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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감사와 희망의 섬, 비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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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입니다.

사람은 얼마나 평정을 찾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바로 닥친 어려움 속에서

나타나는 마음의 표현 속에서 알 수가 있습니다. 대부분 가지고 있는 자들은 그것 때문에 

아까워서 화가 난다고 하고, 없는 사람들은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안된다고 위안을 삼지만,

세상은 대부분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기에 그 이하의 사람들의 모습들을 

이해를 하지 못한다. 그 상태에서의 명예, 지위, 지존심만이 최고인 것처럼, 생각을 하지만

순간, 건강을 잃고 경제력을 앓는 순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죠.

이번에 여행을 하는 비금도에서 인생에서 욕심은 아무 쓸 때가 없음을 교훈을 주고 있다.

오늘도 떠나며 가벼운 짐으로 부담 없이 출발했으면 합니다. 감사와 희망의 섬, 비금도로..

 

 

 

 

목포에서 배를 타며 생각했다. 신안 앞바다, 수많은 섬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섬은 어디일까?

누구의 말을 들은 듯. 그것이 내 마음과 같을 수 없는 일, 

부서지고 낡고 허름한 것들도 때로 아름다울 수 있다.

바라고 원하는 것을 향해 열심히 뛰었다면 지금의 모습과 상관없이 아름다운 법이다.

남해를 바라보고 선 비금도는 아름다웠다.

목포항에서 백 길로 백리 신안 앞바다. 팔백스물일곱 개 섬 중에서 일곱 번째로 큰 섬 비금도다.

한쪽으로 푸른 바다가 보이고 한쪽 길에는 금계국이 피어 있고,

고개를 돌리니 무성한 콩밭이 펼쳐진다.

강하지만 도드라지지 않고 화려하지만 유치하지 않은 색의 향연에 가슴이 설렌다.

마을로 들어서기 전 바다인지 모래사장인지 경계가 모호한 너른 땅이 있다.

 

 

 

 

비금도의 한숨과 비금도의 눈물 그리고 비금도의 웃음을 만들어낸 염전이다.

잠잠했던 염전은 요즘 다시 문을 열었다.

오후 세 시가 넘자, 주인이건 일꾼이건 소금을 걷기 위해 부지런히 일을 한다.

삼일은 잠잠하고. 삼일은 부산하고 하늘과 바다와 바람과 태양이 만들어내는

바다의 평야 염전 여기는 파내고 심고 다듬는 손이 필요치 않다

그저 기다릴 뿐이다. 아주 먼 옛날부터 바다의 소금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바닷가엔 저절로 소금이 만들어져 뒹굴었을 것이다.

하지만 비금도의 염전이 생겨난 것이 해방 직후인 천구백사십육 년 보물 창고를

곁에 두고 수백 년 지독한 가난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바다를 밀어내고 갯가의 평야를 만들기까지 비금도 사람은 무던 이도 기다려야 했다.

 

 

 

 

할 일이라곤 바닷물을 끌어올려주는 일 염도를 맞추는 일이 전부다.

물론 이것도 기술이라 숙련된 솜씨를 필요로 하지만

이 두 가지 일만 해놓으면 나머진 하늘과 바다의 몫이다.

태양이 물을 조려 주기만 하면 열매가 넘쳐난다.

이 소금 덕분에 자식들 대학 공부 가르쳤고,

늙으신 부모를 원 없이 고기반찬도 해 드릴 수 있었다.

염전은 생명의 터전이었고, 소금은 행복의 열쇠였다.

얼마나 많은 기대와 꿈이 이 소금에 담겼었는지, 하얀 소금은 황금이라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소금은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금도 염전이 아름다운 건 사람들 때문이다.

바닷물을 황금으로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땀과 눈물이라는 특별한 묘약을 사용해야만 했다.

인간이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시간과 겨루고, 태양과 맞서고,

바다를 달래야 얻어지는 소금, 찌는 듯한 한여름이라도 차라리 논에서 밭에서 일하는 게 나았다.

소금 창고에서 벌이는 씨름은 늘 온 힘을 다해야만 겨우 이기는 힘겨운 싸움이었다.

자연은 때가 맞아야 하고 조건이 모두 제자리에서 화합하는 순간 열매를 허락한다.

그래서 자연은 겸손을 가장 아끼고 사랑한다.

아주 오래전 소금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서로 죽이기도 했고,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소금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얻어야 하는 생명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비금도 염전에서 삼십 년, 사십 년, 젊음을 바친 사람들 역시 그렇게 말한다.

 

 

 

 

비금도 바닷가에는 가공되지 않은 천연의 또 다른 색, 또 다른 삶의 모습이 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무뚝뚝한 표정의 갯벌 짱둥어들이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배를 채운다.

호기심 많은 게 한 마리도 참지 못하고 머리를 내민다.

여기는 셀 수 없이 다양하고 많은 생명들의 보금자리, 그 생명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일터다.

손가락 두 마디쯤이나 될까. 화랑 게라고도 하고 칠게라고도 부르는 녀석들은

제 집 앞마당인 양 떠들어 댄다. 비금도 아낙들은 여기서 찬거리를 구하고 생활비를 벌기도 한다.

하지만 녀석들과 텔레파시가 통하지 않으면, 팔을 쑥쑥 받고.

손을 휘둘러 대도 허탕 치기가 일수다.

솜씨 좋은 사람은 한 번 손놀림으로도 녀석들을 제압해 버리는데.

이건 배운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한다.

먹을 것이 없던 시절엔 꽤나 북적이곤 했는데 염전에다, 시금치에다, 일거리가 늘어나면서

요즘 화랑 게잡이는 아낙네들 소일거리가 돼버렸다.

이 삼십 년 전에 비하면 사는 형편은 무척이나 좋아졌지만 먹고사는 모습은 달라진 것이 없다.

화랑 게를 잡아 온 날이면 마을 아낙들은 잔칫날처럼 너나 할 것 없이 모였다.

이웃집 밥상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아는 사이, 

함께 갯벌에 나가고 함께 손질하고 나누는 동안 이들은 가족이 되어 있다.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는 자연이 결정하는 일,

아무도 그 생명의 가치에 일등, 이등 순위를 매길 수는 없을 것이다.

간혹 안개 때문에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분도 안 되는 비금도 바다는 먼저 된 자도

나중 된 자도 가늠할 필요가 없음을 제 몸으로 보여주곤 한다.

비금도 수대항에 고기잡이 나갔던 배가 들어왔다.

보통 아침 여섯 시경 일찍 나갔다 오후가 되면 돌아온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눈에 띄지 않는 작은 포구 수대항이지만

그래도 배가 한 척 들어오니 소란스러워진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는 건 간자미 가자미도 있고,

병어, 숭어, 갑오징어, 아귀 같은 것들이 잘 잡힌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있는 곳, 하우넘. 바닷물이 하트 모양을 그리며 들어온다고 해서

일명 하트 해변으로 불리기도 한다. 혼자 보면 눈물 나고 둘이 보면 뭔 일 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일대에선 꽤나 알려진 이 해변은 어찌 된 일인지 지하수도 나오는 특별한 곳이다.

비금도를 제대로 알려면 바다만 봐선 안 된다. 여긴 제법 나무가 울창한 산도 있다.

꼬박꼬박 때를 맞춰 계절이 변한다고 해서 산과 들판이 늘 같을 것이란 생각은 오산이다.

바람은 바람이어도 어제 바람은 오늘과 다르듯이 조금씩 조금씩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변하고 있다.

예전 것이 더 좋았다는 말도 새 것이 낫다는 말도, 다 부질없는 짓일지 모른다.

좋은 것은 계속 곁에 두면 될 일이고, 새 것을 만나면 쓸모 있고,

예쁘게 가다듬어 아껴주면 될 일이다.

 

 

 

 

비금도의 풍요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가였다.

염전을 시작할 땐 가난을 면하게만 해주면 바랄 것이 없다 했는데, 그 소원이 이루어지고 나니,

또 다른 욕심이 생긴다. 더 많이 벌고 싶고 더 많이 갖고 싶고, 염전은 그대로인데,

사람들 마음은 자꾸만 커져 소금으로 진정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염전을 찾아내고 키워온 지 두세 대, 바다와 바람과 태양과 호흡을 맞춰 일해야 하는

염전은 참으로 힘든 작업이었다. 그만했으면 좋겠다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가진 것이 초라해 보이고 가지지 못한 것에 미련과 집착이 늘어갈 때 평화는 깨진다.

귀한 것과 귀하지 않은 것의 차이는 오직 내 마음이 결정하는 일.

 

 

 

 

감사는 부자가 될 수 있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이다.

비금도 사람들은 오늘도 부지런히 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일하고 있다.

바다와 섬이 허락해 준 것들을 아끼고 누리며 사는 동안 어느새 섬은

자랑할 것 많은 풍요의 땅이 돼 있다. 아무리 부정한다 한들 섬은 늘 섬이고,

나는 결코 나 아닌 다른 이가 될 수 없기에 희망이라는 녀석도,

발 딛고 있는 터전 속에서 키워야 건강하다

비금도가 얼마나 아름다우냐 묻는다면 소금에 절여 말린 생선처럼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는 쫀득하고 구수한 아름다움이라고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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