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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고추장 냄새처럼 구수하고, 달콤한 곳, 전북 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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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 인사를 드립니다.

새벽달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 아침이 시작된다

뛰어야 하고 소리쳐야 하고 그러므로 마음과 마음이 스치며 사라지는 하루의 인생.

보일 듯 보이지 않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아득한 삶의 목표가 아직 어두운

새벽 그림자를 가른다. 언제나 새로운 날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기회 세상이

아직 살만하다 말하는 것은 지독하게 공평한 자연의 법칙 때문이리라.

섬진강이 휘감아 도는 순창 땅엔 봄기운이 완연하다.

 

 

 

 

코끝이 싸해지는 봄날, 선선한 아침 산책에 나선 어린 소는 한껏 기분이 좋아진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일 것이다.

가난이 불행하다는 것은 사람들 세상에 말이다.

자연의 땅에서 가난은 앞으로 채워질 것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부르는 말이다.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장엄하게 떨어지는 물줄기에 세포 하나 신경 한 줄기까지

모두 깨어나는 듯 작은 몸서리가 있다. 높이 삼십 미터 절벽에서 분당 5톤의 물이

내려온다. 유리그릇에 담겨있는 듯 훤히 보이는 물속이 맑기만 하다.

꽃잎을 따라 물보라가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날아간다.

다들 저 하고픈 대로 움직이고 흩어지지만 그것이 다시없을 아름다움이다.

 

 

 

 

병풍폭포를 품고 있는 강천산은 제일 높은 봉우리가 해발 오백십칠 미터쯤 되는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깊은 계곡과 기암괴석 절벽이 어우러져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름난 계곡만도 십여 개에 이른다.

용이 꼬리를 치며 승천하는 모양을 닮았다 하여 예전엔 용천산이라고도 불렀다 한다.

 

 

 

 

순창은 섬진강의 처음을 이루는 땅이다.

남도의 젖줄이 발원하고 그 기운을 모아가는 지점에 울퉁불퉁 구불구불 기이한 바위군이

펼쳐져 있다. 바로 장군목이다. 물이 흘러간 자리 물속 생명들이 지나간 자리

그리고 바람과 세월의 고뇌가 거대한 바위의 흔적을 남겼다.

수천수만 년 세월을 쓰다듬고 어루만져 만들어낸 작품이다.

흐르는 것은 흘러가도록 두고 그 흐름 속에서 자라난 것들은 그곳에 살도록 둬야 한다.

바위도 강물도 사람들 사는 자리도 욕심으로 거스르지 말아야 편안하다.

 

 

 

 

오래전부터 순창의 고추장은 남다른 명성을 얻어왔다.

바삐 달려가는 세상 움직임에 뒤처져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맑은 공기와

정갈한 물을 가질 수 있었다. 전국 방방곡곡 고추장을 모두 다 담그지만 순창의

장맛이 유독 이름을 얻는 것은 그 때문이다. 깊고 순결한 장맛은 자연과 어머니가

준 선물이다. 옛 삶의 방식이 얼마나 지혜로운지 세월이 갈수록 새록새록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순창의 기운은 봄 햇살에 익어가는 장 마당처럼 점점 더 깊어간다.

사람들은 그들 살아가는 터전을 닮아간다.

우연히 마주친 한고비 섬진강 강둑의 전경은 시간이 멈춘 듯 오래된 기억 속에

그 모습 그대로다. 멀리 있는 목표보다 가까이 있는 꽃과 들판과 이웃을 돌아보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일깨워주는 땅이 이곳이다.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지는 들판 넘실대는

강줄기를 따라 쏘다니다 보면 하루 해가 저물곤 했다. 저녁이면 한 뼘씩 키와 마음이

자라는 그 날들이 그립다. 깨끗하고 맑게 지켜온 자연은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정갈하고

순박하게 이끌어 준다. 좋은 땅의 기운은 착한 사람을 만들고 착한 사람들이

가꾼 농작물은 사람과 땅에 건강함을 선사한다.

 

 

 

 

달리는 사람은 그가 도달해야 하는 목표, 오로지 앞만 보일 뿐이다.

하지만 천천히 걷는 사람은 하늘도 보이고 길가에 핀 봄꽃도 보인다.

설사 남들처럼 제 때 목표를 이룰 수 없다 해도 걷고 있는 동안 풍성한 이야기를

보듬어 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느린 것이 실패는 아니다.

문득 문득 고개를 쳐드는 허기와 갈증은 어쩌면 너무 바쁘기만 한 내 일상이

주는 경고일지 모른다. 긴 인생의 시간이 하루 24시간씩 나누어져 있는 것은 걷고,

생각하고, 느끼고 다듬어서 날마다 새로워지라는 뜻이다.

호흡을 가다듬고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라는 자연의 배려임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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