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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멍든 상처자국을 안고 사는 전북 군산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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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The Best Life) 인사를 드립니다.

고속도로를 달려가다 보면 가끔 도로가 파인 곳이 있고, 계속 차들이 다녀서

깊게 파이고, 결국은 도로공사 직원들에 의해서 보수 공사를 하고 나면

정상적인 운행을 하게 됩니다. 어디를 가든지 누구든지 살아가면서 아픔 없이 살아간다면,

그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바다와 항구가 함께 있고 주변에는 평야로

펼쳐져 있어서 수탈의 아픔이 있었던 군상으로 발길을 옮기며 화려함보다는

다독임을 추구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기도마저 멈춘 채 나는 시린 계절과 싸움을 하고 있다.

마음은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가만히 손을 내밀어 화해하지 못한 추억과 악수한다.

낯익은 빛깔로 저물어 가는 기억의 귀안 길에서 나의 희망을 찾는다.

그 나이 얼마쯤 되었을까? 수억 수천만 년쯤 되었을 바다가 말없이 나그네를 맞아준다.

평상심 대신 흔들리는 마음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또 어떤 인연을 맺으려 애를 쓰는 것일까?

시간은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꿈길인 듯 너울너울 떠나간다.

아직은 젊은 나이 기차는 돌아보지 않는다. 다시 텅 비어버린 간이역.

1912년에 준공됐으니 서울역보다 더 오랜 세월을 보냈다.

익산역과 군산역 사이에 간이역인 임피역은 2007년을 끝으로 더 이상 기차가 서지 않는다.

누군가 참으로 쓸쓸한 뒷모습이다. 옛 스승을 만나러 온 제자처럼 여든을 훌쩍 넘긴

노인은 부동자세를 풀지 않는다.

 

 

 

 

빈 손, 빈 몸 더 이상 가진 게 없게 되면 저 임피역처럼 더는 부끄러울 게 없을까?

허전해진 마음이 옛정을 찾아 기웃거린다.

노년의 얼굴엔 피고 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는다 했던가?

오늘도 그날처럼 먼 훗날에도 오늘처럼 따뜻한 기억일수록 시간은 더디 흐른다.

목구멍이 뜨거워질 만큼 사무치면 나는 조금 울었고, 내가 우는 사이에도 세월은 흘렀다.

마치 아무 일 없는 듯 느릿느릿 지나가고 있는 시간 속으로

나는 좀 더 들어가 보기로 한다. 일제 강점기, 뚜렷한 상징물인 조선은행 군산지점,

한때는 꽤 잘 나가던 유흥업소로 그보다 더 오래전엔 일제 수탈의 핵심적 기능을

했던 곳으로 그러나 지금은 곧 무너져 버릴 듯한 폐가가 되어버린 그곳에서

실은 그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다.

 

 

 

 

군산은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막대한 양의 쌀을 일본으로 실어 내 가던 통로였다.

뜬 다리 부두를 중심으로 도로와 철로와 수레와 배가 쌀을 실어 나르던 수탈의 기억을

군산 내항은 간직하고 있다. 짓누르던 목에 얼마나 감당하기 힘들었을까?

더 이상 자신의 의지가 아닌 시대 상황을 군산은 멈추고 싶었을 것이다.

내 침묵을 흔들어 깨울 수 있는 사람이 언제나 당신이길 바랬다. 허나 바람일 뿐,

호기심이 일렁이는 곳은 항상 새로운 세상이다.

새로운 세상으로 초대받기 위해선 온전히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금강호를 찾아온 수천 마리의 겨울 철새들이 일제히 충으로 화답한다.

믿기지 않을 평화역, 이 겨울이 끝날 때까지 깨지지 않기를 소망한다.

 

 

 

 

손톱 같은 초승달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새벽길을 걸었다.

제법 추운 날이다. 옛 군산역 광장엔 어김없이 도깨비 시장이 섰다.

한 때는 드나드는 사람이 하루 3천여 명이나 될 정도로 활력이 넘쳤던 새벽시장,

익산 행, 군산 발 열차를 타고 도깨비 시장이 출근 도장을 찍었던

할머니들의 풍경은 이제 기억의 뒤안길로 꾸부정하게 나앉았다.

따뜻하고 달달한 추억이 곁에 있는 한이라고 위로해본다

사실 변한 것은 사람뿐이다. 꽃게는 여전히 싱싱하지만 사람만

지난날을 심각하게 꿈꾼다. 허전하고 여전히 서글픈 마음이 들 때면

주인은 아직 오지 않은 손님과 흥정을 한다. 내 더딘 잠 길을 밟고 하얗게

오신 님, 겨울 내내 나는 마음껏 구경하며 여행자인 양 행세하리라.

공연이 호호 입김을 불자, 외할머니 같은 세월의 손길로 말없이 아궁이 한 옆을 내어준다.

하얀 날개옷을 입은 달콤한 향기에 취해 내 발길은 오도 가도 못한다.

 

 

 

 

아무 일 없는 듯 무심히 지나가버린 할머니의 청춘은 언제였을까?

차고 혹독한 겨울도 아무 일 없는 듯 지나가리라.

앙상한 겨울 숲에도 아직 볼 일이 남은 모양이다.

생명이 다한 나무라도 누군가에겐 귀하다. 겨울 숲에서 가져온 나무에는

이처럼 찬란하게 아름다웠던 한 때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리움도 하나씩 지워내고

허물도 하나씩 벗겨낸다. 어쩌면 장인은 나무가 아닌 덮게 앉은 마음을 깎고

다듬었는지도 모른다. 참 아득한 괴로움 속에서 헤매었던 기억을 누군가를 향했던 미움을,

미움을 안을 수 있었던 사랑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나무는 장인의 업보였다. 부드럽게 굴곡진 세월의 무늬 앞에 장인의 고단한 반생도 무뎌졌다.

검은 멍 자국 선명한 군산 앞바다는 애써 흉터를 지우려 하지 않는다.

살기 위해 부딪혀야 했던 북풍이었기에 대신 뜨겁게 기억할 뿐이다.

멍든 자국을 치유하며 살아가는 군산을 나오며,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아무렇지 않게 보이지만 속내는 항상 아픈 흔적의 군산에서 하얀 입김을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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