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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고개 넘어 있는경북문경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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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 인사드려요.

여름으로 다가갈수록 더위 때문에 땀이 많은 분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죠.

그런 분들이 여행을 좋아한다면, 설상가상으로 고생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다 있어서 인생의 여정 속에서

다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안고 있다. 얼마나 행복한 곳에서 살고 있는가?

이번 여행은 경상도에서도 때가 묻지 않은 곳이라고 해서 좋을 것 같다.

순수하고 청결하고 미소가 번지는 곳, 

고개 넘어 있는 경북 문경의 여름을 맞이하며 걸어보고 싶다.

 

 

 

 

여름은 아이들의 계절이다 여름엔 계산해야 될 일도 없었고.

따져 물어 반드시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도 없다.

마냥 놀았던 것만은 아니었는데, 여름을 생각하면 한가롭다.

슬픔도 고민도 근심이나 상념도 어울리지 않는 계절.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어머니 무릎베개와 살랑거리는 부채질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그리운 여름이 또 다가와 있다.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들다 하여 경북 문경의 이 고갯길은 새재라 부른다.

백두대간이 소백산을 거쳐 중령을 만들고, 조령산과 주을 산 사이로 길을 냈다.

바로 문경 새재다.

 

 

 

이곳엔 세 개의 관문이 있었는데 그 첫 번째 관문이 여기 주흘관이다.

길이 나고 사람이 다니고 길과 사람을 따라 물자도 오고 가고, 이야기도 넘나들었다.

흘려보내도 좋을 것이 있고, 절대 넘어선 안 되는 사람이 있기에

언제부턴가 고갯길을 지키는 관문이 들어섰다.

그러나 조선시대엔 호남의 사람들도 일부러 이 길을 찾았다 한다.

장원 급제 길 문경은 기쁜 소식을 듣게 하는 길,

수많은 선비들이 이 길을 지나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다니면서

문경새재는 그 명성을 전국에 떨치게 된 것이다.

고개 넘어 있는 경북 문경의 여름에서 선조들의 과거 행렬이 보인다.

 

 

 

 

그 시절, 낙동강 유역의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 이 영남대로였다.

험준한 산길을 오르내리는 긴 여정 중에 문경새재는 가장 높고 험한 고개로

이 고개만 무사히 넘으면 한숨 돌리는 마지막 관문이기도 했다.

장원 급제라는 청운의 꿈도, 낙방이라는 절망도,

굽이굽이 계곡 사이에 떨구어졌을 것이다.

사람의 일이 어찌 바라는 대로 다 이루어질까마는

문경새재를 넘는 동안은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여기는 결과를 매듭짓는 곳이 아니다.

가진 것을 샘 하는 자리도 아니고 잘잘못을 따지는 일도 없다.

식량을 모으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개미처럼,

사람들은 부지런히 입신양명에 기대를 모은다.

 

 

 

 

장원급제를 위해 길을 가던 숱한 선비들에게 교귀정은

투지를 불태우게 하는 일종의 채찍이었을지 모른다.

한양에서 내려오는 신임 부사와 중앙으로 올라가는 전임 부사의 임무 교대가 이루어지던 곳.

반드시 꿈을 이뤄 교귀정에 서보리라.

부러움과 결단의 시선이 모아지던 곳이다.

산 밑에서 기다리고 있을 유혹들이 너무도 쉽게 유혹 앞에 무너져 버리는

내 속에 또 다른 나, 나태와 안일과 치밀하지 못함과 근거 없는 소문에 흔들리는 연약함이

문경새재를 넘는 동안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험한 산이 주는 선물이다.

오정산과 낙동강 상류인 영강 그리고 옛 국도 3호선이 나란히 에스자(S)로 굽이 돌아가는

영남대로의 옛 길을 찾으면 그곳이 진남교반이다.

문경 팔경 중에서 으뜸 절경으로 손꼽는다.

 

 

 

 

신라 시대부터 나그네가 오고 갔다 하는데 일제 강점기에 와선 사람의 교통로라기보다

무연탄을 실어 나르는 탄광 열차 기찻길로 이름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열차 또한 사라져 버린 가은선이다.

가은선 철길을 따라 즐거운 웃음소리와 함께 레일 바이크가 달린다.

탄광이 문을 닫고 열차가 끊겼지만, 철길마저 버릴 수 없어 만든 관광 상품이다.

산 보고 하늘 보고, 바람에 온몸을 그냥 맡긴다.

진남역에서 출발해 가은 역으로 가는 동안 펼쳐지는 문경의 자연은 연신 탄성을 지르게 한다.

고개 넘어 있는 경북 문경의 여름은 관광객들의 얼굴에 미소를 준다.

옛 길은 신 도로에 밀리고 신 도로 위로 철도가 생겼고, 그 철도엔 이젠 관광객들만 다닌다.

움직이고 있는 것들에게 여름은 반가운 축복의 계절이다.

산에서 마을로 내려오자 한 줄 틈새도 찾을 수 없는 쨍쨍한 더위가 가득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용서가 될 듯한 좀 일을 덜 해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듯,

대낮에도 사방이 고요하다. 동네 청년들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희긋희긋한 머리에 주름살 가득한 아저씨들이다.

기대하지 않은 결과는 계획하고 힘써 노력해 얻은 것보다, 훨씬 풍성한 느낌을 준다.

예상치 않은 선물을 받게 되면 괜스레 마음까지 넉넉해진다.

고기 몇 마리에 부자가 된 듯싶다 마을 노인이 물가에서 떠드는 신나는 소리는

금세 마을에 울린다. 언제부턴가 들을 수 없었던 물장구 소리,

힘이 넘치는 추임새, 걸쭉한 웃음소리, 고기 잡는 손놀림이 멈춰지지가 않는다.

 

 

 

 

재밌는 일은 여름 문경 들판에서도 벌어진다.

애타게 기다리던 뜨거운 햇살 아래 벼들은 쉴 새 없이 몸을 키우고,

허수아비는 점잖게 그들을 지키고 서 있다. 최종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변화하며 달리는

살아있는 것들의 본성은 어떤 형편과 조건을 만나더라도 쉽사리 꺾이지 않는다.

저들에게 더위는 삶의 조건일 뿐이다. 차마 들판에 벼이삭들이 느끼는 더위를

짐작하긴 어렵겠지만 저들 또한 이 여름을 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고개 넘어 있는 경북 문경의 여름에서 어른 아이의 맑은 웃음을 듣는다.

들판의 새들도, 삼십 도를 넘겨버린 뙤약볕 아래선 움치려 드니 말이다.

그래서 여름은 인내이고 여름은 겸손이다.

내일을 준비하는 자는 결코 오늘을 무시하지 못한다.

한 여름에 뙤약볕 탓일까, 들판도 사람도 한 장의 사진처럼 멈추었다.

 

 

 

 

문경에는 십이 세기 청자 가마터를 비롯해 수백 년 전부터 가마터가 있었고,

옛 가마터 팔십여 곳이 발굴되기도 했다. 백육십 년 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망댕이 가마도 있고, 전통 장작가마는 스물세 곳이나 문경에 있다.

그래서 문경을 도자기의 본향이라 부르기도 한다.

불을 이긴 사기그릇들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의미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는다.

흙으로 빚었을 때 토기가 아닌 자기 도자기가 될 수 있었던 건 결국 불 때문이었다.

긴 고통을 이긴 대가로 얻은 것은 사람들의 아낌없는 사랑이다.

고개 넘어 있는 경북 문경의 여름을 통해 인내와 겸손을 배운다.

 

 

 

 

문경의 들판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는 사과나무,

사과는 지나가는 나그네의 발걸음을 잡는다.

이 지역의 사과야 말로 두고두고 전국적으로 유명한데 아직은 그때가 이르다.

작은 초록의 사과, 마음이 조급 해지지만 서둘러서 될 일도 아니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수확을 얻는다. 하지만 때로는 무심히 요동하지 말고

기다려야 얻어지는 것도 있다. 언제가 움직일 때고,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그걸 알 수 없어, 답답하고 지친다.

들판의 곡식들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시간, 사람들은 참고 휴식하고,

때를 따라 힘을 쏟으며 수확을 준비한다.

 

 

 

 

햇빛의 뜨거움보다 더 강렬한 성장의 열기 여름의 세상이 온통 뜨거운 것은

어쩌면 너도 나도 열매를 맺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너무 달궈지면 식히고, 너무 막혔다 싶을 때, 잠시 풀어주는 여유,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인데, 그마저 쉽지 않은 것이 요즘 세상이다.

 

 

 

 

더없이 즐거운 이 산골 마을의 한 때는 자연과 사람 그리고 문경의 여름이 만든 합작품이다.

도시에서 나고 도시에서 자란 이들에게조차 여름의 기억은 이 문경의 들판처럼 자연이다.

에어컨 기운에 발이 시리고 빌딩 사이 불어오는 더운 바람은 좀처럼 익숙해지질 않는다.

더 이상 장원 급제를 꿈꾸지 않는다 해도, 문경새재를 걸어서 넘어보고 싶다.

발길이 머무는 곳은 길이 되고, 길이 있는 곳이면, 언제나 삶이 피어났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

고개 넘어 문경에서의 여름은 새콤하고 싱싱하다.

화려함 속에 가려져 밑으로만 달려가던 것이 어느 날 눈앞에 드러났을 때,

삶의 진면목은 그때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문경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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