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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한겨울 바람에 갈대가 춤을 추는 순천만 순천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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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 인사를 드립니다.

순천만의 갈대와 갯벌로 장관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갈대숲을 걷다 보면 갈대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

노래 가사 중에 갈대의 순정이 생각이 나지만 가사는 제대로 기억이 없다.

탁 트인 순천만의 갈대 너머로 넘어가는 일몰과 옛 추억을 더듬고자

낙안읍성, 남도의 생명 상사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부대끼며 보내는 하루에는 길기만 한데 한 달은 성큼 지나가고 한 해는

소리조차 내지 않고 곁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강가에 새들조차 저마다 제 살 곳을 찾아 바쁘게 움직이는 계절,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물음표만 가득 던지는 이들은 지금보다 오히려 예전이 좋았다.

쉽게 말하지만, 분명한 것은 쌓여가는 나이만큼이나 삶의 지혜도 더해졌습니다.

순천만의 배 하나가 큰 소리를 내며 달린다.

그저 경치 구경에 나섰다 싶었는데, 실상 뱃머리에 모여 있는 이들은

망원경을 손에 든 조류 탐사대다. 순천만이 어떤 곳인가?

남쪽으로는 여수 동쪽으로는 광양 남해 사천으로 연결되고

서쪽으로 벌교 보성 고흥 화순 북쪽으론 하동 구례의 곡성이다.

 

 

 

 

남도 땅이 쭉 둘러 감싸 안고 있는 이 바다는 요즘 철새들이 모여들어 장관을 이룬다.

한 무리의 흙 부리 오리를 발견했다. 낙동강 하구 을숙도에서 자주 보이던

녀석들이 여기까지 이동해 날아왔다. 어디 흙 부리 오리뿐이랴.

검은 머리 갈매기 황새 저어새 노란 부리 백로도 볼 수 있다.

희귀하기로 이름난 녀석들이 종종 푸더덕 날아올라 버리는 하늘 쇼는 장관이다.

어떤 녀석들은 추운 겨울 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아오기도 하고 혹은

더 따뜻한 나무로 가기 위해 잠시 들른 녀석들도 있다.

긴 여행길 휴식도 해야 하고 먹이도 보충해야 한다.

아무리 갈 길이 먼 철새라 해도 매일매일 달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건 지식도 의지도 아니다. 그저 철새들의 본능일 뿐이다.

아침부터 순천만의 철새를 조사하던 탐사대의 모든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됐다.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천연기념물 흑두루미이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도대체 새가 얼마나 모여 있는지 다 셀 수가 없다.

해마다 수가 줄기도 하고 늘기도 하고 남쪽으로 가야 할 녀석들이 아예 둥지를

틀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순천만이 철새들에게 인기가 좋은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여기 다 모여 있기 때문이다.

 

 

 

해안선에 드나듦이 아주 심한 순천만은 만의 길이가

약 오십팔 점칠 킬로미터 동서로 이십이 킬로미터나 뻗어 있다.

여기에 팔백만 평의 광활한 갯벌과 칠십만 평의 갈대밭이 군데군데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바다와 육지가 서로 협력해 만들어낸 생명의 보고가 바로 이 갯벌이다.

온갖 생물들이 지천으로 살고 있는 갯벌이 있으므로 새도 있다.

올 1월 순천만 습지는 국제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갯벌에서 배부르게 먹이를 먹은 새들은 바로 옆에 마련된 갈대밭에 집을 짓고 휴식한다.

멀리서 바라보는 갈대밭은 황량하기 그지없고, 한 발 다가서면 바람 따라

서걱거리는 마른 갈대의 몸 부비는 소리에 쓸쓸함이 밀려듭니다.

그러나 그 밭으로 들어서는 순간, 갈대는 먼 길 달려온 낯선 여행객들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 준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며, 들리는 것이 다 옳은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하늘의 이치에 순응해야 한다며 이 땅을 순천이라 이름 지었다.

 

 

 

 

아무 생각 없이 바람 따라 흔들리는 것 같지만

제자리를 떠나는 법이 없는 갈대와 마주하면 어쩌면 흔들리는 건 나 혼자인 듯싶다.

순리를 따르는 것이 세상과 타협하는 것인가. 지조를 지키고 주장대로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길인가. 한없이 넓은 갈대밭에서 문득 길을 잃는다.

순천만을 등 뒤로 하고 뭍으로 올라오면, 웅장하고 수려한 산맥과 만나게 된다.

 

 

 

 

소백산맥 끝자락에서 솟아올라 남도의 따뜻한 바다 기운을 받은 이 일대를

혹자는 소 강남이라고도 불렀다. 산의 기운이 어찌나 출중하던지 동쪽으로는

승보사찰 송광사를 두고 서쪽으로는 아름답기로 이름난 선암사를 두었다.

바로 조계산이다. 이 계곡에 들어서는 순간 먼저 그 풍광에 취한다.

그리고 선암사 앞에 서면 이제 세속의 일과 저 먼 다른 세상 선계를

잇는 다리를 만나게 된다. 그 건널 수 없는 강을 잇는 다리 승선 교다.

우리나라 옛 다리 중에서 아름답기로 이름난 승선 교는

마치 날아오르는 신선처럼 날렵하고도 경쾌한 자태의 무지개다리다.

승선 교는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고들 하는데 강선루와

승선교의 어울림은 가이 최고라 할 것이다. 남도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사랑을

이루려면 승선교 아래서 고백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오래전 옛 고승들은 무엇을 얻고자 선암사를 세웠을까 속세와 선계를

이어준다는 승선교를 건너면 무엇이 나타날까?

막상 선암사 경내로 들어서면 단아하고 아담한 모습에 먼저 놀란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눈물이 나면 선암사에 가라앉다. 목어가 푸른 하늘을 기어 다니고

풀잎들이 눈물을 닦아줄 것이라 한다. 산의 나무 한 그루, 길가에 피는 꽃 하나도

지나치지 않고 가슴에 담아두는 법을 남도 땅은 가르치고 있다.

조계산을 내려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오래된 옛 마을이 남아 있다.

마치 과거 어느 시절로 돌아온 듯 초가집들이 가득하다. 조선 태조 이성계 시절

처음 쌓았다는 낙안 성내의 마을로 이십여 년 전 사적지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는 곳이다.

집은 모두 옛날 집이지만 아직도 이 초가집에 사람들이 산다.

고향이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고 옛 방식이 좋아 찾아온 이도 있다.

가을 거지가 모두 끝난 십이월 낙안읍성 마을은 초가집 지붕에 집으로 이영을 얻느라

분주하다. 이 가을 지붕을 손 봐야 겨울을 걱정 없이 날 수 있다.

철근과 콘크리트로 지은 집이야 이런 수고가 필요 없겠지만 그 대신 집으로

지붕 얹은 초가집의 안락함도 모를 것이다.

 

 

 

 

벽마다 주렁주렁 작품들이 걸려 있다.

대략 오십 년쯤 흘렀을까 집으로 바구니를 만들고 신발을 만들고 멍석도 만들어 쓰던

우리들이다. 바싹 마른 짚으로 만든 도구들은 얼마나 쓸 데가 많았는지 모른다.

가난했던 시절의 유산이라고 관광객들이 기념품으로 한두 점 사가는 형편이 되었지만

여전히 플라스틱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순천에는 십여 년 전 상사 댐을 만들면서 생겨난 인공호수 상사호가 있다.

댐이 생기면서 이 일대에 전기가 넉넉하게 공급되고 가뭄이 들어도 필요한

농업용수 걱정이 없는 데다가 관광지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는 호수다.

그리고 상사호 주변 마을에선 넉넉한 미소와 따뜻한 인심을 만날 수 있다.

 

 

 

 

어머니의 품처럼 겨울로 가는 남도의 풍경은 푸근하기만 하다.

참고 인내하고 자신을 호되게 다잡으며 달려왔다면 손에 쥔 것이 보잘것없다 해도

슬퍼하지 말 일이다. 보이는 세상이 화려하면 할수록 보지 않는 뒤태는 외로운 법이다.

오늘 주어진 하루 속엔 또 한 줌의 수확이 기다리고 있다.

시간의 소중함을 무시한 바람은 허무한 것이며 내 몫의 기쁨과

즐거움을 외면하고 행복할 수 있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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