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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오랜 역사를 기억하는 우포늪을 품고있는 경남 창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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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 인사를 드립니다.

코끝을 간질이는 찬바람이지만 포근하게 다가온다.

오랜 기억을 늪에 품고 있는 우포 늪에서 역사를 들춰내고,

가야의 역사를 통해서 철기 문명이 고도로 발전했던 그 시대를 보면서

여전히 꽁꽁 숨어 있는 고귀한 역사를 뒤집어서 헤쳐보고 싶다.

 

 

 

 

겨울을 보내고 느릿느릿 봄이 오는 길 초입에 찬비가 내린다.

그러나 이미 자연은 저마다 새로운 꿈을 꾼다.

떠나는 자의 그림자가 아직 생성에도 곧 찾아올 손님에 대한 기다림이 무성하다.

수천 년 전 이곳을 지킨 가야 사람들, 그들이 남긴 기억들은 지금 창녕 땅에 살아 숨 쉰다.

봄이 왔다. 면적 70여만 평 둘레 7.5 킬로미터 창녕 우포늪 너른 습지에 수많은

생명들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보이는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이곳 생명의

역사가 무려 일억사천만 년을 헤아리기 때문이다. 공룡이 살고 빙하가 뒤덮이던 때에도

우포늪은 존재했다.

 

 

 

 

우포늪에는 식물이 살고 물고기가 살고 새들이 산다.

살아가는 방식도 제각각이오. 수명도 저마다 다른데 우포늪에선 부딪침이 없다.

수만 년 동안 어김없이 계속돼 온 계절의 바뀜에도 우포늪은 순응했다.

창녕 땅에서 나고 자란 환갑이 넘은 어부는 얼었던 물이 풀리자마자 장대를 들었다.

아무리 깊어도 사람 키를 넘지 않는 수심 물속 가득 자라고 있는 수초들 덕에 모터가

달린 배는 다닐 수가 없다. 나룻배를 장대로 움직이는 이 방식은 어부가

어릴 적 하던 방식 그대로 우포늪 나룻배는 언제나 같은 속도로 달린다.

 

 

 

 

어부는 미끼를 쓰지 않는다. 고기가 다니는 길목을 찾아 통발을 쳐놓으면

걸려 들어온다. 어부는 물속 고기들만큼이나 우포늪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풍성한 우포에 기대어 산 어부는 평생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조금씩 필요한 만큼 나눠주며 우포 늪은 그 긴 세월을 넘었나 보다.

 

 

 

 

창녕에는 제법 규모를 갖춘 고분군이 있다.

삼국사기에 전하는 진한 열두 개 나라 중 하나 불사 국이라 불렸던 나라 비화가야

어림잡아 천오백 년 전 창녕 일대를 지배했던 왕가의 고분이다.

금관가야 대가야 등과 함께 가야 연맹체 여섯 부족 중 하나였던 비화가야 천 오백 년이

지난 지금 그들이 이 땅에 남긴 흔적들이 옛 기억을 더듬게 한다.

창녕의 진산, 높이 756미터 화왕산에 오르면 옛 비화가야의 또 다른 일면을 만날 수 있다.

 

 

 

 

화왕산 정상부에는 아직 그 흔적이 남아있다.

무역과 기술이 발전했던 나라 자유로운 이성과 세련된 문화의 나라 강대국 틈에서

짧은 시대를 살았던 한 나라의 고뇌가 어린 성곽이다.

시대를 넘어 그 이름을 전하고 명맥을 유지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한 치 앞도 예측하지 못하는 작은 인간의 눈 이건만 이곳에 서면 마음만은

세상을 품은 듯 부풀어 오른다 일억사천만 년의 시간 천 오백 년의 흔적이 창녕에

모여 있다.

 

 

 

 

속세의 삶은 찰나에 지나지 않으나 해탈을 얻은 지고지순한 뜻은 천년만년을

이어간다. 그럼에도 순간 사라질 삶에 연연하는 것은 기다림에 인색한 탓 이리다.

그 귀한 뜻은 쉽게 잡히지 않는다. 마음 가는 곳에 내가 있다. 속세를 바라보면 속세의

삶의 법칙이 그리워지고 산을 바라보면 높은 득도의 꿈이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다 버리지 못한 중생들은 산 아래 땅을 일구고 선하고 소박한 꿈을 품는다.

떠날 수 없다면 따뜻하고 완벽하게 모자람까지 사랑하련다.

때를 맞춰 심고 가꾼 양파의 푸르름에 여름이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부지런히 밭을 돌아다니는 촌부의 모습이 산중의 수행자와 닮아있다.

 

 

 

 

해가 중천에 오르자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밥집에 가마솥이 제일 분주해진다.

장터에서 먹는 국밥 한 그릇의 따뜻함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다.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돈을 쓰는 사람 돈을 버는 사람 모두 국밥 한 그릇의 친구가 되고

똑같은 기대에 같은 설렘을 나눈다.

 

 

 

 

어떤 이는 창녕의 더딘 발전이 우포늪 탓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우포 늪으로 인해

창녕이 존재했다고 극찬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시시비비에 우포늪은

의연하기만 하다. 봄기운을 따라 그 우포늪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우포늪에서는 지금 성큼 다가서서 완전히 세상을 장악해 버린 봄을 만난다.

무엇이든 시작하고 싶어지는 이 봄에 어머니 품속 같은 그곳으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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