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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정이 있어 마음이 머무는 섬, 보길도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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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 인사드립니다.

여행은 바로 인생이라고 얘기를 많이 하죠. 

잠시 왔다가 가는 여행이라 할지라도 그 속에서 우여곡절이 많이 일어나니까요.

그 과정 속에서 뾰족한 돌이 연마되서 둥글 돌이 될 때 쯤되면, 여행의 마침표를 찍겠죠.

어떻게 보면 허무하고 결국... 자연의 법칙이니. 그래서 더욱더 몸부림을 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행은 그 몸부림에서 하나씩 내려놓는 것이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보고, 느끼며 내 삶에 적용하고 그 삶이 자연스러울 때, 

그때 웃는 것입니다. 잔잔히 웃음을 띠며 자연스러운 보길도 여행을 떠났으면 합니다.

 

 

 

 

좋은 풍광은 눈을 즐겁게 하고 머리에도 몸에도 새겨져 오래 간직된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험한 일상을 견뎌온 사람들의 속내는
 눈보다 마음을 열어야 보이는 보물상자다. 남도답사 1번지로 손꼽히는 

 

 

 

 

땅끝마을에서  최상 시점도 잊을 만큼 섬 전체가 한 폭의 그림이라는
 보길도 바닷가는 주름 가득한 어머니들이 지키고 있다.  
 거울을 들고 앉아 있을 수 없는 일상은 젊은 시절 곱디고운 얼굴을 가져가 버렸다.
 금방 건저 온 미역은 싱싱 하긴 해도 오래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먹으려면 
4일은 좋게 말려야 한다. 바람도 맞게 하고 물기가 다 빠져 바짝 오그라들면 미역은

제값을 받는 품질 좋은 상품이 된다. 미역처럼 보길도에 햇살과 바람을 맞고

산 인생들 속엔 값을 매길 수 없는 지난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보길도에 시집온 지 30년, 부모 형제와 떨어져 산다는 어느 할머니,

조카의 소개로 이 섬에 들어 왔다는데, 그때 10미터가 넘게 치솟던 파도가

어제 일 갔다고 말하는 것이 주름진 눈 넘어로 섬에 대한 사랑이 가득하다.  
 수백 년 꼿꼿이 지키고 선 소나무 숲이 있고, 그 세월을 셀 수 없는 몸돌자갈이 해변을

가득 담고 있는 예송리 바닷가는 혹여 하나라도 잃을까 섬사람들은 이를 지키고 있다.
 세월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보길도에 바다에는 요즘 또 다른 풍광 하나가 시선을 잡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미역 양식장으로 향하는 배, 
예전에는 전기도 없고 할 것이 없어서 산에서 나무를 해서 팔아서
먹고살았다고 했는데, 이젠 양식으로 톳과 미역으로 천국이 되었다고
보길도에서 8대째 살아가는 주름진 어르신의 말씀에 그간의 세월에 혹독함이
배여 나온다. 이제는 객지 나갔던 아들이 그 일을 맡아하고 있으니 9대째 살고 있는 것이다.

 

 

 


 미역을 다시마 통속에 넣어주면 전복이 먹고 싶을 만큼 먹는다.
 남은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먹이로 갈아주고 이삼일에 한 번씩 이렇게 돌봐주며

 4-5년은 족히 길러야 한다. 때를 거르지 않는 한결같은 관심과 정성,

 다 자랄 때까지 기다려 주는 인내가 전복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바다의 법칙을 오늘 아들이 배웁니다. 
새 것으로 좋아지지 않는 마음이 어디 있을까. 깨끗해지는 풍광은 새 것처럼 순결과 

순전함에 대한 기대로 설레게 한다. 잠시 내 눈에 보이는 좋은 전경은

 시간이 흐르면 잊히지만, 결국 남는 것은 오래된 것들뿐이다.

마치 마음의 고향을 보듯 오래된 것들에 익숙함이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정이 있어 마음이 머무는 섬, 보길도에는 한 곳에서만 산지도 150년을 넘었다고 하는데요.
아직도 그때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보길도의 역사를 보는 것 같다.
칠순 넘은 종가의 며느리가 홀로 남았어도이 집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그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마음이 마음으로 이어지면 행동이 되고

 강한 의지가 된다. 혼자 사는 집, 도시에 나간 자식들이 1년에 서너 번씩 찾는 것 말고는

 오가는 관광객들이 잠시 들르는 집이지만 종가에 칠순 며느리는

 말끔한 장독에 직접 담근 장을 지키고 산다.
 어디 내놓고 자랑할 일도 구경거리라고 선보이기도 아니다.
 시어머니가 하던 그대로 배운 그대로 사는 것을 도리로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집 정원에는 사시사철 초록이 넘친다.

남쪽의 아열대 수종과 난대 수종들이 흐트러짐 없이 말끔한 모습으로 살고 있어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여행자는 떠나야만 합니다.
도시에서 사람을 불러들이고 착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선복(善福)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 옛날 유배를 당해 내려와서도 섬에 아름다운 정취에 빠져 유유자적 살았던
 고산 윤선도처럼, 사람들 또한 그 풍광에 빠져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윤선도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산으로 둘러싸인 부용동에 정자를 짓고 풍요를 즐겼다.

 

 

 

 책을 읽고,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며 인내했던, 윤선도에게 어지러운 세상을 떠나
 명예와 명문이라는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갖게 했던 것은
 부용동에 산과 나무와 꽃과 바람 있었기 때문이다.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아는 자들에게 자연은 그 힘을 발휘한다. 
손에 주어진 일이 없다면 찾아서 만들어서라도 해야 하는 게 섬의 어머니들이다.

 

 

 

 

얼마 전 아기 염소를 난 어미는 특별대우를 해 준다.

 봄이 되면 온갖 채소를 키울 비닐하우스를 잠시 염소의 집으로 빌려주었다. 
쉽게 얻은 것은 금세 사라져도 힘들고 어렵게 얻은 것들은 두고두고 곁에서 효자가 된다.

 사람들은 미역 양식을 크게 해서 돈을 많이 벌게 됐으니 얼마나 좋으냐 말하지만,
 고생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저 마지막에 얻게 되는 돈만 보고 하는 소리죠.
과정은 보지 않고 누가.. 터라. 누가.. 되네. 하는 말은 이제는 접어 두었으면 합니다.
정이 있어 마음이 머무는 섬, 보길도에서는 사치에 불과합니다.

 

 

 

 

 미역 양식은 일이 많고 힘든데,. 날씨가 궂은날은 자연건조를 못 하고 기계까지 돌려야 하니
 두 배 일을 해야 하니 보는 것은 쉽지만 그 속은 얼마나 맹렬하게 싸우고 있는지  모른다.
여행을 접으면서 섬에 강하게 부딪힌 파도, 고산 윤선도 풍광이 좋아 노래했다는
보길도, 하지만 모든 것이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결론을 내서는 안되며,
깊은 곳까지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삶이라고…
정이 있어 마음이 머무는 섬, 보길도에서 마음으로만 알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있으면 행복하고 떠나면 그리운 사람, 정이 많은 보길도를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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