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 여행

7번 국도 빗속의 외로움, 그길에 흐르다.

728x90
반응형

안녕하세요. 삶의 최고입니다.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양희은 씨의 한계령의 노래를 

들으면서 차를 몰아 한계령 휴게소를 거쳐 동해안으로 접어든다.

7번 국도 빗속의 외로움, 그길에 흐르다.

 

 

 

 

 살면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좌표를 잃은 채 두려움 만으로 달려가 어느새 도착한 곳.

 역마살 때문이라고 애써 둘러 대지만, 떠나 온 자의 뒷모습은 언제나 부끄럽다.

 홀로있음, 사방이 고요한 외로움들은 어쩌면 그렇게도 닮았는지,

 순간 뭉게구름처럼 추억들이 피어오른다.

 

 

 

 

 성급한 마음이 내 찻 길을 떠나게 만든다.  막막함을 끌어안고 달려온 길,

무엇 때문에 그렇게 상기된 얼굴로 왔느냐고 묻지 않는 바다 옆 7번 국도!

계절이 앞선 것도 아닌데 바다는 아직 한적하다.

 변덕 심한 사람 대신 바다 곁을 지켜주는 것은 따로 있다.

7번 국도 빗속의 외로움, 그길에 흐르다.

 

 

 

 

 묵묵한 기다림으로 한평생을 사는 등대에 비한다면,

등대 벽에 적혀진 “널 평생 사랑할께!”라는 문구, 인간의 약속이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애초부터 완전한 소유라는 것은 없는데 사람은 그것을 자주 잊어버림으로써

 스스로 외로워진다. 허술해지는 마음의 변두리에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물결이 밀려오고, 마침내 흘러 내리는 것은 빗물인지 눈물인지 빗물로 버무려도 

외로움은 희석되지 않는다. 7번 국도 빗속의 외로움, 그길에 흐르다.

 

 

 

 

 해안가에 폭풍이 불어 피난했던 배들이 요동을 친다.

아무리 애를 써봐도 소용없을 때가 있다.

 속수무책일 땐 그저 흔들리게 놔두는 것도 답일지도 모른다. 

절(寺)집 성난 바다를 달리기 위해 그곳에 있는 것일까?

 성난 바다처럼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어쩌지 못하는 사람들이 낙산사의 홍련암을 찾는다.

나는 무엇 때문에 여기 서 있는가?

나는 무엇 때문에 그리 힘든가?  나는 무엇을 가지려 하는가?

내가 가지려 했던 것은 어쩌면 환상이거나 신기루,

 그런데도 나는 왜 그것을 부여잡고 놓지 못할까.

왜 어리석음을 되풀이할까?  마음이 어두워지면 눈까지 뭔다는 건가.

온통 길이었던 세상천지가 혼돈으로 빠져든다.

 

 

 

 

“탐욕과 혐오와 헤맴을 버리고, 속박을 끊어 목숨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중에서...

버리기 위한 여행! 버리는 것은 도로 얻는 것이라는 진리를 알기에는 너무 어리다.

바람이 이는 마음 탓일까 7번 국도 어디쯤에서 만난 노인 아바이.

 

 

 

 

 하지만 그 역시 어떤 모습으로든 외로워 보인다.

다만 기다림에 익숙한 것도 초조한 것도 같다. 

담배에 타들어가는 것에 의지하여 살아온 세월이 어느새 반세기를 넘었다.

살아 있다면 60이 넘은 아들의 삶을 헤아려 보는 외로운 아바이.

“명사십리 버리고 온 고운님, 어느새 올해도 님 향한 사무침은 저리도 붉게

타들어 가고 있는데… 어느 시인의 시가 생각나게 한다.

이 길을 끝까지 가면,  사무치게 그리운 아들을 만날 수 있을까?

 달려도 달려도 닿을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구순이 다된 아바이는 오늘도 길을 나선다.

 

 

 

 

이북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사는 청호동 아바이 마을 언제고 떠날 준비하는 사람들처럼

살림이 단조롭다. 몸이 있는 곳에 반드시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부평초 같은 마음으로 그나마 정착한 곳이 이 마을이다.

군침 도는 가자미식해를 뚝딱 완성하는 손맛은 사실 본토박이 이북 아지매 것은 아니다.

북녘 하늘 아래 살던 남편 덕에 강릉 댁은 이제 어떤 이북 음식이라도 낯설지 않다.

 이렇게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청호동 외로운 사람들은 하나둘 모여든다.

 오고 가는 것이 어디 10원짜리 뿐인가. 돌아보면 참으로 외로운 삶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다 허망하게 먼저 저세상으로 간 아바이들도 그렇고,

애비없는 혈육을 악착스럽게 키워 내느라 그 곱던 청춘은 다 늙어버렸다.

그렇게 한 평생 흘러가다 보면 언젠가 고향 땅에 돌아갈 수 있겠지 희망이 꿈틀댄다.

해변의 배를 보면서, 밀고 당기고 왔나 하면 가버리는 것이 사람 사는 삶과 같다.

7번 국도 빗속의 외로움, 그 길에 흐르다.

 

 

 

 

평생을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설레임으로 살 수만 있다면, 

그러나 그것도 외로움의 시작이다. 길이 끝없이 이어질 거라는 믿음으로 달린다.

 

 

 

 

부산에서 시작되어 휴전선 넘어 함경도 온성까지 이어지는 장장 515 km,

 그러나 이쯤에서 7번 국도는 끝없이 이어지리라는 믿음을 저버린다.

 더 이상 달릴 수 없다고 말한다. 국토의 분단과 함께 이 7번 국도도 절반 가량 잘려나갔다.

현재는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가 7번 국도의 북쪽 종점이다.

 돌아가야 한다는 명백함도 잠시 서러워진다.

 하지만 무소의 뿔처럼 나는 다시 혼자서 가리라.

 

 

 

 

 "길 위에 서면 나는 서러웠다. 갈 수도 안 갈 수도 없는 길이었으므로

돌아가자니 너무 많이 걸어왔고, 계속 가자니 끝이 보이지 않아 너무 막막했다."

우린 이렇게 종점을 향해서 출발하고 걸어가는 것이다.

여러분의 삶 속에서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처럼

걸릴 수도 있지만 피해서 돌아갔으면 합니다.

오늘도 7번 국도 빗속의 외로움, 그 길에 흐르고 있다.

 

728x90
반응형

네이버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