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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바람과 바다를 끌어 안은 어머니 섬, 우도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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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 인사드립니다.

얼마 전부터 방영을 하고 있는 우도 주막을 보면서 신혼여행을 오는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에피소드를 보면서 낭만적이면서 정겨운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탁재훈 씨를 중심으로 김희선 씨 등 많은 스태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마치 우도 주막을 운영하는 사람들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전체의 일부분에 속할 뿐이다.

우도에서 진정으로 살면서 바람과 바다를 끌어안고 사는 우도의 어머니의 모습을 봤으면 한다.

 

 

 

 

바다에선 등대가 있어 길 잃은 배들을 지키고 들판에 바람이 거세지면,

땅 속에 박힌 뿌리가 단단하게 버티고 서서 줄기며 이파리를 지켜준다.

지켜준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뜻이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함께 하겠다는 말이다.

제주에서 한 걸음 떨어져 바닷바람 맞고 서 있는 섬, 우도에는 나를 지키는 어머니가 있다.

맑게 개인 겨울날 아침 조용하던 골목에 강아지들이 먼저 인사를 전하는데,

그 뒤로 우도의 어머니들이 하나 둘 모습을 나타낸다. 종전 걸음을 치며 가는 길,

어머니들이 일터로 가는 길이다. 바닷가, 작은 해녀들의 작업장에 모인 어머니들은

난로 옆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다. 겨울바다는 평생을 물질하며 살아온 어머니들에게도,

성큼 들어가기 어려운 존재다. 이야기 소리가 커지고 길어질수록 추운 날이다.

물질하는 몸놀림은 익숙해져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은 것이 바다와 바람이다.

 

 

 

 

 

약속이나 한 듯 잠수복으로 갈아입었다. 80회를 넘어 살았다는 가장 나이 많은 어머니도

오늘은 바다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내일모레 온다는 뭍에 손자들에게 줄 것이 필요하다.

어떤 이는 남편을 위하고, 어떤 이는 아들을 위하고, 어머니는 늘 누군가를 위해 바다로 갔다.

가장 젊은 어머니가 사십 대, 환갑이 되지 않은 해녀는 젊은 해녀들이다.

이들은 먼바다를 향해 나간다. 멀리 갈수록 얻을 것이 많다.

팔순 어머니는 얕은 바다를 택한다. 아들은 이제는 편안해지라고 당부한다.

그럼에도 들어가야 하는 어머니의 속내를 아는지, 강아지는 팔순의 어머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해녀들이 물질을 못하는 날이 오면 아마도 더 이상 우도에서 해녀를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20대나 30대의 진짜 젊은 이들 중에 이런 험한 일을 하겠다는 이는 이제 없다.

 

 

 

 

어느새 제법 먼바다에까지 나간 해녀들,

깊은 물속에서 잠수하다 보면 점점 숨은 가빠지고 물 위로 나올 때마다

몰아내시는 해녀들 숨비소리가 바다에 울려 퍼진다.

어머니들은 섬을 따라 돌며 먼바다 깊은 물길 속으로 자꾸만 들어간다.

제주의 동쪽 끝에 떨어져 앉은 우도엔, 여러 절벽과 바위가 본래 화산섬이었음을 말해준다.

바다로 면한 절벽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탄성이 터지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탄성은 한숨으로 바뀐다.

우도는 애초부터 바다를 위한 섬이었을 뿐 사람을 품어 안을 마음은 없었던 것일까.

거세게 부는 바람 때문에 우도에선 땅 위에서 키워야 하는 작물은 모두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에 치고 만다.

감자며, 고구마며, 마늘, 파뿌리를 땅 속에 넣고 사는 것들만 살아남는다.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한 것이 불과 사백여 년 전 큰 바람이 오는 동쪽에 높은 돌담을 쌓고,

작은 바람이 우는 서쪽엔 낮은 돌담을 쌓아 농작물을 재배했다.

바람을 이길 순 없지만 타협하는 법을 찾아낸 것이다.

그리고 하나 둘 우도엔 사람들이 늘었다. 우도에 하나밖에 없는 버스,

우도 어머니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버스다.

만 원 버스가 되는 일도 없고, 교통체증도 없는 이곳의 버스는

하루 종일 손님을 기다리며 우도를 돌고 또 돈다.

해안 도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돌면 삼십 분, 어디서건 손만 들면

서는 버스지만 한 바퀴 돌 때마다 시간은 늘 정확하다.

 

 

 

 

우도의 날씨는 종종 종잡을 수 없이 변덕을 부리곤 한다.

때를 맞추지 못해 바다에서 거친 바람을 만나면 낭패를 본다.

그래서 섬사람들은 늘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있는 그대로에 만족하려 했었다.

외지인들은 너무 심심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성난 바다를 아는 사람들은 만족하며 사는 것에 익숙하다.

우도의 남자들은 하나뿐인 이 이발소에서 머리를 다듬는다.

일 년 열두 달 오는 손님들은 모두 정해진 그 사람들. 그렇게 똑같은 생활이 반복된다.

이제는 뭐라 얘기하지 않아도 알아서 한다 손놀림이야 해가 더하면은 능숙해지는 법이다.

우도에선 낡고 오래된 것들이 여전히 쓸모 있고 소중하게 남아 있다.

 

 

 

 

어머니가 바다에서 돌아오면 어머니의 손길은 또다시 바빠진다.

얼마 전 수확한 땅콩이 요즘 큰 일감이다. 이 섬에서 팔 남매를 낳고 키웠으나 모두 뭍으로 내보냈다.

그렇게 돌보는 것이 부모의 도리인 줄 알고 살았다 올해 땅콩 맛이 아주 제대로다.

때로 도시에서 좀 팔라는 주문 전화가 오기도 하는데 그것만으로도 농사지은 보람이 있다.

이 고소한 땅콩을 먹고 있을 아이들 모습을 상상하는 것. 땅콩은 어머니의 마음이다.

파도가 거친 날이면 바다도 나가지 못한다. 이런 날은 밭일을 하는 날이다.

심어 놓은 파와 마늘도 때대로 돌보고 관리를 해줘야 튼실해진다. 어머니는 일을 가리지 않는다.

몸이 힘든 것도 상관없고 위험하다는 일도 개념치 않고 해야 된다.

아픈 몸을 끌고서라도 조금씩 조금씩 하고야 만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섬이 허락하는 일 외엔 욕심을 부릴 수가 없다.

아마도 조그마한 기운이 남아 있을 때까지 어머니는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어머니의 부지런함으로 농사가 전혀 안 될 거라던 땅에서 땅콩도 자라고 파도 자란다.

우도와 우도의 바다를 지키고 사는 어머니는 그렇게 자연과 함께 사는 법을 안다.

바람이 거세지면 집안일을 하고. 밭일에다 마을 일까지, 어머니들의 모습은 늘 한결같다.

그리고 평생 물질을 천명(天命)으로 알고 이 겨울 어머니는 바다로 들어간다.

더 많이 가지고 싶어. 마음이 흔들릴 때면 그 우도에 어머니를 생각한다.

사람은 때가 있다고 하죠. 그때마다 순응하고 살아가는 것이 순리지만,

대부분 과속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여 주체를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 우도의

바람과 바다를 끌어안고 사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우리의 삶도 그렇게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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