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 여행

기억 속에 흐르는 시간의 그림자 전북 부안에서.

728x90
반응형

안녕하세요. 최고의 삶 인사드립니다.

고창에서의 열정을 토해내던 토양과 그 토양으로 물을 들이던 장인들을

보면서, 존재하는 것은 꼭 쓰임새가 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고,

고창 성곽을 보면서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가질 수 있는

여유도 갖게 되었다. 윤도를 4대째 만들고 있는 장인어른의 손의 섬세함이

정밀한 윤도의 기술을 전수할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고창보다 위쪽에 있는 기억 속에 흐르는 시간의 그림자 전북 부안으로 달렸다.

 

 

 

 

그리운 것들은 쉽게 잊히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문뜩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늘 따뜻하게 다가오는 곳.

우리를 스쳐간 바람과 시간이 쌓여 있는 잿빛.

서해는 그래서 기억의 집과 같다. 서울에서 버스길로 세 시간 남짓,

전북 부안에 있는 작은 포구 곰소는 비릿한 생선 냄새로 먼저 다가온다.

바닷바람에 꼬들꼬들 제 속살을 말리고 있는 갈치며, 장대 그리고 병어.

곰소는 예로부터 사철 싱싱한 해산물들이 넘쳐나는 어류들.

그 삶의 정거장이자 부안 최대의 물목이었다.

 

 

 

 

그러나 정작 곰소가 세상에 널리 제 이름을 얻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젓갈 때문,

입맛 깔깔한 여름철 이름만 들어도 혀를 감고 도는

짭짜름하고 달콤한 곰소 젓갈은 바다와 바람 태양과 시간이

만들어낸 오랜 숙성의 음식이기도 하다.

운 좋게 물때라도 잘 만나는 날이면.

늘 포구는 병어며 쭈꾸미, 전어, 서대들로 넘쳐났다.

하지만 산란기 철인 요즘은 모처럼 갖는 호젓한 휴식기,

바다가 생존을 위한 거친 삶의 현장이었다면,

 

 

 

 

어쩌면 첩첩산중 내소사는 부안 사람들 그 마음의 정박지였다.

백제 무왕 삼십사 년에 창건된 이래 청태로 내려앉은 세월이 무려

천오백 년 그 동안 거칠고 고단한 삶들을 얼마나 보듬어 왔을까.

하루에도 수백 명 아미타불과 좌우의 약사여래는

마음 지친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는 소중한 안식처였다.

 

 

 

 

밭에서 긴 차양의 모자를 쓰고 밭을 매는 할머니를 보면서 생각을 했다.

가난이 일상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간 긴 세월은

가난조차도 행복의 기억으로 되살려 놓는다.

부스럼 많던 유년 시절, 열린 무화과가 살 오르기만을 기다리고,

풋감이 어서 튼실하게 자라 떨어지기만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예로부터 황금 어장이라 불렸던 부안 앞바다.

그러나 부안 사람들은 두 개의 바다를 갖고 있다.

물이 넘실되는 바다와 물이 두고 간 갯벌의 바다.

물이 빠져나가면 갯벌은 수많은 생명들의 잔칫집이 된다.

게와 소라 짱뚱어와 낙지 그리고 조개, 십여 년 전만 해도

한나절 품이면 맛조개를 한 가득 캘 수 있었다는데.

요즘 들어 푼돈 만들기조차 어려울 만큼 귀해졌다는 갯벌 맛조개.

때문에 온 동네 아낙 대신 홀로 천만 평 갯벌에 홀로 선

할머니는 지난 청춘이 아무래도 꿈만 같다.

 

 

 

 

동이 트려면 아직 한참인데. 곰소 염전은 벌써부터

소금 긁는 대파와 삽질 소리로 요란하다.

동 뜨기 전 미리 소금을 걷어내야 염밭에 새 물을 들이고

온전히 여름 햇빛을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소금 만드는 일은 천심의 바다 농사였다.

양수기를 통해 들어온 물의 염도는 보통 2도,

그러나 바닷물은 염전 곳곳에 증발지를 거치면서 조금씩 염도를 높여간다.

그리하여 소금이 만들어지는 결정지에 도착했을 때.

염도는 약 25도 이 과정까지 염부는 매 순간 염전을 떠나지 못한다.

바닷물과 바람 햇볕과 사람의 순박한 동업으로만 가능하다는 염전일.

천일염은 단지 짠맛만 있는 게 아니다.

짜면서도 시고 시면서도 달고 달면서도 구수한 뒷맛.

바로 서해 바다의 맛이 고스란히 소금 속에 들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값싼 수입 소금에 밀려 조금씩 제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천일염전.

한때 염부들의 술을 돌리는 소리로 가득했을 것이다.

 

 

 

 

그 많던 청춘의 희망들은 다 어디로 떠난 것일까.

시간은 흐르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우리를 스쳐간 시간은

우리가 잊고 있는 사이 어디쯤엔가 켜켜이 쌓이고 있을지 모른다.

그저 세상일에 쫓겨 어디론가 떠나버린 사람들을 그렇게 기억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염전의 하얀 알갱이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우리의 스쳐간 흔적을 지켜보고 있다.

기억 속에 흐르는 시간의 그림자 전북 부안에서.

 

 

 

728x90
반응형

네이버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