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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여행

서울이지만 정겨움이 있는 덮바위골 부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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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의 삶(The Best Life) 인사를 드립니다.

찬란한 도시의 모습 속에서 생활을 하는 도시 사람들은 조용하고 공기가 좋은 곳에서

힐링하기를 원하지만, 서울의 도심 속에서도 아직도 온정과 변함없는 이웃들과 함께

오랜 이웃들로 더불어 조용하게 살라가고 있는 마을이 있는데

시끌벅적한 도심 속에서 안락한 곳, 하지만 좀 불편한 곳이 바로 부암동이다.

도시지만 시골과 같은 도시 부암동에서 마음을 달래고 싶다.

 

 

 

 

아침은 사람과 공간에 어울림을 연다.

우리는 땅과 강에게 묻지 않았다.

집을 짓고 다리를 놓고 내 몸속까지 탐해도 되는지 묻지 않았다.

도시는 빠르게 달려도 땅은 개념치 않는다.

땅 위에 모든 것을 허락하고 또 그렇게 어울려 가는 곳이 서울이다.

그러나 때로 우리는 도시의 논리에 지배받지 않는 자유로운 땅을 그리워한다.

서울은 시간과 공간이 고여 있는 곳, 부암동을 품고 있다.

오래된 풍경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부암동의 초입,

아직까진 도시의 소음이 따라붙어 있다.

그러나 거짓말 같이 부암동의 앞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도시의 부산함을 따돌릴 수 있었다.

마치 경호라도 하는 양 뒷골을 가리고 있는 앞 골

뜨내기의 발걸음이 그다지 반갑지 않은 표정이다.

 

 

 

 

앞 골을 지나 뒷골로 넘어가는 길 고개 하나를 다시 넘는다.

그리고 뒷골이 나타난다. 아직은 겨울이 가시지 않은 오후,

곳곳에 계절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래도 입춘이 지났다고 도롱뇽은 벌써 바지런을

떨어 놓았다. 종로 복판의 부암동은 나이 들지 않았다.

세월을 보냈다고 말하기엔 너무 그대로다. 도시의 외피가 될 수밖에 없었던 다른 땅에

비하면 운이 좋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느 농촌처럼 든 사람보다 난 사람이 많다.

 

 

 

 

마음만 맞으면 이내 형님이고, 아우였다.

정이란 건 사실 별게 아니다. 감자 몇 알 부침개 몇 장이 정이다.

북악산의 물길을 따라 마을이 펼쳐져 있다. 개천 하나 바위 하나 귀하게 담았다.

백석동천에서부터 백사실까지 빠짐이 없다. 백사실은 백사 이양복의 별장터다

지금은 주춧돌 몇 개만 남아있지만 조상의 흔적은 여러 곳에 남아 있다.

백석동천은 안평대군이 시를 짓던 곳이다. 동천은 절경을 표현하는 말이니 무릉도원이란

그의 평이 과장은 아니다. 가까운 곳에 흥선대원군의 별장이 있다.

19세기 청나라 양식을 가미해지었다는 별장은 지금 인왕산 자락 안에서 고요할 뿐이다.

격동의 역사마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그리고 대원군의 정자도 눈에 띈다.

사람은 가고 정자는 홀로 남아 과거를 이야기한다. 아니 흥과 쇠가 더 덥다는 현재를

얘기한다. 마치 모든 허무를 이해한다는 듯 용서한다는 듯 눈이 세상을 덮는다.

땅 위의 초라한 풍경은 눈발 아래 순결해진다. 도시의 탁한 대기 안에서도 눈은 제 빛을

잃지 않는다. 잠깐 동안 세상은 착해진다. 유일하게 사소문이 남아있는 곳이 부암동이다.

 

 

 

 

창의문이 지킨 것은 부암동의 순수다. 회색의 파도는 이 고개를 넘지 못한다.

먹잇감을 노리듯 주변을 배회하지만 그뿐이다.

동대문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타야 하는데 정류장까지 가는 길도 만만치가 않다.

마을 어귀까지 가려면 20분은 족히 걸어야 한다.

그래도 육십 년대까지는 이곳까지 버스가 닿지 않았다.

세종로까지 전차를 타러 가야 했다. 지금이 어렵다 해도 그때 같지는 않다.

대도시의 사람들은 늘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

마치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시간표를 지닌 채 목적지를 찾아간다.

 

 

 

 

야생의 서울은 공짜로 먹을거리를 내주었다.

생활의 불편함도 그럭저럭 감당할 만했다.

같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에겐 비슷한 색의 기쁨과 슬픔이 있다.

편한 곳을 찾자면 어디든 있을 텐데, 속도의 사각지대 안에 잠시 쉬고 싶은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회귀 본능을 갖고 있다. 서울에 남아 있는 대장간는 알려진 게

겨우 세 곳 그 때문이라도 대장 일을 더욱 그만둘 수가 없다.

서울의 농부는 개발되는 땅과 함께 줄었다. 그렇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다.

수십 종의 농기구들이 보란 듯이 진열돼 있다. 땅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그 고집을

포기하지 않는 덕이다.

 

 

 

 

북한산 아래 재래시장도 힘을 잃지 않았다. 시장에는 시장만의 냄새와 소리가 있다.

흉내 낼 수 없는 정겨운 독특함이다. 사람들은 오늘도 어깨를 부딪혀가며 고르고 흥정한다.

가을에 곱게 걷은 제수가 한몫을 한다.

볕이 좋으면 하루 종일 시를 즐겼고 비가 오면 눈을 감고 흙냄새를 맡았다.

 

 

 

 

자연에 담고 싶은 거였다. 오늘도 어제처럼 태양이 진다.

동시에 도시는 어김없이 화려해진다. 휘향 찬란한 빛깔은 너무나 자극적이어서

섬세한 자연의 색을 잃지 못하게 한다.

하늘을 가리는 기호와 상징 앞에 별빛은 갈 곳을 잃었다. 내일도 모레도 기약 없는

시간 동안 그럴 것이다. 부암동은 거기 있었다.

도시인의 가슴 한 구석에 가물거리는 기억 같은 흙내음을 풍기며 거기에 있었다.

도시에겐 추억이지만 그들에겐 살아있는 땅이다.

그래서 덮바위골 부암동 사람들은 넉넉지는 않아도 부끄럽지 않게 욕심 없이 살 수 있었다.

하늘과 조금 더 가깝고 땅과는 조금 더 친숙한 이야기가 강이 흐르듯 온기가

전해지듯 부암동을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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