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 여행

높은 속리산과 넓은 대청호를 끌어 안은 충북 보은에서.

728x90
반응형

안녕하세요. 최고의 삶 인사를 드립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접어드는 날씨는 좀처럼 겨울을 밀어내려고 하지 않고 계속해서

찬바람으로 벽을 치고 있다. 산수가 좋고 마음이 넉넉한 곳으로 알려진 보은은

지역 이름만 들어도 삶이 풍성하다 할 수 있다. 이번 충북의 보은을 돌아보며,

산허리와 돌부리, 한 줌의 흙과 물들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했다.

 

 

 

 

깊고 우람한 산 허리로 계절이 흐른다. 한겨울 추위도 이곳에선 별반 힘을 드러내지

못하는 듯 숲은 건재하다. 드문드문 드리워진 눈 자락도 옷깃을 여미는 바람도

아랑곳하지 않는 땅, 조용히 질문 하나를 던져본다. 우리들 가슴속 소원의 삶이

겨울 얼마나 건강한가? 충청북도 보은 땅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정이품송을 만나게 된다.

육백 년도 넘게 이 자리에서 빼어난 자태를 뽐내고 서 있는 천연기념물이다.

조선시대 세조가 행차할 때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려 길을 내어주는 걸 보고 정이품에

벼슬을 내렸다 해서 그 이름이 정이품송이다.

나무의 키는 십오 미터인데 동쪽으로 뻗은 가지가 십여 미터 서쪽으로 뻗은 가지는

구 미터가 넘는다 그러니 가장 긴 가지를 재어보면 십구 미터 처음에 그 나이에 놀라고

다음은 그 크기에 놀라게 된다. 하지만 이것만이 아니다. 나무는 아직도 살아 건강하게

숨을 쉬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어찌 우여곡절이 없었겠는가마는 힘들다 내색도

하지 않고 나이를 자랑하지도 않는다. 존재한다는 것이 곧 가치 있는 일이다.

지난 시간의 수고와 노력은 존재함으로 보상받았다.

 

 

 

   

눈발이 하나둘 내리는 이른 아침부터 보은에는 조촐한 장이 섰다.

새벽부터 공을 들인 따끈한 두부와 비지를 들고 나온 할머니는 제일 먼저 손님을 만났다.

그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넘어간다. 판을 버리기가 무섭게 개시를 한다.

오늘은 운이 좋을 듯싶다. 한때는 괴산, 상주, 대전에서까지 찾아오는 이름난

오일장이었는데 날이 갈수록 찾는 이가 줄어든다. 요즘 보운 장터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방앗간이다. 고추도 빻고 참기름도 짜야한다. 고향을 찾아온 자식들 빈손으로

가지 않게 하려고 준비하는 것들이다.

 

 

 

 

제대로 눈 구경 한 번 못해보고 겨울을 나는가 싶었는데 보은에 오니 겨울 정취가

한껏 살아난다. 어느 사진첩에서 빠져나온 듯한 강가에 푸짐한 눈이 반갑기 그지없다.

눈을 쫓아 길을 잡으니 한달음에 속리산이 다가온다. 소백산맥 줄기를 따라 보은, 괴산,

상주를 보듬어 안고 있는 거대한 산물이 이 산의 발길을 들이면서부터 속세와는 멀어지는

땅이라 해서 속리산이라 이름 붙은 산이다. 산이 높으면 계곡 또한 깊고 충만하다.

땅은 얼었으되 물이 흐르고 눈이 쌓였으나 울창한 나무는 찬바람을 막아준다.

멀리서 산행에 나서는 이들이 나타나자. 작은 딱따구리 한 마리가 반갑다 인사를 한다.

예부터 많은 이들이 속리산을 수도의 장으로 삼아왔다. 비로봉, 길상봉, 문수봉, 보현봉 등

크고 높은 봉우리들이 즐비한데 그중에서도 해발 천오 십팔 미터의 천황봉은 속리산의

최고 정상이다.

 

 

 

 

크고 넓은 속리산은 생명의 물 이로운 물의 발원지다.

속리산의 제이봉 문장대다. 세 번 오르면 등락에 갈 수 있다는 곳,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기묘한 봉우리들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 흰구름과 닿을 듯 가깝게 서 있다.

가슴 깊이 파고들던 모든 희로애락이 그만 잠잠해진다.

 

 

 

 

돈을 벌려하면 욕심을 품게 되고 명예를 탐하면 교만이 먼저 달려온다. 했는데

산을 바라고 살아온 산사람들은 산처럼 넓고 맑은 마음을 얻었네.

산속의 눈은 어지간한 햇볕에도 잘 녹지 않는다. 사람의 손을 피해 들어앉은 산속의

눈은 몇 날 며칠 흐트러짐이 없다. 그 겨울 눈처럼 산 사는 단정하고 엄숙하게 서 있다.

나이를 따져보니 그 시작이 신라 진흥왕 때 오백오십삼 년이라 한다.

천사백 년이 넘도록 한 자리를 지키는 동안 법주사는 여러 귀한 보물들을 만들어 냈다.

가장 먼저 금빛을 두른 높이 삼십삼 미터의 청동 미륵불이 사찰을 찾는 이를 놀라게 한다.

그저 지나쳐버리기 쉬운 석등 하나하나가 통일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천 년이 넘도록 불을 밝혀온 보물이다.

 

 

 

 

산을 내려와 보은 서쪽으로 가면 만나는 호수 대청호다. 사람들은 거대한 인공호수를

만들면서 물이 필요하다 했다.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제는 하늘의 뜻대로 기다리고 있을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것도 땅을 평화롭게 하는 한 방법이었다. 겨울 내내 들판은 깊은 휴식에 잠겨 있다.

더 멀리 더 높이 날기 위해서는 언제나 휴식이 필요한 것,

자연의 법칙은 언제나 사려가 깊다.

 

 

 

사람들은 건강하게 젊게 살려고 힘을 쏟는다. 하지만 늙어가는 시간을 붙잡아 두려니

보통 일이 아니다. 예전엔 굶지만 않으면 된다. 하던 시절도 있었고,

내 집 한 칸만 있었으면 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젊어지려는 욕망은 또 다른 번뇌의

원천이 되고 있다. 아무래도 그 건강을 거슬러 오르는 일이다.

열심히 뛰고 정성을 들여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고, 아무리 얻고자 해도 내 영역 내 소관이

아닌 것도 있다. 시간과 건강과 행복은 욕심 내지 않고 순리를 따를 때, 가질 수 있는 것,

고향집 처마에는 봄을 기다리는 씨앗들이 알차게 꾸려져 있다.

우리의 마음속에도 봄의 씨앗을 따뜻한 숨으로 땅으로 내뱉고 싹을 키우고 싶다.

728x90
반응형

네이버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