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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산과 강, 호수가 어우러진 가평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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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입니다.

가슴에 무엇인가 막혀 답답할 때, 어디론가 떠났으면 하는 맘이

모두가 가지고 있죠. 환경과 조건이 여의치 않아 인내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 아닐까요.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생과 여행은 동일한 길을 걸으면서 서로 도움을 주죠.

답답할 때, 산과 강, 호수가 함께 어우러진 가평으로 가보고자 합니다.

 

 

 

 

저산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릴까. 얼마나 걸리려나 구름의 몸을 가린 호명산으로 떠난다.

저 세찬 물살도 방울 방울이 모여서 이루어졌겠지.

아마도 우리는 마주 보며 소리 없이 웃는다.

그 자체로 수많은 말들을 쏟아놓고 있는 계곡 앞에서,

너와 나는 침묵할 뿐 애써 말하려 하지 않았다.

물이 아니라 바위가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곳.

가평, 산과 물이 어우러진 그곳에서의 추억은 투명한 물기로 찰랑거린다.

 

 

 

 

마음이 열렸던 그 시절 먼 길을 떠난 너는 지금 어디쯤 있을까

여름 햇살이 부셔 가늘게 눈을 떠보니 시원한 산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운악산, 이름 그대로 바위 봉우리들이 구름을 뚫고 나온 모습이다.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아홉 구비의 그림 같은 경치를

수놓았다는 데서 이름 붙여진 용추계곡. 물이 용솟음친다.

인간의 헛된 욕망들을 다 씻어주고도 남을 만큼 기세 든든하다.

거센 물살에 남은 미련을 씻어 보내고 싶어 다시 한번 맑고

깨끗한 새물로 나를 채우고 싶다.

 

 

 

 

어느 새 바닥까지 다 보여준 맑은 물가에선 여름도 잠시 놀다 가고픈 모양이다.

마을로 들어서니 고향집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칼국수의 끓는 냄새가 식욕의 본능을 자극한다.

옛날 호랑이 우는 울림이 컸다는 호명산 정상에 자리한

호명호수는 일반인에게 개방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한다.

호수에 일렁이는 바람 속에는 여름의 소매와 함께 있다.

이렇게 계절은 가고 또 오는 모양이다.

엊그제 심은 것 같은 옥수수가 어느새 다 자랐다.

벌은 무엇을 위해 저리도 열심일까

문뜩 내 어머니의 얼굴이 겹쳐진다.

 

 

 

 

성글고 야물지 못한 내 마음도 촘촘해지고 단단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어떤 이유에서건 객지를 떠도는 사람의 마음은 다 같으리라.

쓸쓸하고 적막한 느낌, 저무는 하늘 아래서 그리운 이들의 안부를 묻는다.

오늘 하루도 편안했느냐고.

밤새 무거웠던 몸도, 아침 청평호에서 한결 가벼워진다.

산과 호수가 어우러져 이 땅은 어딜 가나 그림 같은 풍경이다.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청평호 풍경을 즐긴다.

 

 

 

 

마침 오일장이 서는 날, 가평 오일장은 벌써 그 역사가 팔십삼 년이나 됐다.

떠들썩했던 장날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어디 노인뿐일까?

장사는 예전만 못해도 장에 내놓는 물건은 옛날과 다름없다.

대부분 자식 키우듯 공들여 가꾼 것들이다.

잣이 유명한 가평이지만 여행객에게는 다른 것이 눈에 띈다.

어떤 이가 항아리째 된장을 팔러 나왔다.

햇 된장으로 보글보글 끓여주시던 어머니의 된장찌개 맛은

이제 어딜 가도 찾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무언가를 기다린다.

다만 기다림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사람들의 기다림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물길 가득 머금었던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린다.

희망이 사의고 갈망이 시들해질 즈음이니, 내겐 얼마나 절묘한 때인가.

빗방울이 점점 커져가자 마음이 공연이 분주하다.

뜨겁게 달아오른 내 마음에도 하염없이 비가 내린다.

늘 촉촉한 마음으로 나도 누군가에게 물기 어린 그림자가 될 수 있을까.

 

 

 

 

날이 들어 찾아간 장지방에선 한지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그는 당신의 아버지가 그랬듯 평생 한지를 만드는 외길을 걸었다.

지금 그 길엔 아들이 그림자처럼 함께하고 있다.

발을 흔들어 종이를 뺀다. 이제는 소리만 들어도 종이 두께를 가늠할 정도다.

한지는 천 년의 세월을 견뎌내는 종이다.

그러나 그것이 되기까진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빻고 삶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닭나무 껍질은 자신을 완전히 버리게 된다.

자신을 완전히 버린 후에야 비로소 천 년의 생명력을 가진 한지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아버지가 걸어온 고행의 길을 기꺼이 따라 걷는 아들은 한지로 새로운 도전을 한다.

그는 한지를 예술 작품 속에 녹여낼 생각이다.

그의 손끝에서 자연스럽고 거침없이 전통과 현대가 만난다.

어우러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라는 한 인간에 대해 나는 얼마나 갈피를 잡지 못했던가.

외로움은 그리움을 낳고, 그리움은 더 깊은 외로움을 낳는다.

삶은 얼마나 모순되고 기고한 여정인가.

그러나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가평의 풍경은 지친 나를 다독인다.

삶의 공식은 단순하고 평범한 것이니 그저 흐르는 대로 맡기라고

내 긴 여행도 어느새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그곳을 향해 달려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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