로 구우면 청자는 신비한 비췻빛을 품어낸다.

자연에도 없는 듯한 그러나 자연이 모두 들어있는 듯한 청자는 강진 푸른빛의 결정체다.

강진의 봄빛이 청하 하다.

 

 

 

 

강진의 자연은 쪽빛처럼 빛나고 있었지만 청자 속에 녹여 있는

알 수 없을 정도로 은은한 색깔처럼, 그 지역에서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던, 하멜, 다산 정약용의 긴 한숨과 그리움이 가슴 한편에서 밀려와 아린 마음으로

강진에 펼쳐진 바다와 호수와 산들이 무엇인가를 얘기를 하려는 듯하면서

헤어짐의 아쉬움을 더해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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