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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산처럼, 바다처럼, 추억처럼, 강원 양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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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The Best Life) 인사를 드립니다.

가을이 되면 무엇인가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달려가는 것입니다. 차를 달려 한계령을 지나

동해에 접어든다. 그 시원한 바닷바람에 어딘가의 매듭이 풀리는 기분이다.

여러분은 속이 답답할 때,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습니까?

난 오늘도 그 답답한 마음으로 동해 너머의 넓은 바다를 그리워하고 있다.

 

 

 

 

비워냈다 싶으면 어느새 채워지고 끊임없이 내 안에 없는 것을 갈구하는 삶.

생이 흐르는 동안 한 번쯤은 빠져들고 싶은 욕망이라는 샘이 내 안에 흐르고 있다.

그 끝은 무엇과 맞닿아 있을까? 그 욕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그것은 어느새

나의 마음을 타고 나와 눈과 입 손과 발을 물들인다.

그리고는 끊임없이 속삭인다. 저산을 넘고 내를 건너 더 크고 깊은 곳으로

자기를 데려가 달라고, 양양으로 들어서는 관문은 설악의 봉우리 중 가장

험준하다는 한계령이다.

 

 

 

 

청춘의 산맥이라 불리는 그 봉우리 아래에 파도치는 산길을 내려가다 보면 한때는

이름처럼 화사했던 마을로 들어선다. 한계령의 동쪽 골짜기에서 시작된 남대천은 양양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넓고 깊어진다. 남대천에 가을이 푹 잠기는 시월이면 바다에서

청춘을 불사른 연어들이 마지막 생의 기운을 모아 이곳을 찾아올 것이다.

남대천 변에서는 과실 농사가 잘 된다. 맑은 날이 많았던 지난 여름 덕에

올해 배 농사도 나쁘진 않은 듯하다. 남대천을 따라 흘러간 마음이 바다를 만났다.

 

 

 

 

양양에는 온몸으로 부딪히며 서로를 확인하는 설악과 동해 두 마음이 함께 산다.

그 산과 바다의 경계에 홍련함이 있다. 천삼백 년 전 의상대사가 관음보사를

만났다는 바다 동굴이 암자를 떠받치고 있다. 가질 수 없는 것과 가져선 안 되는 것을

하나씩 내려놓다 보면 저 바다가 위안이 될까? 낙산사 경내엔 크고 작은 욕망의

흔적들이 파도와 마주 서 있다. 천 개의 눈과 귀로 중생의 고통을 살피고 천 개의

손으로 그들을 구원한다는 관음보살. 삶의 어디쯤 가야 흔들림 없이 바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움츠러든 마음을 안고 산길을 내려선다.

 

 

 

 

산 아래 마을의 아침 항구는 여전히 삶이 꿈틀거린다.

양양 제일의 항구라고는 하지만 예전에 비해 고기가 많이 줄어 어민도 상인들도

시름이 깊다. 살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어디 고기뿐인가.

맨 마음으로 살아내기엔 삶의 허방들이 너무나 많고 깊다. 마음에 간간한 소금기가

베어 제법 단단해졌을 땐 삶은 이미 욕망이 시들해진 뒤안길에 와 있었다.

 

 

 

 

잘 가라 더 이상 내 것일 수 없는 욕망의 긴 그림자요 부서진 욕망도 한때는

나를 지탱하던 힘이었으니 언젠가 추억의 이름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산은 산으로 바

다는 바다로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자.

그리하여 그 산과 바다의 깊은 속에 파고들다 결국에는 아파하며

멀어지는 그런 슬픈 이별은 없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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