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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무욕의 삶이 풍기는 경북 울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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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 인사드립니다.

비워도 비워도 계속해서 채워지는 것은 세상의 순리일 것이다.

이론 상으로는 비우고 내려놓고 살아야 그것을 통해 행복과 유토피아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왜 자꾸 채우려고만 하는가?

지금 내가 이렇게 하는 것도 채우는 것이겠지.

지금 떠나는 울진에서 무욕의 삶 속에서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채움을 하나씩 내려 놓고자 한다.

 

 

 

 

전쟁 같은 일상을 살다 보면 시나브로 들어와 마음을 흔드는 소리가 있다.

떠나라 훌훌 털고 나서면 꽉 찬 마음도 조금은 비워질 것이다.

먼지와 소음 빌딩과 욕망으로 가득 찬 도시의 삶을 떠나 마음 닿는 대로 찾아간 곳,

경북 울진 그곳의 자연은 일찌감치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낯선 일을 반겨주는 산과 바람 계곡을 따라 천천히 내 마음속

빈자리를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태백산맥이 울진에 내어준 봉우리 천축산.

그 서쪽 기슭을 걷다 보면 신라의 천년 고찰 불영사와 마주하게 된다.

 

 

 

 

그곳에서 떠나올 때 채 내려놓지 못했던 상념들을 마저 털어버린다.

자꾸 채우려고만 하지 말고 가진 것을 조금씩 비우며 살라는 산사의

가르침 세상살이에 주눅 들었던 마음을 산사는 조용히 다독여준다.

부처님 형상을 한 바위가 연못에 비춘다는 뜻을 지닌 불영사.

오늘도 그 물가엔 욕심 없는 삶을 동경하는 이들의 눈길이 오래도록 머물다 간다.

차분해진 마음으로 불영사를 나서면 계곡의 시원한 물줄기가 저만치 앞서 있다.

그 산길에서 사랑하는 이들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전설 속 바위를 만난다.

살면서 저리도 절실한 누군가를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

도시의 먼지로 가득 찼던 마음은 어느새 잊었던 소중한 것들로 조금씩 채워지고 있었다.

불영사 계곡 아래 첫 마을, 마을로 들어서는 대숲에서 물소리도 잠시 숨을 고른다.

불과 사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 길은 울진에서 내륙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였다.

 

 

 

 

고갯길이 시작되는 두천리에는 당시 이 고개를 넘나들던 상인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거친 산행 길에서 자신들을 보호해 준 은인들에게 상인들은 쇠 비석으로 보답했다.

장날이면 소금과 미역 생선 등을 실은 장꾼들 줄지어

고개를 넘어 봉화로 갔고, 콩이나 옥수수 등을 씻고 돌아왔다.

울진에서 봉화까지는 걸어서 꼬박 열 시간 두천리를 지나고 나면 산길은 더욱 험해진다.

천천히 숲을 걷다 보니 희미해진 옛 길이 열리고, 그 속에 묻힌 이야기들도 되살아난다.

열두 고개 중 네 번째 고개에 세워진 성황당.

힘든 고갯길을 넘나들던 사람들은 하늘에 기대고 나무 한 그루 바위 하나에도 고개를 숙였다.

즉 자신의 삶을 온전히 자연의 섭리에 내 맡겼다.

그 소박한 마음들이 지금도 옛 길 어딘가에서 오가는 이의 평온을 빌고 있는 듯하다.

 

 

 

 

울진의 숲에서 가장 많이 마주치는 것은 금강송이다.

금강송은 처음에 붉은 색을 띠다가 수령이 이백 년을 넘어서면 거북이 등무늬가 뚜렷해진다.

수많은 시간이 흘러도 휘어짐이나 뒤틀림이 없이 곱게 자란 덕에 금강송

한 그루면 집 한 채를 지을 수 있을 만큼 쓰임이 좋았다.

겉은 붉고 속은 노란 금강송 일제 수탈에도 굳건히 견뎌온 나무는

죽은 지 백 년이 지나도 요긴하게 사용된다.

 

 

 

 

금강송 군락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옛 화전민 마을,

이곳에 시집 와 삼십오 년째 살고 있다는 할머니가 오늘은 관솔을 캐러 산을 찾았다.

관솔은 죽은 소나무의 뿌리를 가리킨다.

초와 기름이 귀하던 시절 송진이 스며들어 불이 잘 꺼지지 않는 관솔은

화전민들에게 짧은 하루해를 대신해주는 등불이었다.

 

 

 

 

산골의 햇볕과 바람을 머금은 소박한 손님상이 차려졌다.

빈 틈 없이 꽉 찬 도시를 떠나 찾아간 여행 울진의 욕심 없는 풍경에서 잠시 내려놓았던 삶의 무게들,

나는 다시 그것을 이고 도시로 향하지만, 그곳에서 찾은 내 마음속의 여백은 오래도록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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