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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물 속에서 기억하는 소양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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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The Best Life)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나라는 이산가족들이 많다. 특히 80년도 이산가족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을 때,

얼마나 헤어진 가족들이 많은가를 알 수가 있었죠. 가슴이 찡한 부분들도 많았고,

눈물을 흘릴 때도 많았죠. 그런데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마을을 떠나야 하고

타지 아닌 타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물로 채워진 소양호에서 그 속에서 마을의 추억을 되새기고 싶다.

 

 

 

 

연모의 감정도 부대끼며 살다 보면 오래된 일기장 속 과거가 된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곤 했다. 이 호숫가에만 서면 문득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도 잊혀지지 않는

그리운 이야기가 물결 따라 밀고 들어온다. 언제 봐도 이 소양호는 갓 시집 온

새색시처럼 얌전하고 청순하다. 바람도 느껴지지 않고 물살도 없는 잔잔한 풍광이

하루 종일 계속된다. 1973년의 일이다. 이곳이 거대한 호수로 변한 것이 전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480만 평에 이르는 거대한 땅에 물을 끌어들여 동양 최대의 댐을 만들었다.

 

 

 

 

소양호를 잠시 구경하러 들른 외지인들은 모를 것이다.

지금은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 뿐이니 삼십 년도 넘은 그 옛날 이곳이 나무 무성한

산골짜기였음을 짐작한다는 건 힘든 일이다. 그때를 아는 이들에게 조차 가물가물한

기억이다. 육지가 사라지고 대신 190미터가 넘는 호수가 들어선 뒤 사람들은 고기 잡는

어부가 되었다. 사실 어릴 적 꿈을 이루고 사는 삶은 별로 많지 않다.

고향집, 고향 마을이 물속으로 가라앉고 호수가 생긴 뒤 남은 것은 그 호수 깊이

이백여 미터만큼 위에 있었던 고지대 집들 뿐이다.

땅 위에 심어 놓았던 땅 위에 펼쳐져 있던 모든 이야기가 같이 물속에 잠겨버렸다.

 

 

 

 

호수 위로 조금 남은 산속의 땅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사람들은 요즘 산밭을 일궜다.

산비탈을 밭으로 만들었으니, 일하는 폼새가 기어 다니는 것 같다.

마을 사람들이 장뇌삼을 가꾸기 시작했다. 장뇌삼은 깊은 산중에서 길러야 수확할 수 있는

삼으로 잘만 하면 산삼에 뒤지지 않는 좋은 삶을 얻을 수 있다.

보통 밭에 작물을 심으면 적게는 두세 달 많아야 일 년이면, 수확할 수 있는데

이건 최소한 십 년 이상 많으면 삼십 년씩 돌보고 가꿔야 한다 참으로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다.

 

 

 

 

소양호가 생기면서 이 일대 마을들은 모두 배를 타야 오고 갈 수 있게 됐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천년 고찰 청평사를 예전처럼 마음대로

다닐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다. 이루고 싶은 뜻이 선한 것이라면 백 년이 가도 천 년이

가도 대를 이어 계속될 것이다. 처음 품은 그 마음이 진정이고 진실이라면, 열매 맺게

될 것을 의심하지 말 일이다. 천 년이 넘은 이 고찰은 그러나 한국전쟁으로 다 소실되고

해조문만이 남아 보물로 지정돼 있다.

 

 

 

 

한 번 흘러간 물은 다시 만날 수 없다지만 계곡의 물은 오늘도 흐르고 있다.

오늘 만났던 물은 이다음 구름이 되고, 비가 되고, 혹은 강이 되어 만날 것이다.

그것이 인연의 힘이라 믿는다. 더 이상 갈 데가 없어 여기에 살고 있지만 억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겨우 생활을 유지할 정도의 돈벌이라 해도 여긴 나름의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을 심기 시작하면서

등장한 막국수는 이젠 강원도 일대에선 별미 음식이 돼 버렸다.

먹을 것이 없어 밥 대신 먹던 국수가 어느새 일주일에 한두 번은 생각나는 맛이 돼버렸다.

두툼하고 약간은 푸석거리는 느낌마저 있는 국수 쌉싸름한 면발에 김치와 양념장의

시원한 맛과 어우러진 막국수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잘 살아보겠다고, 온 나라의 기술과 인력을 총동원해 만들어진 이 호수는 고향을 잃은

이들의 눈물이 더 해져 깊고, 깊은 수심을 자랑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어린 날의 추억을 한순간에 가져가 버린, 물을 바라보며, 다시는 새로운

사랑을 못 할 줄 알았다. 새로운 사랑을 할 기운마저 잃어버린 시간들이었다.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믿었지만, 깊은 물길 속에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

묻어두었던 그리움은 아직도 가슴속에 아련히 남아 있다.

우리는 소양호처럼 속에 묻어 놓았던 기억들은 없는가? 조금만 옆에서 건드리기만 해도

웃음과 눈물로 반복하며 기억하는 여러분의 마음을 이번 기회에 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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