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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고요하게 흐르는 낙동강, 선조의 힘이 흐르는 안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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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 인사를 드립니다.

그곳에 가면 하얀 두루미와 함께 평온하게 일상을 하는 마을이 있다.

그곳이 바로 하회마을이다. 2백 년 이상 된 고택들이 많이 있고,

하회탈의 본 고지로 이에 따른 많은 전설들이 많이 있는 곳이다.

교육에 온 힘을 쏟았던 퇴계 선생님의 열정이 지금도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발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선조의 땀과 열정이 묻어나는 곳이었다.

안동의 향기를 품고 오늘도 한 발자국씩 옮긴다.

 

 

 

 

길게 늘어선 줄기를 따라 강은 쉼 없이 흐르는데 이쯤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듯하다.

겨울을 맞이하려고 길가의 나무들도 모두 옷을 갈아입었다.

스산하게 부는 바람조차 머물러 고요하다.

일 년이 하루처럼 빠르게 지나간다는데, 이곳 안동에선 오래된 옛이야기가

어제 일처럼 가까이 있다. 태백에서 남쪽으로 흘러가던 낙동강 분류가

태극을 그리며 서쪽으로 만든 평야지대에 안동이 있다.

안동은 대부분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지만 낙동강 물이 유일하게 반대로 흐르다

감싸 안고 있는 평평한 들판, 바로 이곳에 일흔여덟 개의 종가가 있다.

 

 

 

 

오래된 고택이 그대로 보존되고 옛 법도와 질서가 존중되는 마을,

아랫집, 윗집에 형제는 물론 숙부와 조카가 모여 사는 집성촌 마을에 들어서면,

시간은 훌쩍 오백 년을 뛰어넘어 조선 어느 거리에 서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눈요기나 하라고 보존해 놓은 것이 아니라 여전히 대를 이어 사람들이 산다.

생활을 위해 청소를 하고 부서진 곳을 고치지만 그 기본 형태에 손을 대지 않는다.

그러니 일상의 동선은 수백 년 전 그대로다. 말끔하고 고즈넉한 옛집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예전부터 여인의 덕목 중 하나는 배를 잘 짜는 것이었다.

평생 길쌈을 해온 할머니는 지금도 옛 방식 그대로 안동포를 만든다.

여인들의 지혜와 수고가 안동포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젊은 시절엔 이렇듯 좁은 방 안에서 배틀을 끼고 앉아 일 년 열두 달 베를 짜곤 했다.

시어머니도 베를 짰고 시어머니의 어머니도 성성한 백발을 이고 이 베틀에 앉아 있었다.

몇 날 며칠 하다 보면 팔다리가 쑤시고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오기도 했지만,

감히 싫다 소리 한 번 못 했다. 지금도 할머니의 베틀 옆엔 시할머니 때부터

사용해 온 도구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대를 이어 여인들의 땀과 눈물로 반질반질해진

베틀과 도구 속엔 밤새 풀어놓아도 끝나지 않는 한 가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천년을 두어도 좀이 쓸지 않는다는 좋은 안동포 한 필이 만들어지면

수심 반 기대 반 어머니들의 꿈도 함께 만들어졌다.

필요한 것들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부족함이 드러나 수심이 생기고

조금이라도 채워짐이 다행스러워 기대가 부푼다.

안동이 여전히 옛 모습을 품고 있는 건 숨은 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엔 육백 년이란 시간 동안 터 잡고 살아온 이들이 있다.

아침상을 물리고 안채와 바깥채의 아홉 개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이 오래된 한옥을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 습기가 차지 않도록 돌봐주는 것이다.

 

 

 

 

집은 그곳에 사는 이의 꿈의 표상이다. 화경당, 서로 조화를 이루고 서로를 위하여

공경하는 곳. 사랑채와 안채 사이에는 여인들의 생활공간이 정 가락에 자리하고

가족들이 모이는 안채 마당과 마루는 그리 넓지 않고 소박하게 꾸며져 있다.

남정네들은 여인들의 생활공간을 존중하고 여인들은 남성들이 하는 일을 돕는

우리네 한옥의 미덕이 그대로 살아있다.

 

 

 

 

세상이 열두 번도 더 바뀌었지만 이들 가족들은 집을 떠나지 않았다.

그 집과 더불어 키워왔던 가문의 역사와 이야기들은 결코 옛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아들이 장성하면 큰 사랑채에 불러서 일렀다.

어려운 이웃을 의식해 언제나 삼가면서 겸손하라고, 화경당 큰 사랑채에서

바라보이는 하회의 주산인 화산을 바라보며 아들은 그 가르침을 늘 되새겼다.

법도를 지키고 성현들의 가르침을 삶의 지표로 삼은 착한 사람들은

그 예절대로 집을 지었고, 집은 주인을 닮아 지조를 지키며 아직 서 있다.

세월이 흐른다고 새 것을 쫓아 다 버릴 것인가? 세월을 따라 묵히고 다듬어 새것처럼 쓸 것인가?

 

 

 

 

새벽 어스름이 가시자 온산에 얼음 꽃이 만발한다.

안개와 차가운 강바람이 이뤄낸 장관에 겨울산은 잠시 호사를 누린다.

안개가 걷히자 얼음 꽃은 자취를 감춘다. 우연히 맞닥뜨린 옛사랑처럼 들뜨고

설레던 가슴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환상처럼 들렀다 가는 자연의 풍광에도

마음을 빼앗기는데 즐기기에 머물러 있는 일상의 고민과 걱정에 마음이 쓰이는 건

당연한 일일 게다.

 

 

 

 

어떤 이는 안동 땅에 가면 괜스레 옷매무새가 가다듬어지고

말 한마디도 조심스러워진다 한다. 예의 고장 선비들의 마을 이곳에는

퇴계 이황 선생이 학문을 연구하며 제자들을 가르치던 도산서원이 있다.

서원 안은 먼지 한 점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단정하다. 공자의 77 세손 공덕성은

도산서원이 마치 공자가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퇴계 선생이 죽은 뒤 제자들은

이 전교 당을 짓고 마치 학교처럼 사용했다.

이에 선조는 그 뜻이 갸륵해 도산서원이라는 현판을 직접 하사한다.

 

 

 

 

힘이 넘치면서도 결코 과하지 않은 절제된 필체 이 현판은 바로 선조의 명을 받고

당대의 명필 한석봉이 쓴 글씨다. 퇴계 선생의 위패는 제자 월척 조목 선생과 함께

상덕 사에 모셔져 있다. 평생 오로지 학문 탐구와 제자들 가르치기에

열중한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서다. 어려서부터 공부하는 자세가 남달랐던 선생은

12세 때 이미 논어를 공부할 정도로 뛰어났지만 높은 벼슬은 사양했다.

그는 단순히 공부를 가르친 것만은 아니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의 병을 다스릴 줄 아는 바른 인간이 돼라 가르친 스승이었다.

퇴계 선생을 위대한 스승이라 부르는 것은 그가 가르침의 실천자였기 때문이다.

 

 

 

 

수많은 제자를 거느린 당대 최고 스승이었지만 그가 지낸 방은 좁고

소박해 제대로 된 가구 하나가 없었다.

다만 방안 정면에 높은 턱을 만들어 책을 올려놓았다.

배움을 주는 책을 사람과 같은 바닥에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을 대함에 있어 그 자세를 절제하고 내면의 욕망을 다스리며 독서를 통해

따뜻한 성품을 가지는 것이 결국 선생이 책을 읽는 이유였다.

 

 

 

 

일상의 부귀영화가 잠시의 즐거움이라면 정신의 부유함은 대를 잇는 즐거움이다.

바른 뜻은 어떤 난관에도 멈추지 않고 흐른다. 멀리 있는 듯 보여도 높은 목표와 바람은

오늘의 일상을 다스리는 힘이다. 안동에는 또 하나의 국보가 있다.

하회마을에서 전해 온다 하여 하회탈이라 이름 붙은 이 탈은 세계적인 걸작으로

평가받는 안동의 자랑이다. 매일매일 만드는 탈이지만 작업대 앞에 서면,

이건 직업이 아니라 하나의 의식이다.

 

 

 

 

장인은 장인을 낳고 팔을 만드는 비법은 장인의 손끝에서 대물림을 이루어냈다.

비법을 익히는 동안 어린 제자는 스승의 삶을 배우고 그 뜻도 함께 쫓았다.

유쾌한 듯 보이나 슬프고 웃는 듯하다가도 눈물이 쏟아진다.

오묘한 인간만사 희로애락이 하회탈에는 살아있다. 이 절묘함을 어찌 표현할 것인가

눈가에 주름 하나 미소로 벌어진 입의 크기와 각도 하나가 보는 이에 따라 각기 달라 보인다.

 

 

 

 

서로 다른 사람들 서로 다른 열두 개의 웃음 하회탈의 주인공은 내 옆에 이웃들이다.

오래전 이 탈은 장터에서 볼 수 있었다.

양반과 중과 백정이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때에 사람들은 이탈을 썼다.

툭 튀어 있는 큰 입으로 가면을 쓴 이는 끊임없이 말을 했다.

신세를 한탄하고 잘못되어 가는 사회를 꼬집었다.

그 많은 말들을 다 들어주고 다 이해하다 보니 하회탈의 표정도 그토록

오묘해진 것일까? 억울한 일이 있으면 탈을 쓰고 장터로 달려가고,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부지런히 베틀을 돌렸다. 귀한 자식일수록 책을 손에 들려 보내고

그 자식에게 본이 되고자 손발이 닳도록 뛰어다녔다.

 

 

 

 

사람들 사는 모양새가 달라진 것이 없다.

장독이 김치 냉장고로 바뀌고, 댓돌 대청마루가 응접실로 바뀌었을 뿐 바라는 것들

그 삶의 소원은 여전히 같다. 늙은 아비를 공경하고 다른 뜻으로 아들을 가르치다

보내는 한 평생 누구에게나 허락되어 있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어떻게 해야 잘하는 일인지가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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